안녕하세요, 이민게에는 처음 글을 남기네요. 저는 한국이 싫어 워홀비자로 무작정 떠나온 독일 워홀러입니다. 6월 1일에 독일로 입국하고 이제 내일이면 3개월째에 접어드네요. 지난 2개월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집을 구하고, 거주신고를 하고 독일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7월 초에는 한국 회사에 일자리까지 무난히 구해 어학원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독일어도 하나도 못하고 영어도 잘 못하는데.. 어찌어찌 해결하고 오늘 은행에서 월세까지 계좌이체하고나니 오늘은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한국사람 믿지 말라는데 저는 참 좋은 교포분들을 많이 만나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간혹 한국 토박이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있지만요. 그리고 인종차별같은 것도 아직은 받아본 적 없고... 한 교포친구는 운도 결국 만드는 것이라 너가 열심히 살아낸 보상을 치르는 것이라 하던데 그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젠 더 잘해나가야겠죠.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장만할 것도 몇 가지 남아있고 한국에서 가져온 자금을 다 써서 지금은 비상금 한 푼도 남아있질 않네요. 하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걱정이 덜 되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좋은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집에서 요리한다는 가정하에 월 식비도 저렴하고.. 제일 큰 지출은 한달에 한 번 빠져나가는 교통정기권이네요.
제일 걱정되는건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겁니다. 제 목표는 정착이니까... 제가 일한만큼 벌어서 그만큼 먹고 사는게 제 꿈입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노동비저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희망이 생기긴 했네요. 열심히 일해야죠.
독일와서 2달간 느낀 건 다른 것보다 욕심을 버려야된다는 겁니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하고싶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더 좋은 음식을 먹고싶고 인터넷 설치기사가 더 빨리왔음 좋겠고 등등 여러가지의 욕망이 있겠지만... 그런 걸 조금은 내려놓지 않으면 여기서 살기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꿈은 꾸어야겠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느리게 사는 법과 냉정해지지 않으면 여기서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거에요. 구분과 인정이 중요할 듯 싶습니다.
저도 현재 원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 많이 벌면 물론 좋겠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건 돈 벌며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하는 것 뿐이니까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욕심은 무엇인가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합니다. 그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자괴감이 들거든요. 나 외국까지 이 돈들여 와서 뭐하는거지, 비싼 대학 돈들여 나왔는데 왜 이정도밖에 안되지... 하지만 그래도 소소함으로 버텨내야 합니다. 주말에 마을 수영장 가고 커피 한 잔 3유로 주고 마시고, 평일에 좀 피곤해도 축구하러 나가고 끝나고 맥주 한 잔 하고.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걸 뭣하러 유럽까지 가서 하냐고 물으신다면 전 그래도 한국이 아니라서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문화 사대주의라기보다는 그냥 제 가치관이 그렇습니다.
아무튼.. 정착의 걸음마를 뗀 저는 생각을 마치고 조금 더 자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이니까요. 아무쪼록 오유 유저분들의 삶에 항상 안정과 평화가 있길 빕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