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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지가 고민된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도시와 야망의 상관관계
게시물ID : humordata_18720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맛집
추천 : 11
조회수 : 1751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20/07/28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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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야망- 폴 그레이엄


위대한 도시들은 야망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도시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수백 가지의 미묘한 방식으로 도시는 메세지를 보낸다. 당신은 더 할 수 있다, 당신은 더 노력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메세지가 도시마다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뉴욕은 다른 무엇보다도 “당신은 돈을 더 많이 벌어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다른 메세지들도 있다. 당신은 더 힙해야 한다. 당신은 더 잘생기거나 예뻐야한다. 하지만 가장 분명한 메세지는 당신은 더 부자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스턴이나 특히 캠브리지 (*하버드와 MIT가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신은 더 똑똑해야한다”는 메세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맨날 읽어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던 그 책을 어서 읽어라, 하는 그런 메세지.

도시가 어떤 메세지를 보내는가는 예상을 벗어날 때도 있다. 실리콘밸리 역시 똑똑한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실리콘밸리가 보내는 진짜 메세지는 “당신은 더 영향력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건 뉴욕이 보내는 메세지와는 사뭇 다르다. 뉴욕에서도 영향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뉴욕은 누가 1조원을 그저 상속받았을 뿐이라고 해도 그걸 퍽 대단하게 여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몇 부동산 중개업자 빼고는 별로 그걸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당신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냐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이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와 세르게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부유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구글을 지배하고, 구글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가진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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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무슨 메세지를 보내는지가 중요하기나 할까? 내가 겪은 바로는, 아주 많이 중요하다. 당신이 위대한 일을 하고자하는 굳건한 의지가 있다면 환경이 어떻든 그걸 초월할 수 있다고, 당신이 어디에서 사는가는 몇 퍼센트의 영향 밖에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근거를 살펴보면, 어디에서 사는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일을 했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그 일이 일어났던 지역들에 뭉쳐 살았었다.

나는 항상 캘리포니아의 버클리가 내게 이상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좋은 버전의 캠브리지일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마침내 버클리에 살게 됐을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버클리는 “당신은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지고 살아야한다”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버클리에서의 삶은 매우 문명화되어있다. 아마 북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은 버클리가 가장 고향같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버클리에서 야망은 별로 활발하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날씨와 살기 편한 환경이 삶의 질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당연하다. 날씨가 좋은 캠브리지는 캠브리지와 본질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캠브리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어쩌다보니 캠브리지에서 살게 된 게 아니다. 캠브리지에 살기 위해서는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캠브리지는 물가가 비싸고 약간 지저분하고 날씨도 자주 나쁘다. 그러니 캠브리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물가가 비싸고, 지저분하고, 날씨가 별로인 곳에 살더라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살고싶다고 결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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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당신이 창문 너머로 보게되는 광경이나 엿듣게 되는 대화를 통해서, 마치 실수처럼 당신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이런 것들은 당신이 먼저 찾아나서는 것도 아니지만, 또 원한다고 해서 음소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로 이사한 한 친구가 그 곳에 살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게 엿듣는 대화의 수준이 별로라는 점이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그 친구가 일부러 사차원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화를 엿듣는 게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엿듣는 대화의 질이 어디서 살 지를 결정할만큼 중요하다는 말인가?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한다. 일상에서 엿듣게 되는 대화가 바로 당신이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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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받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이 무조건 도시가 보내는 메세지대로 살게 된다는 게 아니라, 당신에게는 소중한 일이지만 주위의 누구도 그 일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의욕을 얻는 것과 잃는 것 사이의 불균형은 돈을 벌거나 잃는 것 사이의 불균형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주로 돈을 잃는 것을 과대평가한다. 만 원을 벌기 위해서보단 만 원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본인에게 강제로 내려진 일을 하지 않을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꽤 있지만, 주변의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일을 본인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을만큼 강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어떤 의미에서 여러 야망은 공존할 수 없고 사람들의 동경이라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기에, 주로 하나의 도시는 하나의 야망에 집중한다. 캠브리지가 지식의 수도인 데에는 그냥 똑똑한 사람들이 그 곳에 집중되어 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지식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요소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서 교수들은 이류 시민처럼 대우받는다. 물론 그러다 뉴욕의 경우 헤지펀드, 실리콘밸리의 경우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대우는 달라진다.

뉴욕 시민들은 금융위기 이후로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대항하는 스타트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해왔는데, 이 논리가 어느정도 답변을 제시해준다. 뉴욕은 실리콘밸리 규모의 스타트업 중심지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본인이 이류 시민인 것 같이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동경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이미 따로 있으니까.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들 중 회사가 성공하기 전과 똑같이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대학원생 때 몰던 낡은 차를 몰며, 똑같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만약 뉴욕에서 이랬다면, 사람들에게 개무시를 당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레스토랑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들어서도 직원들은 당신을 친절하게 대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일 줄 알고 막 대하겠는가? 하지만 뉴욕에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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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가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야망의 중심지가 된 도시들만 메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 도시에 직접 살지 않고서 그 도시가 어떤 메세지를 보내는 지 아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가 뉴욕, 캠브리지,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무슨 메세지를 보내는지 아는 건 이 도시들에 몇 년씩 살아봤기 때문이다. 워싱턴DC (*미국 정치의 중심)와 LA (*할리우드가 있는 도시)도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은데, 그 메세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만큼 오래 살지는 않았다.

LA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명예인 것 같다. 그 곳엔 수요가 가장 높고 인기가 가장 많은 A등급 사람들의 명단이 존재하고, 그 명단에 오르거나 그 명단에 오른 사람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존경받는다. 결국 그 기저에 있는 메세지는 뉴욕과 맥락이 비슷하지만, 구분을 하자면 LA에서는 외면의 아름다움에 두는 비중이 더 높다.

워싱턴DC가 주는 메세지는 당신의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신은 내부자가 되고 싶다. 사실 이건 LA와 비슷하다. A급의 사람들 명단이 있고, 그 명단에 오르거나 그 명단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는 것. LA와 다른 점은 그 A급 명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인데, 사실 그것조차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식에 대한 야망이 캠브리지만큼 큰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영국의 옥스포드나 영국의 캠브리지는 코넬 대학교가 있는 이타카나 다트머스 대학교가 있는 하노버처럼 느껴진다. 분명 지식을 중요시하는 메세지가 있지만, 캠브리지만큼 강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파리도 한 때는 지식의 중심지였다. 1300년대에 파리를 방문했다면, 지금 캠브리지가 보내는 메세지와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파리에 어느 정도 살았을 때, 파리 시민들의 야망은 더이상 지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파리가 보내는 메세지는 “모든 일을 스타일리쉬하게 하라”는 것이다. 사실 꽤 마음에 드는 메세지였다. 내가 살아본 곳 중 사람들이 정말 진정성있게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은 파리 뿐이었다. 미국에서 예술품 원작을 구매하는 건 몇몇의 부자들 뿐이고,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조차 예술품을 예술가의 브랜드 네임과 결부시켜 판단한다. 하지만 해질녘 파리를 걸으면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보는 것에 정말 신경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리의 시민들이 예술에 가장 관심이 많다면, 왜 뉴욕이 예술 산업의 중심이 된 것일까? 왜냐면 20세기부터 브랜드로서의 예술과 상품으로서의 예술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뉴욕은 가장 부유한 소비자들이 있는 곳이고, 그들이 예술로부터 원하는 것은 바로 브랜드다. 그리고 브랜드라는 것은 다른 브랜드들과 구분되는 스타일만 있다면 충분하기에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가까운 곳, 즉 뉴욕의 상품을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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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대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두 대도시에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다. 모든 위대한 도시는 어떤 종류의 야망에 불을 지피지만, 그런 곳이 도시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몇 명의 유능한 동료들만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건 관객이고 또 비슷한 사람들과의 연결 통로다. 수학이나 물리 같은 학문에서 이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학문에서 중요한 관객은 같은 수학자와 물리학자들 뿐이고, 이 학계에서 능력을 판단하는 건 꽤나 간단해서 인사팀이나 입학처에서 능력있는 사람을 잘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필요로 하는 건 좋은 동료 학자들이 있는 학과일 뿐, 그게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술이나 문학, IT 같은 분야에서는 환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업계의 종사자들은 모두 편리하게 몇몇 명문대 학과나 연구실에 모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이 분야에서 재능을 판가름하는게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사람들이 돈을 내고 소비하는 업계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교직이나 연구에 몸담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더 무질서한 업계일수록 좋은 도시에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주변의 사람들 역시 당신이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기분이 의욕을 자극하고, 또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찾는 데에 도시의 규모와 구조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상파 화가들이 이런 현상을 보였다. 인상파 화가들은 프랑스 각지에서 태어났고 (인상파 화가들의 대부인 피사로는 캐리비안에서 태어났다) 또 프랑스 각지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각자의 전성기에 그들은 모두 파리에서 함께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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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고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지 아는 게 아니라면, 아마 젊을 때 여러 곳에 살아보는 게 가장 안전할 것이다. 그 도시가 메세지를 보내는지, 보낸다면 어떤 메세지를 보내는지는 그 곳에 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살아보기 전 당신이 했던 상상은 주로 틀렸을 것이다. 나는 25살 때 예술의 중심지에 사는 것을 꿈꾸며 피렌체로 갔다. 살아보니 예술의 중심지인 피렌체에 살고 싶었다면 450년 전에 왔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도시가 아직도 번영하고 있는 야망의 중심지라고 해도, 그 도시가 보내는 메세지가 정말 당신의 마음을 울릴지는 그 메세지를 직접 느낀 후에야 알 수 있다. 내가 처음 뉴욕으로 이사했을 때 나는 매우 들떠있었다. 충분히 들뜰 만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그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항상 뉴욕 속에서 캠브리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내가 찾는 캠브리지는, 뉴욕에서 비행기로 한시간을 가야 있는 진짜 캠브리지밖에 없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16살에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야망 있는 아이들은 야망의 대상을 정하기도 전부터 야망을 먼저 느낀다. 뭔가 굉장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싶다는 걸 알지만, 가수가 될 지 외과 의사가 될 지는 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게 잘못 됐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근본적인 야망을 가졌을 때는 이곳 저곳에 직접 살아보고 또 아니다 싶으면 떠나며 시행착오를 통해 어디에 살 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집처럼 느껴지는 곳을 찾았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떤 종류의 야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khjj9148/221756325114

출처 https://www.dmitory.com/issue/3859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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