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적부터 할아버지께 귀여움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손녀 손주들을 모두 이뻐하셨지만 그 중 나를 가장 좋아하셨다. 집도 가까워 어린 시절에는 툭하면 할아버지댁에 가서 놀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끼어 잠들었었다.
이런 할아버지께서도 연세가 드시고 워낙에 있던 천식이 악화되어 내가 대학생때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날 가족들 중 그 누구보다 슬펐고 많이 울었다. 가끔 산소도 올라가 울다 내려올 정도로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싶었다.
돌아가시고 얼마 안되어 꿈을 꿨다. 점을 보러 가는 꿈이었는데 꿈에서 할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한다며 점쟁이가 화를 내는 꿈이었고 난 또 울다 잠에서 깼다. 그저 나의 죄책감? 할아버지께 더 자주 찾아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꾼 꿈이라 생각했다.
그 꿈을 꾸고 몇년이 지나도록 할아버지에 대한 꿈은 꾸질 않았었는데 간만에 꿈에 어느 새하얀 내부의 건물에 내가 누군가를 마중나와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계단으로 양복을 말끔히 차려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올라오셨다. 할아버지는 계단을 다 오르고 뭔가 씁쓸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내려다 보시고는 나에게 오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은 계단을 마저 올라갔고 또 무었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럽게 울었었다. 계단 꼭대기에는 매우 강한 빛이 나는 문이 있었고 나는 계단 중간에서 계속 울고 할아버지께서는 그 문으로 들어가셨다. 꿈의 마지막이었고 울다 깨었다.
아빠한테 꿈 얘기를 했더니 좋은 꿈 같다 하셨고. 나는 문 까지 모셔다 드리지 못해 아쉽다 하니 거기까지 따라갔으면 안됐지 않았겠냐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철렁 했다.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는 좋은 곳으로 가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