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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캐나다회사에 구직지원을 한 후에 반응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약간 긴 시간 후에 오는 '미안하지만...' 메일' - 머... 거절 메일이죠.
첫 문장은 Thank you for applying for...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되며, 니보다 더 좋은 놈 찾았다... 미안하다. 니 프로필 우리 데이타베이스에 잘 숙성되어 있으니, 나중에 비슷한 자리 나오거든 다시한번 지원해 봐봐라...
라는 약 올리는 글...
약간 긴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앞에 놈 다 인터뷰 해 보고 괜찮은 놈 뽑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뭐... 결론적으로는 땜빵용으로 대기하다가 다른 놈 뽑히면 사르르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죠...
두번째는 '우리한번 통화하자...' 라는 인터뷰요청 메일...
첫 문장은 We are contacting you regarding...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되며,'오... 너 관심있는데, 우리 언제 한번 전화로 수다한번 떨어볼까...' 라는 내용입니다.
세번째는 묵묵부답형...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두번째가 제일 좋기야 하지만, 안 되면 안 된다고 첫번째처럼 속시원하게 이야기해주면 좋으련만, 아무 답도 없이 사람 속타게 하는 유형입니다.
웬지 문의메일을 보내면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것 같아서 깨림직하기는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두세번 메일을 보내도, 이것들은 좀더 기둘려봐... 하고는 답을 안 줍니다.
어이가 없는 건, 큰 회사는 그래도 답이 어느정도 재깍재깍 오는데, 만약에 되도 갈까말까 하는 그런 회사에서 이런 묵묵부답형이 오히려 많습니다. 허... 이것들이... 진짜...
여하튼, 회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니, 다행히 We are contacting you regarding...으로 시작되는 메일이었습니다.
내용은 내일 30분 정도 전화인터뷰 하고 싶은데 시간 있느냐는 내용입니다.
하... 이 사람들이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시간이 있냐고? 당연히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
배 살살 불러서 기분좋을 듯한 점심시간 바로 뒷시간 30분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습니다.
인터뷰날은 아침부터 트레이닝이 있던 날...
앞에서 강사가 뭐라고 뭐라고 떠드는데, 원래도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 신경이 딴 곳에 있으니 더 들리지도 않습니다.
보통 전화인터뷰는 기본적인 질문들만 물어오기 대문에 이력서만 붙들고 기억을 떠올리며, 예상질문들에 대하여 마음 속으로 정리해봅니다.
또한, 기본적인 의사소통가능여부도 판단한다고 하니, 혹시라도 혀가 조금이라도 더 잘 굴러갈까 하는 마음에 부르르르... 입을 열심히 풉니다. 하아... 이 놈의 영어...
드디어 인터뷰시간...
차 안에 들어가서 혹시라도 잘 안 들릴까봐 더운 날씨에 문까지 꽁꽁 닫고, 전화를 기다립니다. 땀이 온 몸에서 샘솟듯 솟아오릅니다.
약속시간에서 약 5분여후... 드디어 전화가 옵니다.
'헬로우, 아유 XX?' '하이, 아엠 XX.'
'하이, 하아유?' '아엠파인땡큐앤듀?'
중학교때부터 저장된 기본회화메뉴얼로 시작된 전화인터뷰는 약 30여분간 진행됩니다.
예상했던대로 거의 모든 질문들이 경력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들입니다.
"너 왜 회사 옮기려고 하니?" "메니저가 뭣같... 아니, 잘 대접을 안 해줘서..."
"이전에 여기저기 회사도 다녔네... 그때는 회사 왜 옮겼었어?" "잘렸어..."
"우리회사 왜 오려고 하는데?" "(목소리톤을 딸랑딸랑 톤으로 바꾸고)미사여구 우주 최고의 회사 탑 5, 놓치면 후회할 회사 탑 3, 친구들이 추천한 회사 탑3, 아내와 바꾼다면 꼭 바꾸고 싶은 회사 탑 5... 미사여구, 딸랑딸랑"
"발랜티어 경험 있어?" "경험은 없지만, 애키우기, 살림 등은 워낙 많이 해 봐서 자신있어... 특기 살려서 자원봉사 해 보려고 계획중이야..."
"지난해 퍼포먼스리뷰는 괜찮았어?" "(허풍, 허풍)그럼, 메니저가 날 얼마나 의지하는데, 아마 나 빠지면 이 회사 한동안 잘 못 굴러갈 걸? (거만, 거만) 내가 이 회사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이렇게 질문들을 하나하나 넘기고, 인터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바로 희망연봉...
어제 아내와 상의한대로... 아니 아내가 지시한대로 얼마 이상이면 옮기겠다... 라고 배짱좋게 튕길 연습을 열심히 합니다.
질문이 들어옵니다.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이 얼마여?"
엥? 연습한 것과 다릅니다. 희망연봉을 물어볼 줄 알았는데, 지금 현재연봉을 알려달라고 하네요.
아마 현재연봉과 비교해서 얼마를 올리려는 계획 같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가는, 거기서 올려봤자 거기서 거기일 것 같고... 그렇다고 뻥튀기를 해봤자, 어차피 나중에 세금정산서 발행하고 할 때, 뻥이라는 거 알테고...
순간적으로 고민고민하다가, 너무 오래 끌면 이 자식이 뭔 수작을 부리고 있구나... 라고 생각되어질까 봐 살~짝 뻥튀기만 해서 이야기합니다.
"어 그래? 알았어... 오늘 인터뷰 시간 내 줘서 고맙고, 계속 진행되면 또 연락할께..."
이렇게 30여분의 전화인터뷰가 끝났지만, 왠지 큰일보고 휴지 모잘라서 휴지심 열심히 문질러서 쓴 것처럼 뒷끝이 찜찜합니다.
"아... 이것들이 내 연봉 조사하면 어떡하지? 뻥인 거 알면 나중에 뭐라고 하는 거 아녀?"
오죽하면 꿈까지 꿉니다.
덩치가 거의 저만한 전형적인 HR짱 같은 아줌마가 막 날 쫓아오면서 '너 왜 나에게 거짓말 했어'라고 갈구는 꿈...
다시 전화해서 사실대로 알려줘야 하나? 죄송합니다, 제가 뻥을 좀 쳤습니다.... 이래야 하나...
이렇게 안절부절, 가시방석의 나날을 보낸 지 5일 후 또 한통의 이메일을 받습니다.
역시나 시작은 We are contacting you regarding...
다행히 Face to Face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시간 되냐는 이메일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두번씩이나 장난치나? 다리 분질러서 Sick Day 내서라도 시간을 내야지...
몇 번의 이메일이 왔다갔다 한 후에 일주일 후로 인터뷰 약속을 잡습니다.
자... 이제는 또 인터뷰 대비 벼락치기입니다.
우선 소개해준 애한테 다시 연락을 해서 특강을 듣습니다. 과연 이 자리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이고, 어찌어지 대답해야 하는 지...
다행히 비슷한 팀에 있어서 제가 필요한 정보들을 꽉꽉 채워줍니다.
참... 이래서 인맥이 중요한 가 봅니다. 아주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니...
만약을 대비해서 연봉, 휴가, 베네핏 등등도 같이 물어보고 답을 얻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예전에 연습했던 인터뷰 예상질문지를 뽑아들고, 아들내미 무릎에 앉히고 재우면서 중얼중얼 연습 및 눈 감고 시물레이션을 합니다.
혹시나 요즘 트렌드에 맞는 인터뷰 질문이 또 있나 해서 열심히 구글질도 해 보구요...
드디어 인터뷰날...
만 직장인의 대표핑계거리죠... 몸 아프다고 오후를 제끼고, 오랫만에 옷도 갖춰입고, 경건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갑니다.
만약에 나중에 나중에 제가 메니저가 된다면, 직원 중에 누가 식데이를 내려고 하면, 체온계를 들고 다니면서 직접 체온을 재 보려구요... 안 그러면 저처럼 식데이핑계대면서 다 빠져나갈 궁리만 할테니...
인터뷰어는 2사람... 둘 다 메니저라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2 메니저 시스템을 쓰고 있더군요.
1명은 날 부리는 메니저, 1명은 날 평가하는 메니저...
여하튼... 날 부리는 메니저는 주로 테크니컬한 쪽의 질문을 던지고, 날 평가하는 메니저는 주로 Behavioural이라고 하는 태도/경력/자세 등등의 질문을 던지는데...
인터뷰 질문들은 지금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아주 평이했습니다.
기술적인 질문들도 크게 어렵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도 없었고...
게다가 여기 다니는 친구한테 받은 과외가 큰 도움이 되어서 정말 무사히 1시간여의 인터뷰가 끝이 납니다.
나중에는... '아... 이렇게 평이하게 끝나면 나중에 기억도 안 나고 그러는 거 아냐?' 할 정도로 평범한 인터뷰였습니다.
그나마 조금 행운을 주었던 건, 인터뷰실 왔다갔다 하면서 전 회사의 동료들을 2명이나 만났다는 점...
전 아무생각 없이 반가운 마음에 인사한 거였는데, 나중에 메니저가 말하기를 이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그만큼 경력증명이 확실하다는 거니깐요.
적어도 '니가 이 지역에서 몇년간 일했다는 건 뻥이 아니구나...' 라는 뜻이었으니...
보통 캐나다의 구직 인터뷰는 3단계 이상이 주를 이룹니다.
첫번째는 전화인터뷰로 주로 HR파트에서 담당해서, 경력확인 등을 하구요.
두번째는 대면인터뷰로 주로 메니저들이 Technical/Behavioural 질문들을 던져서 이 놈이 과연 쓸만한가 정합니다.
세번째는 주로 같이 일할 동료/일을 가르칠 사수 등이 정말 일할 때 필요한 기술들을 테스트하는 그런 인터뷰가 많습니다.
첫번째, 두번째로 니의 성품을 알았으니, 이제 니 기술을 좀 보자... 하는 인터뷰죠.
인터뷰 형식도 많지만, 어떤 곳은 테스트 형식도 많습니다.
시험지 한장 주고, 2시간 줄테니 니 용써서 함 풀어봐라... 이런 식의...
이 인터뷰가 4단계까지 갈 수도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4단계 인터뷰가 제일 많은 인터뷰였습니다만...
인터뷰를 한 그날밤, 팔에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닭살을 대패로 긁어내면서 열심히 알랑방귀 땡큐레터를 보내고...
비록 평범의 극치로 기억에 안 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큰 실수도 없었고, 버벅거림도 없는 인터뷰여서 어느정도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제 스스로 알아서 3차 인터뷰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업무시간 틈틈히, 그리고 육아와 살림 틈틈히 인터뷰 준비를 시작한 지 4일째, 즉 대면인터뷰 4일 후에 또 한 통의 이메일을 받습니다.
내용을 보자하니... "내가 너에게 줄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있지. 이따가 우리 전화 한통할까?"
오예... 2차도 통과구나... 이제 3차만 통과하면 고지가 바로 저 앞이다...
보통 3차인터뷰까지 왔다는 건, 약 50:1의 경쟁률에서 이제 2:1, 3:1 까지 왔다는 것...
좀만 버티면 된다...
라는 생각과 함께, 약속된 시간에 HR Manager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뜻밖의 뉴스를 듣습니다.
結에서 끝이 보입니다... 이제...
아... 좀... 다 풀어놔... 하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이 긴 글을 한번에 다 풀어놓으면 재미가 없고,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딱 3분 이내가 맞는 것 같아요. 쬐는 맛도 있잖아요.
출처 | 나의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