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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송 때의 학자인 왕질(王銍)이 쓴 소설인 묵기(默記)를 보면, 중국 후주(後周)의 황제인 세종(世宗 921~959년)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타는 바퀴 안에 있었던 아이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중국 후주의 황제 세종. 사나운 침략자 거란족을 쳐부수고 혼란에 빠진 중국을 안정시킨 뛰어난 군주였으나, 묵기에 의하면 갑자기 나타난 불타는 수레바퀴 위에 앉은 이상한 아이를 본 후에 그만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묵기에 의하면 세종의 신하인 왕박(王朴)이 어느 날 세종을 찾아와서 자신이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이상한 현상을 보았으니, 꼭 보러 가자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 말에 세종은 호기심이 생겨 왕박을 따라 나섰는데, 왕박은 오장하(五丈河)로 세종을 데려갔습니다.
그러자 오장하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웬 고기잡이를 할 때 쓰는 등불 같은 불빛이 보였는데, 처음에는 작았는데 허공을 날아 점차 가까이 오더니 커다란 수레바퀴 정도로 크기가 늘어났습니다. 그것은 불타는 수레바퀴와도 같이 생긴 기이한 비행물체였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안에 약 3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火輪小兒)가 앉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를 본 왕박은 세종더러 “폐하는 빨리 저 아이를 향해 엎드려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고 절을 하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다급한 세종은 왕박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절을 마치고 나자 불타는 수레바퀴 안에 앉은 아이는 세종과 왕박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더니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왕박과 세종은 갑자기 죽고 말았는데 평소에 건강했던 그들이 왜 돌연 죽었는지에 대해 어느 의원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 중기의 학자인 박동량(朴東亮 1569~1635년)이 지은 책인 기재잡기(寄齋雜記)에서도 불덩어리처럼 생긴 타오르는 물체 안에 있었던 기이한 아이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기재잡기에 실린 외계인 목격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조선 시대에 왕의 명령을 실행하던 부서인 중추원(中樞院)에서 일하는 종2품의 벼슬인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를 지낸 이순몽(李順蒙 1386~1449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벼슬을 하기 전의 젊은 시절에 지금의 경기도 여주와 이천 사이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이순몽이 들판에서 텃밭을 일구고 있었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와 바람이 크게 불었고, 저 멀리서부터 웬 항아리처럼 생기고 타오르는 커다란 불덩어리가 굴러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불덩어리가 굴러 오는 소리가 크고 요란하게 와글와글 거리며 울려 퍼졌는데, 이순몽이 키우던 말과 소 등 가축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겁을 먹고 놀라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순몽은 당황하면서도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이순몽이 보았다던 항아리처럼 생긴 기이한 불덩어리. 혹시 조선에 나타난 UFO였을까요? 그리고 이 불덩어리 속에서 나타난 아이는 UFO를 타고 지구에 왔던 외계인이었던 것일까요?)
‘저 갑자기 나타난 불덩어리는 대체 무엇일까? 왜 갑자기 날씨가 변하고, 가축들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걸까? 저 안에 대체 뭐가 들었기에?’
불덩어리의 정체가 궁금했던 이순몽은 마침 밭을 갈고 있던 호미를 들고서 그 불덩이를 살짝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불덩어리 안에서 이상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노란색의 털이 이마를 덮고, 파란색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어린 아이 한 명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가운데가 구부러져 마치 짧은 낫처럼 생긴 칼을 손에 쥔 채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불덩어리 속에서 빠져 나오더니 땅 위에 쓰러져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계속 그대로 있었습니다. 혹시 저 아이가 죽은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된 이순몽이 호미로 아이를 당겨서 일으키려고 하자, 아까처럼 또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와 바람이 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거센 날씨의 변화에 이순몽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놀랍게도 불덩어리와 아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어진 후였습니다.
기재잡기에서 묘사된 불덩어리와 아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늘날도 종종 화젯거리가 되는 미확인 비행 물체(UFO)와 외계인이 정말로 있다는 과감한 가정을 한다면, 큰 소리를 내며 굴러왔던 항아리처럼 생겼다던 불덩어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물체 즉 UFO이고 그 안에 있었던 노란 머리털과 파란 눈을 가진 아이는 우주의 다른 별에서 지구를 방문했던 외계인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아이는 불처럼 생긴 UFO를 타고 다시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을지요?
혹시 왕박이 본 것처럼 10세기 무렵의 중국을 불타는 수레바퀴 모양의 UFO를 탄 외계인이 수세기 후에 조선의 이순몽을 찾아왔던 것이었을까요?
출처 |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90~29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