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찌는 듯한 한여름 정각시간 여느 때 와는 다르게 서북화동 경찰서 앞 거리는 노란색 띠와 제복 순경들의 경계로 더운 날씨와는 반대로 어딘가 찌르는 듯한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겨대고 있었다. 경찰서 반대 방향에서 붉은색 아반떼 한 대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내 한 명이 노란색 띠로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원으로 경찰 배지를 보여주곤 원안으로 들어갔다.
"이 팀장님, 현장이 경찰서 주위에 있으니 주차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
하고 검은색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김 형사가 비실비실 실없는 미소와 함께 당당한 덩치의 사내에게 인사치레를 건넸다.
"이 새끼가, 또 지각이네, 마! 경찰서 주위에 사건 현장 생기니깐 기분 좋냐? 이제 또 신문이랑 뉴스에 불려 나갈 생각 하니깐 끔찍하다. 이 새끼야."
하고, 조금 전 수화기 반대쪽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김 형사에게 거칠게 쏘아붙였다.
"에이, 이 팀장님 유명세 타시는 거 좋아하시면서 또 이러시네, 그건 그렇고 시체는 어디에 있습니까?"
검은 양복을 입은 김 형사는 마치 거리를 찾은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반짝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이 더워서 시체가 부패할까 봐 일단 국과수에 넘겼다, 나중에 검사결과 확인하러 가봐 일단 여기는 미친놈이 남긴 편지 한 장밖에 없어,"
하고, 이 팀장이 김 형사에게 투명한 비닐에 쌓여 있는 작은 흰색 종이를 던져주었다. 이 팀장이 던져준 편지를 한참 읽던 김 형사는 자신의 뒷주머니에 있던 작고 오래된 가죽 수첩을 꺼내서 뭔가를 끼적거리기며 말을이었다.
"와, 이 새끼 진짜 똘끼 있는 놈 같네요, 근데 아르고스는 또 뭐에요?"
하고 수첩에 뭔가를 끼적거리며 이 팀장에게 물었다.
"그, 있잖냐 눈알 100개 달린 괴물 공작새에 눈깔 박고 죽은 괴물 놈."
"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본 거 같네요, 신발에 날개 달린 심부름꾼 꼬맹이가 죽인 괴물 맞죠?"
하고 수첩에 끼적거리던 걸 멈춘 김 형사는 경찰서 정문 위를 보며 다시 말했다.
"근데 이 새끼 진짜 14명 죽인 거 아니에요? 눈깔 30개에 자기 것 빼고 14쌍인데 그럼 피 해자가 이번에 발견된 여자 이외에 13명이나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왜 시체는 이번에 그놈이 보낸 머리 하나뿐이고 또, 그 여자 몸통은 또 어디에 있는 걸까요?"
"몰라 종이에 쓴 거만 보면 피해자가 좀 더 있을 거 같은데, 보이는 건 몸통도 없는 머리 하나뿐이고, 허세인 거 같기도 하고, 일단 하나 확실한 건 이 새끼는 진짜 또라이 라는 거뿐이야"
"근데, 경찰서 정문 쪽에 감리 카메라 한 대 있지 않아요? 그걸로 확인해보면 금방 찾을 수도 있을 텐데 확인해보셨어요?"
김 형사가 이 팀장에게 종이를 돌려주며 말하였다.
"저거 빈 통 이야, 천하의 대한민국 경찰서 앞에서 사람 시체 버리고, 도망갈 새끼가 있을 줄 알았으면 진짜를 달았지, 저거 저래 봬도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거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 23일 11시 40분쯤 노숙자인 김희곤이가 처음 발견해서 경찰서로 신고했고, 지금 이 테이프 안쪽에 상자가 놓여 있다고 했고, 23일은 열대 아가 심해서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보였다. 이 정도밖에 몰라"
이 팀장이 김 형사에게 설명을 끝내는 순간 노란색 테이프 밖에서 누군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 팀장님!, 김 형사님! 어제 시체 상자를 버리는 차를 보았다는 목격자를 찾았습니다!" 하고 청바지에 흰색 면 티를 입은 박 형사가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야, 김 형사 너 박 형사랑 같이 가서 목격자 심문해봐, 나는 서장이 불러서 잠시 가 봐야겠다." "예,"
하고 말하며 김 형사는 박 형사 쪽으로, 이 팀장은 경찰서 쪽 으로 각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막내야, 네가 찾았다는 목격자한테 가보자,"
"예!, 근데, 김 형사님 안 더우십니까? 오늘 35도가 넘는데 까만 양복은 너무 더워 보이는데요?"
하고 박 형사가 말하였다. 박 형사가 말하는 데로 지금은 35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 가 시작되는 시기에 김 형사가 입고 있는 까만 양복은 어깨에서 아지랑이가 일어날 정도로 더워 보였다.
"더워 보이냐? 이게 내 행운의 상징이야, 내가 이 옷 입고 처음으로 범인을 검거하셨다. 이 말이야."
"하하, 그래도 위에 마이라도 벗으시지, 보는 재가 다 덥습니다 하하,"
김 형사는, 말보루 한 까치를 꼬나물고, 자신의 검은색 양복 마이를 고쳐 입고 박 형사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잠시 걷던 김 형사와 박 형사는 경찰서 앞의 익숙한 포장마차 앞에 박 형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입니다, 원래는 지금 이 시간에 문 열진 않으시는데 오늘 저를 찾아오셔서 어제 사건에 대해 아시는 게 있다고 하셔서."
"그래? 그럼 들어가 보지,"
김 형사는 꼬나물고 있던 담배를 발로 비벼서 끈 다음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 실례합니다. 어제 뭐 보신 거 있으시다고요?"
포장마차 안은 밖보다 3~4도는 더 더웠고, 포장마차 안에는 김 형사와 안면이 있는 포장마차 주인이 부채질하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매, 김 형사님 아닌교, 고 상자가 진짜 시체 상자 였나뵤,"
"이모 뉴스에 나온 거 말고 뭐 아시는 거 있어요? "
평소 주머니가 가벼운 애주가던 김 형사는 포장마차 주인과 친분이 있었지만, 공과 사를 구분 하려는 듯 김 형사는 자신의 낡은 가죽 수첩을 꺼내어 무언가 쓸 준비를 하였다.
"고마 어제 날도 덥고, 사람도 없고 해서 11시 20분쯤에 장사 파하고 짐 챙기고 있는디, 저~ 오거리에서 까만색 승합차가 오드마, 하얀 상자를 버리고 가는기 아닌교, 그래서 마, 내 쌍욕을 퍼부을라 카는데 저만치 가삐는 게 아닌교? 쓰레기는 내가 마 주을라다가 저기 저쯔메 청소부 아지메가 있어서 고마 왔는데 고 아지메가 처음 발견했는교?"
어디인지 모를 사투리 섞인 말투로 포장마차 주인이 김 형사에게 그날 일에 대해 침을 튀며 설명하였다.
"오거리에서 왔다. 이거죠? 요 앞에 봉화 오거리? 차종은 몰라요?"
"내가 마 촌놈이라 차종은 모르는디. 으짤까잉...." 김 형사는 다시 확인하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박 형사 오거리에서 어제 11시부터 오거리에서 경찰서로 오는 cctv 확인 좀 해봐 검정색 승합차, 기종은 잘 모르는데 그때쯤 이쪽으로 오는 차는 얼마 없을 태니까 확인해봐 이상한 거 없나 한번 찾아보고"
박 형사는 자신의 차 쪽으로 뛰어갔다. 혼자 남은 박 형사는 다시 사건 현장의 나무 아래의 그늘에서 담배를 한 까치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