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애한테서 발견하는 특이한 점이 참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발은 왼쪽(축구할 때)을 사용합니다. 아이는 왼손잡이지만 축구를 할 때 보면 오른발을 사용하더군요. 이게 무슨 경우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주 어릴 때 부터 신발의 왼쪽과 오른쪽 구분을 잘 해서 신기하게도 신발을 반대로 신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신발을 뒤집어 신는 아이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은 6~7세 사이에 왼쪽과 오른쪽 구분을 쉽게 합니다. 아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드니까요. 저의 경우 거억하기로 왼쪽 오른쪽 구분은 항상 "밥 먹는 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즉 밥 먹는 손은 오른 쪽, 반대는 왼쪽..
그런데,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왼쪽/오른쪽 구분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00아 밥 먹는 손이 어디야?"라고 물었더니 답변을 못합니다. 그래서 글씨 쓰는 손은? 여전히 답변을 망설입니다.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이는 왼손잡이라 어릴때 부터 왼손을 사용하길 좋아했는데, 아이 엄마가, 선생님들과 상의도 하고, 책/인터넷 등을 보고 고민한 결과 최소한 글씨 쓰는 것과 밥을 먹는 것은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할 것 같다는 결론에에 도달하고(콜로세움 열리지 않기를, 전 지금도 반대지만 아내 의견을 존중합니다), 밥 먹는 것과 글씨 쓰는 것은 오른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아이는 엄마나 제가 안 볼 때 또는 학교에서는 여전히 왼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합니다. 아이에게는 밥 먹는 손의 확고한 기준이 일반 아이들과 달리 사라져 버린 것이고, 이게 왼쪽 오른쪽 구분을 못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00아 응가하고 응덩이 닦을 때 무슨 어느 손으로 닦아?" 라고 물으니 고민 없이 오른 손을 내 밉니다. ㅎㅎㅎ 그래서 그래, 그게 오른 손이야라고 기준을 만들어 줬습니다.
그 후로 아이는 오른쪽 왼쪽 구분을 헷갈리지 않고 잘 하게 되었습니다.
P.S.: 글 초입에 아이와 저의 주로 사용하는 손과 발의 뒤바뀌었다고 말씀 드렸는데, 신기한 건 엉덩이 닦는 손도 그렇네요, 아이는 왼손잡이인데 오른 손을 사용하고, 전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을 사용한다는 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