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각종 매체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주제로한 드라마나 소설등이 각광을 받는 모습을 봅니다.
이들 중에는 '기황후'의 예 처럼 역사왜곡이라고 비난받는 사례도 있는것 같고 반대로 '정도전' 처럼 충실한 고증과 심도있는 인물 해석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작품도 있는거 같습니다.
그것이 비난을 받던 혹은 지지를 받건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시청되고 읽혀지는 각종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흥미, 즉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탁월한가 봅니다. 당장 제 주변에 역사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저에게 와서 이런 저런 배경 상황을 물어보곤 하니 말입니다 ㅎ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런 역사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정작 그것을 바라보고 사고하는데에는 언제나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 일수인거 같습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종종 어떤 감정적 사고에 휩싸여서 사건의 본질을 보기보다 '사회'에 의해서 조작된 '공기억'등에 매혹되곤 하니 말입니다. 역사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감정이란 행위자의 동기를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쓰일데가 있는지라 그것을 완전히 무시해버릴수 없으며 비록 학문이라는 특성상 객관성은 추구하게 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주관적일수밖에 없는 역사의 모습 때문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자위해보긴 하지만 여전히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러나 당장 감정에 치우친 사건 해석은 둘째치고서라도 현대인이 역사를 사고하면서 하는 실수에는 더 자주 등장하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1. 과거에 대해서 어떤 편견이나 특정 해석에 치중해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당연시 해버리는 것.
-> 조선후기에 만연했던 제도상의 모순과 이로 인한 부정부패에 대해서 "전통시대는 근대와 다르게 제도나 기술이 덜 발전했으니 그런 부조리는 당연한거야" 라고 생각 하는 것.
2. 현대적인 인과율이나 규정에 치우친 나머지 과거의 것도 같은 규정이나 인과율로 해석해 버리는 것.
-> 정치인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논쟁은 국민에게 향해 있어야해, 그런데 조선시대의 당쟁들은 대부분 일반 농민이 아닌 사족등의 지배층을 위한 것이었으니 틀린 것들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
3. 과거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당시의 특수한 인과나 규정은 인식하나 안타 깝게도 전반적인 맥락(context)은 이해하는데 실패한 것
->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최영과 우왕의 과도한 욕심으로 실시한 요동공격에 대해서 이성계가 질것이 분명한 지라 포기하고 돌아온 사건이야. 라고 생각하며 이 외의 다른 환경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하지 않는 것.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사실 역사란 학문은 타 학문군에 비해서 굉장히 "어려운"지라 요구하는 수준의 사고나 의식의 흐름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배우고 익히지 않는 사람은 쉽사리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는 것이지요(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타 학문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것이 아니라 요구하는 사고의 형태가 보통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당장 현대의 시각을 탈피하고 과거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가 대표적이라고 하겠지요)
기실 가장 완벽한 형태의 역사사고는 위의 3번의 항목에서 맥락적 이해를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맥락적 이해라는 것이 굉장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사실 '맥락' 이라고 한다면 두리뭉실 한데다 뭔가 딱 하고 느낌이 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해석해 봅니다.
"맥락이란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의 전후의 인과를 포함하여 사건 행위자가 처해있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환경, 그리고 행위자의 내적 동기 및 분위기(행위자가 개인이라면 감정)를 종합적으로 파악 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가 있고 그 행위자를 둘러 싼 외부적인 요소와 행위자의 내부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외부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데에는 정치적으로는 제도상의 문제가 당연한 것인가 아닌가 를 파악하고 이를 역사 판단 요소에 넣을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것이 있겠고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요소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고를 거쳐야만 합니다. 반면 내부적인 요소는 외부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게 '감정이입'이라는 다분히도 문학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행위자의 동기나 감정 및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고를 해야만 합니다.
사실 '맥락'이란 역사에서 거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고려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자신이 맥락적인 사고를 한다고손 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예외로 남겨둬 놓쳐버린 또 하나의 '맥락'이 없는지를 재차 숙고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역사는 다면체" 라는 역사학의 명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수준있는(옳바른) 역사 인식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