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디게 젊어 보이는데 벌써 결혼했어? 역시 잘사는 집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 다른가 봐?"
몸의 반도 못 가리는 옷을 입은 여자는 초록색의 거대한 아가리로 들어가면서 말하였다. 남자는 그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 역시 초록색의 거대한 아가리로 느리게 걸어 들어간다. 남자가 들어가고 초록색의 아가리는 괴성을 지르며 입을 다문다.
"오빠, 집이 왜 이렇게 횡 해? 마누라가 안 꾸미나 봐?"
책장 몇 개와 소파와 TV 하나와 어항 하나가 전부인 횡 한 거실에 여자는 남자에게 묻는다.
"뭐, 그렇지. 이쪽으로 따라와."
짧은 남자의 대답에 여자는 얼굴이 일글어 지지만 그녀에겐 추운 가을밤에 밖에서 잘 강인함과 용기가 부족했기에 남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철문이 몸을 들어내었고, 남자는 열쇠를 집어넣으며, 여자에게 말하였다.
"마누라 들어오면 바로 나갈 수 있게 지하실에서 하자, 지하실에 있으면 춥지도 않을 거고, 요깃거리도 있으니깐 다른 모텔보단 나을 거야."
지하실의 철문이 열리며 시커먼 어둠에 싸인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보였고, 남자는 잠시 더듬거리다, 찰칵 소리와 알거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밑에 화장실도 있으니깐 밑에서 샤워부터 해 밑에 냉장고에 마실 거리 조금 있으니 알아서 먹어 난 조금 있 다가 들어 올 태니깐."
남자는 전과 다른 부드러운 어조로 여자에게 말하였다.
'호호, 할 때 되니깐 잘해 주는 거 봐, 마누라도 있는 놈이 집에 딴 여자나 끌어 들이는 거 보니 마누라랑 사이도 안 좋은 거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팔자나 한번 고쳐볼까?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사는 것도 나쁘 진 않을 거 같은데,'
하고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였고, 남자는 2층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오빠, 천천히 와도 돼~"
여자는 사모님이 되는 망상에 기분이 좋아졌고, 얹잖았던 기분은 모두 날아간 듯 남자에게
말하였다.
여자는 시멘트로 발라진 좁은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런 큰집에서 사는 사람이면 뭘 하는 사람일까? 변호사인가? 아니면 판검사? 아니면 무슨 대기업 사장 아 들인가?, 우리 현수도 다음에 이런 집에 살면 좋을 텐데....'
그녀는 고아원에 버리고 온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잠시 서글퍼졌지만,
언젠가 돈 많이 벌어서 꼭 현수를 데리고 살리라 자신을 자위하며 지하실 계단을 내려간다.
"무슨, 지하실이 호텔보다 넓다니, 돈 많은 티를 이런데다가 내나보네."
약 20평 정도의 넓이의 지하실은 그녀의 말대로 웬만한 모텔의 방보다 넓었고,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침대는 흡사 과거의 왕들이 사용하던 침대만큼 컷 다.
지하실 구석에 있는 화장실을 발견하고 그녀는 그쪽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킁킁, 이건 또 무슨 냄새야, 곰팡냄새인가?"
그녀는 옷을 벗다가 말고 그녀의 작은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추정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도저히 그 냄새를 떠올릴 수 없었다.
'하긴, 남자 놈이 그 짓 하려고 만든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않나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래도 거슬리는데 어 디 향수 같은 거 없나?'
하며 여자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를 뒤지기 시작하였고, 잠시뒤 작은 빨간색 병을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아 보고, 아깝긴 하지만 여자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붉은 병에 든 냄새 나는 액체를 방 전체에 뿌리기 시작했 다.
"음, 나중에 그 짓 끝나고, 이 향수 하나 달라고 해봐야겠네."
사라진 냄새에 만족한 듯 여자는 사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방울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육감적인 육체 위에 흩뿌려진 물방울들은 더운 증기를 내뿜으며 그녀의 머리칼 끝에서 발끝까지 훑 어 지나가고 있었다.
따뜻한 물방울들은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였고, 뜨거운 증기 사이로 그 남자가 지하실로 들어오는 소리 가 들렸다.
'벌써 왔나 보네, 조금 더 샤워하고 싶지만, 손님은 왕이니깐, 나가봐야겠지.'
여자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몸에 물기를 대충 닦은 뒤 화장실 문을 열고 알몸으로
그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오빠 벌써 오면 어떻게 해 나 씻고 있었는데,"
여자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걸어갔다.
"너, 혹시 아르고스라는 괴물을 알고 있어??"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에게 물어본다,
"무슨 괴물인데? 무슨 팔이 4쌍인 괴물이야? 난 괴물 같은 거 잘 몰라"
하며 여자는 남자가 입고 있던 가운을 벗기며 말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는 바람기가 너무 세서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녔어."
남자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제우스는 이오라는 여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하다가 자기 마누라
헤라에게 들통 날 위험에 처하자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만들고 도망치지."
여자는 슬슬 흥미를 잃고 침대에 누워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해라는 암소 이오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눈이 100개 달린 아르고스라는 괴물에게
암소 이오를 지키게 해"
남자는 여자의 위에 올라타서 여자의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말을 이어갔다.
"아르고스가 이오를 감시하는 걸 안 제우스는 자신의 충실한 수족인 헤르메스를 시켜 아르고스를 죽이게 하 지"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해라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다가 죽은 아르고스가 불쌍했나 봐, 아르고스의 눈을 뽑아서
공작의 깃털에 박아버리지."
남자는 여자의 머리카락에서 얼굴까지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자는 남자가 행동을할지 예상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아르고스는 기뻐하지 않았어, "
그 순간 남자의 손이 여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여자는 깜짝 놀라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였지만 여자는 남 자의 손길을 떨쳐내지 못하였고, 남자는 말을 계속해 나갔다.
"나는 자신의 자랑이던 100개의 눈알이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어.
순전히 해라 자신만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나는 자신의 자랑을 빼앗기게 된 거야."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아르고스를 자신으로 칭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가기 시작하였고, 여자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해라는 하늘 위의 신이었고, 감히 나는 해라를 증오하지 못하게 되지."
여자의 발버둥이 점점 더 심해지었 시작했다.
"나는 나의 눈을 찾고 싶어졌어."
마침내, 여자의 발버둥은 멎어졌고, 남자는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눈을 보며
"혹시 죽은 사람의 눈을 바라본 적 있어? 사람이 죽을 때 눈 안의 홍채라는 게 풀리면서 눈 안에 공간이 넓 어져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의 영혼이 빠져나오는 거지 그리고 나는 주인 없는 빈 눈동자에 나의 영혼을 집 어넣으면 그 눈동자는 내 것이 되어버려...."
그녀의 눈동자는 풀리기 시작했고 그때야 그녀는 방안에 떠돌던 그 이상야릇한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경고하던 죽음의 향기를 말이다.
남자는 손에 힘을 풀기 시작했고, 축 늘어진 고깃덩어리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면도날로 여자의 눈꺼풀을 잘라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녀의 풀린 눈동자는 남자의 손에서
작디작은 포르말린 병에 담기게 되었고, 눈동자를 잃은 여자의 고깃덩어리는 화장실에서 목이 따 인 채 거꾸 로 매달리게 되었다.
남자는 피투성이의 몸으로 좁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동 하였고 기분 나쁜 눈 알 모형의 벽지로 칠해진 문을 열고 눈알로 가득 찬 벽지가 발려져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14번째 작디작 은 포르말린 병을 마치 전시하듯이 선반 위에 올려놓고
선반 아래의 책상으로 다가가 편지지를 꺼내어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아르고스가 돌아왔다. 인간들에게 나의 눈 100개를 돌려받기 위하여. 30개의 눈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나머지 70개의 눈을 돌려받을 때까지 나는 인간에게서 나의 눈을 뽑아 갈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에 있던 작은 붉은 병의 향수를 꺼내어 편지지에 뿌렸고 편지지를
들고 여자가 매달려 있는 화장실로 가서 그녀의 목을 잘라내어 들고 지하실 계단을 빠져나와
미리 준비한 듯한 스티로폼 박스에 여자의 머리를 넣고 편지지를 뚜껑 아래에 붙인 다음
마치 핸드백을 들듯이 오른쪽 옆구리에 박스를 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초록색 대문의 아가리를 열고 그 남자는 박스안의 여자가 계단에서 부르던 콧노래를 따라 부르며 검은색 승용차에 타고 언덕을 넘어 사 라져 간다. ------------------------------------------------------------------------------------------- 재가 전에 올린 아르고스 프롤로그 입니다. 맞춤법을 고치고 줄 띄우기를 했습니다 다시 첫 화부터 매일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비판은 환영하지만 비난은 상처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