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이 내년 시즌 대거 선수 감축을 예고한 가운데 예산은 증액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티즌의 내년도 본예산으로 75억 원이 요청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 65억 5000만 원에 비해 대비 9억 5000만 원(13%) 증액된 규모다.
시는 선수단 운영비 가운데 훈련용품비 4억 원을 비롯해 선수단 계약금 및 지급수수료 증액 등을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시티즌이 내년 시즌을 대비, 기존 선수 규모를 대거 줄이겠다는 구상을 낸 데다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 증액된 9억 5000만 원 대부분이 시티즌 자체 수입을 채우지 못해 발생한 적자 보전용으로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티즌이 2015년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된 이후 기업 및 광고 후원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시티즌에 따르면 올해 입장권 수입, 회원권 판매, 광고후원 수입 등 자체 수입은 24억 9800만원이다. 내년 자체 수입은 17억 원으로 약 30%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다 올해 김호 시티즌 대표이사가 신진 선수 육성 기치를 내걸어 60명 가까이 선수단을 확보했지만 내년에 대폭 방출을 예고하고 있어 본예산 증액안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다.
김 대표는 지난 해 34명이었던 선수 규모를 올해만 25명(74%)을 추가로 영입, 59명의 선수단을 운용했다. 이는 신진선수를 발굴·육성해 경기력 향상 및 안정적 선수 수급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안정적인 경기 기량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1부리그인 대구FC(44명)을 제외한 강원FC(34명), 경남FC(37명) 등 9개 시·도민 구단 선수 규모가 모두 30명 중반인데다 방만운영에 대한 질타가 나오자 내년 최대 14명까지 감축하겠다는 운영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운영 정책을 1년 만에 스스로 뒤집으면서 선수 영입 시 면밀한 검증 없이 '숫자'만 늘려 결과적으로 혈세 낭비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역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 자체는 좋지만 대전시티즌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지 못한 무리한 기조라는 게 1년 만에 들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티즌의 내년 본예산은 원안 의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시티즌의 방만 운영의 정상화가 요구되면서 내년 본예산안은 계수조정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시 관계자는 "신진 선수를 육성해야만 안정적 선수 수급 시스템을 확보한다는 시티즌의 정책은 옳은 방향이지만 훈련하다보니 기량이 상대적으로 미달되는 선수들이 있어 방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다른 시·도민 구단 수준에 맞춰 최소 9명에서 최대 14명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