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humordata_1832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밥좀주세여★
추천 : 17
조회수 : 328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9/09/17 14:26:58
때는 런던올림픽이 한창이던 2012년 여름의 토요일
나는 군대리아를 먹고 모닝똥을 거하게 싼 후 생활관에 누워 그 날 새벽에 있었던 일본과의 3,4,위전 축구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당직도 아니던 우리중대 보급관이 부대에 와서는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뢰병(공병대 소속이었음) 중에 최고참을 데려오라고 했다길래 뭔가 싶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행정반으로 향했다.
행정반에는 보급관 말고도 처음보는 보수대 상사가 같이 있었는데 대민지원을 나갈 일이 있으니 PRS-17 지뢰탐지기를 배터리 넉넉히 챙겨서 따라오라고 했다ㅡ.ㅡ
아직 태풍도 오지 않았는데 무슨 대민지원이며 도대체 지탐기가 왜 필요한지 몰랐지만 일단 챙겨서 보수대 상사의 차에 탔다.
위병소에선 외출증검사나 신원파악도 안하고 그냥 상사가 병사하나 밥사멕이고 오겠다고 하니 통과시켜줬다
차타고 가면서 이제야 무슨 일인지 얘기를 해주는데 자기 장인어른이 과자공장을 하는데 며칠전 조그만 기계 부품 하나가 사라져서 안보인다는거다.
아무래도 과자와 함께 포장이 돼서 과자봉지 안에 들어간거 같은데 그 기간에 생산한 양이 수백박스라 도저히 찾을 엄두가 안난다고 했다.
어제는 몇 십 박스 분량의 과자봉지를 일일이 뜯어서 확인해보고 재포장을 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금속탐지기를 구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군부대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한테 부탁을 했다는거다
공장에 도착해보니 진짜 수백박스가 쌓여있었다
지탐기를 작동해보니 공장 바닥 콘크리트 속에 철근이 있고 주변 기기에도 금속이 많아 계속 울려서 탐지판을 위로 향하게 하고 그 위에 올려봐서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먼저 시험삼아 찾아야할 것과 동일한 부품을 지탐기에 대봐서 반응이 있는걸 확인했다.
공장장님이 놓치지 않고 한번에 끝낼 수 있도록 확실히 하고 싶어해서 박스채 확인하지 않고 박스를 뜯어 봉지채 확인해보기로 하고 공장 직원분들이랑 작업을 시작했다
한명은 박스 포장을 뜯고 봉지를 하나씩 꺼내 건네주고, 나는 봉지를 탐지기에 대서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고, 한명은 확인이 끝난 봉지를 받아 다시 박스에 넣어 포장했다.
10시에 시작했는데, 12시가 되자 점심먹고 하자며 공장장님이 나를 데리고 근처 식당에 갔는데 휴일에 못쉬게 해서 미안하다며 육회를 사주셨다.
짬밥에 길들여져있던 내 혀 위에서 육회가 사르르 녹음과 동시에 '월요일엔 당직인데 주말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던 내 불만도 함께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밥먹고 다시 시작한 작업은 오후 4시까지 계속되었다.
만약 오늘 6시까지 못찾으면 미안하지만 내일 한번 더 와달라는 상사의 말에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여기서 도망쳐 당시 개봉중이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다음 출타는 10월이라 그때되면 이미 극장에서 내렸을 거란 생각이 다크나이트, 인셉션 연타로 놀란뽕을 심하게 맞았던 나를 힘들게 했다.
5시경 몇시간째 계속되는 반복작업에 모던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낄 때즘에서야 쳇바퀴를 멈출 수 있었다.
지탐기에 반응이 오자 곧바로 봉지를 뜯어 부품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근처에 있던 직원들이 환호했고,
그 소리를 들은 떨어져서 다른 작업을 하던 직원들도 모두 주위로 모여서 박수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수고했다며 한명한명 나에게 악수를 건네는데 얼떨떨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과자 3박스와 함께 부대로 복귀했고, 중대원들은 1주일간 PX에서 과자를 살 필요가 없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