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오랜만이야
글 제목이 뭔 어그로인가 싶겠지만
한다! 결혼! 내가!
글 쓰는 오늘, 딱 2주 남았어!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있어서
회사와 가까운 신혼집으로 한 달 일찍 들어와 살게 되면서
세상에...살림 차리는데 필요한 물건이 참 많구나
필요한 식재료도 참 많구나...
항상 집에 있던 식용유나 간장도
내 돈주고 살려니 왜이리 아까운지...
여튼 각종 양념류와 스파이스 등 구매했고
(E마트에서 19만원어치 삼)
주방설비도 전부 구매 완료
(가게 오픈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최저가로 찾아서)
나는 사실 신혼인만큼
와이프 될 사람이 어디서도 먹지 못한
그런 음식으로 주방을 개시하고 싶었는데
와이프가 전날 음주를 거나하게 하셔서
얼큰한 배추된장국이랑
제육이랑 계란말이로 주방을 개시함
아냐..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냐...
좀 더 멋진 요리를 해주고 싶었는데
결혼준비라는게 생각보다 할 게 많고
직장은 바쁘고 서로 휴무도 안맞고 하다가
간신히 하루 휴무 맞춰서
룰루랄라 장 보고
재료를 사와서
내 인생에 의미 있는 음식을 해주려고 했어
그 음식은 바로
봉골레였지
우선 2인 기준 재료
스파게티면 2/5봉
바지락 남자 한손으로 세 줌
방울토마토 6개
마늘 2~3개
페페론치노 2개
바질 3~4잎
올리브오일 10큰술
화이트와인 40ml
(와인은 드라이하고 단맛없는걸로)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봉골레고
키조개관자 4개
블랙올리브 6알
양파 1/8개
새송이 1/2개
브로콜리 1/4개
여기가 럭셔리에디션이야
시작해보자구
파스타를 함에 있어서 가장 첫번째
큰 솥에 물을 끓인다.
스파게티같이 긴 면을 끓일 때
냄비에 면이 다 안들어가면
면이 고르게 익지 않게 되니
반드시 큰 냄비에 물 많이
그리고 강한 화력으로 끓일 것
마늘은 얇게 편썰기
양파는
칼집 챱챱 넣어서
잘게 찹찹
이것이 양파찹의 기본
새송이는 반갈라서 2미리 두께로 챱챱
올리브도 반띵
브로콜리 먹기 좋은 크기로
조개관자는 옆에 얇은 막이 있음
제거해줘야 질기지 않음
숭덩숭덩 2~3등분
물이 잘 끓었으면
접시에 두국자정도 담아놓기
집에서 하는 접시예열방법임 ㅇㅇ
물 1리터당
10g의 소금
파스타를 맛있게 삶기 위한 공식임
면이 달라붙으니 오일 넣는 사람 있는데
절대 네버 그런 행동은 ㄴㄴ
오일을 넣고 면을 삶으면
면에 오일이 코팅되어
소스흡수가 제대로 될 수가 없음
면 넣고 가끔 잘 저어만 줘도
면끼리 붙을 일은 없음
약하게 예열 된 팬에 올리브오일 투척
8큰술정도 넣은 듯
마늘을 먼저 넣어서
올리브오일로 마늘 향을 옮김
올리브오일로 끓인다고 생각해야지
튀긴다거나 굽는다고 생각하지 말 것
약한불에서 휘적휘적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같이 넣으면
페페론치노가 먼저 타게 됨
그래서 항상 마늘먼저
씨를 제거한 페페론치노 넣기
씨는 매운맛이 강함
우리는 고추의 향을 느끼기 위함이지
결코 매운맛을 넣기 위함이 아님
해감과 물기제거를 완료한 바지락 투하
물기제거 안하면 헬게이트임
불을 중불로 올리고
10초정도 바지락을 오일에 볶아줌
그 후 화이트와인을 넣고
잘 흔들어줌
여기에 불을 붙이거나 하지말고
화이트와인의 멋진 향을 바지락에 입혀준다는 느낌으로
잘 저어주고
와인을 넣고 15초 후에
뚜껑을 닫아줌
열을 막아줌으로써
조개들이 입을 벌리게 해주고
팬을 열심히 흔들어서
입 벌린 조개에서 나온 육수
올리브 오일
화이트와인
이 세가지 액체를 하나로 합쳐줘야 함
이것이 봉골레의 소스가 되는것임
여기에 소금 한꼬집
후추 조금 넣고
불을 중강불로 올리고 관자 투척
토마토랑 새송이 넣고 볶아주기
면수 한국자 넣어서 팬 휘끼휘끼
유화시키고
아 면 다 익음
그 때 브로콜리 넣어서 10초넣고 같이 삶아주고
체에 걸러서 탕탕 털어
면에 수분기 없게 만든 후
소스에 투척
면 넣고 미친듯이 볶는 시간입니다.
불은 강불
아까의 소스가
면에 쫙 달라붙을 수 있게
소스가 남지 않고
면에 쫙 달라붙어있는
그것이 진짜 파스타
흐얏챠!!
바질은 손으로 잘라서 넣고
마무리로 올리브오일 2스푼 첨가 후 볶아주기
이탈리아에서 올리브오일은
우리나라 참기름같은 존재임
음식의 마무리에 항상 한바꾸 둘러줌
젓가락이나 집게로 면을 잘 떠서 돌돌말아서
안☆착
평소같으면 걍 대접에 쏟아부어놓고 먹었겠지만
신혼집이니까.. 접시에 이쁘게 데코하면
관자가 들어간 봉골레 신혼집 에디션 완성입니다.
중간중간 사진찍으라 면이 좀 불었지만
둘이 먹으니 참으로 좋다.
생각해보면 제가 오유에 처음
요리글을 올린것도 파스타였거든요.
벌써 10년전이네.
그 후에 요리에 관심가지면서
고등학교 때 알바도 했는데
제가 일한 파스타집이
지금 와이프 될 사람의 단골집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제가 방학기간 일했던 그 때 자주 방문했었고
제가 만드는 5가지 메뉴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그 안에 있었다고 합니다.
게살 들어간 그란치오 파스타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10년전
내가 만든 파스타를 먹어본거지.
세상에 마상에 인연이네 인연이야
그때부터 6년이 지나 우연히 제가 일하는 직장에
이력서 하나 딸랑 들고와서
여기 직원 혹시 안뽑나요..? 라고 했을 때
우린 여자직원 안뽑는데요 ㅡㅡ
라고 내가 대답을 했죠.
...아니아니 여혐이 아니라
컨셉이 남자만 일하는 카페였습니다...
내가 물어봤자나, 그때 나 첫인상 어땠냐고.
그러자 당신이 말했지
"싸가지없는 새끼라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싸가지없는 새끼랑 결혼해주셔서
아
봉골레는 내가 처음으로 해 본 요리입니다.
요리책보고 처음으로.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이탈리아 셰프를 만나
그 때 배운 레시피 그대로 써봤습니다.
이 레시피가 정답은 아니에요.
한국사람들이 먹기에 분명 싱겁고 자극적이지 않고
소스도 없이 뻑뻑한 맛입니다.
그래도 신혼집에서 처음으로 파스타를 하면
이걸 해주고 싶었지요.
이 봉골레 파스타가
당신을 만나게 해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