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가로는 오지은의 웨딩송을 불러주고. 매일 퇴근해서는 기타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휴일에는 빨래를 개며 서로 장난치고 웃고 가끔 소풍도 가고 나란히 포개 앉아 사운드 오브 뮤직도 보면서. 그런 꿈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가긴 개뿔 개싸움이나 안하면 다행이지 햇살이 비치는 채광좋은 베란다가 있는 집은 공시가만 3억이 넘는데 대출껴도 그건 불가능하거든! 처음에야 그럭저럭 괜찮은 생활을 이어가겠지만 싫은게 많은 나는 내 기분따라서 칭얼대고 짜증낼거거든. 그러니까 결혼은 못해.
2.
어머니가 어느날 왜 내게 결혼을 안하냐 묻기에.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는거라고 했다. 그 상대방 입장이란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3.
나는 내 생각보다 한 40프로 정도는 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누군가와 공존하거나 같은공간에서 같은 삶을 사는건 불가능하겠다 라는것을 깨달았다. 밴댕이 소갈딱지 혹은 오소리 오줌보만도 못한 내 비루한 멘탈과 소심한 마음 그것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한다는걸 알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이나 자자. 라고 하며.
4.
토요일은 내 날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만큼 게임을 해야 하고 자고싶은 만큼. 먹고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다. 한번은 토요일날 아침 열한시 반에 퇴근한 적이 있었다. 정말 나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함이 생겼다. 집에 가면 열두시 반. 점심먹고 한시부터 세시까지 낮잠을 자고 세시부터는 게임을. 다섯시 쯤 동네 뒷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산쪼메에 들러 라멘을 먹고 집에오면서 초록매실과 복숭아 아이스티를 사와 새벽 세시까지 게임하고 잠들고 놀고싶었는데. 풍동가서 차끌고 뭣좀 사오라고 하는 심부름 내용에서부터 내 주말이 뒤틀렸다고 생각하니 죽고싶을만큼 짜증이났다. 다녀오고 나면 또 다른 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혼에서 돈벌이로 이어지는 부모님의 잔소리들이 이어졌던 그날 나는 밖에나가 진탕 술을 마시며 아랫입술을 깨물다 들어왔고 남은 일요일 휴일마저 회사 휴일근무로 망쳐버렸던 그날 나는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했다.
5.
일요일 밤 10시에 자려고 누워 '아 내일은 뭐하고놀지' 라는 고민을 하고싶다. 테레비전 보면 가끔 나오는 30대 백수. 방문 걸어잠그고 술이나 마시던지 놀기만 하면서 방구석 여포같은 짓 하는 그런 백수가 될까. 그러면 난 편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죽을 때 죽더라도 인간답게 죽자 라는 생각을 한다면 차라리 일하다 과로사로 죽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일하는 걸지도 모른다.
6.
요양병원 같은데 가서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잠오는 약먹고 하루종일 잠만자고 싶다. 남들은 내가 운전 많이 하는 일이라 운전할땐 쉬는거 아니냐고 하는 인간들도 더러 있는데 글쎄다. 5톤 축차랑 2.5톤 카고 장거리 운전은 생각만큼 편한 일은 아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7.
웃는 이야기 쓰기가 힘들다. 웃긴 이야기를 쓰면 그 자체가 내 자신에게 가식 부리는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 실제 그렇게 재미있는 삶도 아니다. 너보다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양반들이 힘든게 내탓도 아니거니와 그양반들이 나보다 힘들게 살거나 말거나 내가 힘들다는데 너랑 그게 뭔상관이냐고 하고싶다.
8.
의자에 앉아 채플린 영화를 보면서 음료수 마시면 참 좋은데. 다시 시작한 오버워치는 실버정도만 되어도 좋을텐데. 오버워치는 여전히 800점 이쪽저쪽이고 한판이기고 열판지는 것의 반복일 뿐이다. 저녁마다 술술술 내가 먹고싶지 않은 술자리들이 거의매일 이어진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다음주 한주는 또 얼마나 많은 술자리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