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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여자 따라 이단교회 다녀온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826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구이야기
추천 : 18
조회수 : 4004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9/08/01 14: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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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친구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

한창 혈기왕성하던 20살 새내기.

나는 캠퍼스 안에 있던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고백했다가 차인지 얼마 안 되어서 뭐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고.
그냥 저냥 누워있는데 머리맡으로 그림자 하나가 스윽 들어왔다.

'저, 혹시 시간 좀 있으신가요?'

눈을 떠보니 어떤 여자가 A4 용지를 한아름 끌어안고 수줍게 말을 걸고 있었다.
심리학과 학생인데 레포트 때문에 그러니 설문조사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 심리학과가 있던가?
갸웃갸웃 하고 있는 와중에 핸드폰도 슬쩍 내민다.

'혹시... 혹시 나중에 뭐 여쭤볼 게 생길지도 모르니까 번호도 좀...'

와, 내가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있구나.
나는 헤실헤실 처웃으며 번호를 찍어주었다.
설문조사에는 중간중간 예수님이라든가 하나님이라든가 하는 단어가 있었지만,
뭐 종교 관련 수업이겠지 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성실하게 설문에 응해주었다.





이후 며칠, 나는 그 누나와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착하고 잘 맞춰주던 그녀는 단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그건 주말에는 교회에 가느라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회를 이틀 연속으로 가나?

아무리 교회에 대해 물어봐도 고개만 저을 뿐 안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쯤 되니 뭔가 오기가 생긴다.
나랑 노는 게 더 재밌을텐데 그깟 교회따위.

그래서 그 교회 같이 가보자고, 이참에 같은 종교 한 번 가져보자고, 당장 이번주에 가보자고 했다.
누나는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굉장히 기뻐했다.





교회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평범하게 작은 건물이었다.

입구에 긴 나무판에 뭔가 굉장히 길고 복잡한 교회이름이 써있었다.
아주 나중에, 누군가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이단 교회중 하나였다고 말해주었다.

아무튼 그땐 몰랐으니까.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무슨 예배를 드린다고 2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점심 먹기도 전에 끝이 났는데 생각보다 쉽다고 생각하던 순간, 누나가 내쪽을 바라보며 슬쩍 말했다.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사람들한테 너 소개해주고 싶은데 따라올래?'

별거 있겠어? 하고 나는 삼삼오오 흩어지는 무리들 중에 한 무리를 따라가는 누나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작은 빌라로 들어갔다.

10평 조금 안 될 것 같은 그 빌라 안에 나와 비슷한 또래 열댓 명이 원을 그리고 앉았다.
나를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청년부 같은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염을 잔뜩 기른 깡 마른 남자 하나가 웃통을 벗더니 그 원 가운데에 앉았다.
그러고는 스윽 둘러보다가 앉아있던 여자 한 명을 가르키며 지난주의 죄를 말해보라고 시켰다.

응? 지난주의 죄?

그러자 그 여자가 울면서 자기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데 말리지 못했다며 흐느끼다가 점점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저게 그렇게 서럽게 울 일인가.
뭐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끄덕끄덕 하는데 남자가 말을 이었다.

'담배, 담배뿐인가요? 뭔가 더 다른 죄가 있지 않을까요?'
여자는 울다말고 잠깐 생각해보더니 '술! 술도 한 잔 마셨어요!' 하고는 통곡을 이어갔다.
저게 무슨... 죄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며 뭐 상대적인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납득하려 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떡끄떡하더니 그만하면 충분한 죄라며 고생햐셧다고 다독였다. 그리고,
'오늘 새 식구도 왔고 고백도 들었으니 그 죄 많은 친구를 위해 노래합시다.'
하고 기타를 잡았다.




지옥이 시작된 시간은 약 12시부터 였다.

노래 하나를 5시간 정도 불렀다.
진짜, 한 곡.
미친, 노래방에서도 이정도면 사장님이 서비스 시간 안 넣어주시겠다.

정말 무서워지던 사실은 기타를 치며 점점 갈 수록 큰 목소리로 불렀고,
시간이 더 지나자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노래가 아닌 고함과 비명을 뱉어냈다.

아니... 담배랑 술 한 잔 마셨다고 이러는 건 너무 수지가 안 맞잖아.

게다가 노래를 부르면 부를 수록 사람들이 점점 한국어가 아닌 동물 본연의 소리를 내며 눈물과 함께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서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이러나 하며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가운데 있던 남자가 갑자기 기타를 멈추고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오... 들어온다... 들어온다... 들어온다앗!!'

기타를 내던지더니 일어나 눈을 까뒤집고 팔을 위아래로 파닥파닥 흔들며 뒷꿈치를 들었다 놨다 했다.
나는 그 대혼란 가운데서 혼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아마 기도에 진심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 형은 정글고의 불사조가 추던 구애의 춤을 재현하는듯 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벌리고 앉아있었고 그 형은 한 바퀴를 비잉 돌다가 내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눈을 까뒤집고 내쪽으로 오면서 기이한 소리를 질러댔다.
'우워어어우웡어너어ㅜ러ㅓㅇ뤄러러워뤄어'

나는 바로 턱을 가슴팍에 붙이고 허리를 숙여 몸을 둥글게 말았다.
'오 하나님, 제가 오늘부터 신앙을 가져볼게요. 저새기가 오지 못하게 제발 좀 막아주세요.'
그러나 그런 하찮은 방어자세와 오늘부터 1일인 내 신앙심으로는 그 형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불사조 형은 내 손을 빼서 붙잡고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우오오! 우오오웡오? 우ㅜ너뤄어러어어!'

여전히 흔들면서 옆에서 80정도 먹은 할아버지가 팝핀을 갓 배운 것 같은 몸짓을 하던 남자를 이상한 소리로 불렀다.
그러곤 턱으로 내 남은 한쪽 팔을 가르켰다.
80팝핀 형은 팝핀을 멈추지 않으면서 다가와 내 다른 팔을 붙잡았다.

'그냥... 말로 하시지 왜...'

한국어로 말하려던 내 얼굴을 보며 불사조 형이 팔다리를 격하게 흔들면서 외쳤다.

'우오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크게 '우워어어오어로오오????!?' 하고 면상에 침을 튀기며 소리지르는 바람에 본능이 드디어 이성을 이기기 시작했다.
'우.....우..오오....'

나는 마지못해 하면서 따라했고 불사조형은 그제야 크게 만족한 얼굴로 내 팔을 놔주었다.

그것은 마치 둥지를 떠나 보내는 어미새와 같았다.
날개짓 한 번 해보거라, 한 번 너 스스로 날아보거라 하며.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서비스 해주자 싶었고,
알아서 팔을 휘두르며 크고 우렁차게 우어어어어어어! 하면서 한 번 펄쩍 뛰었다.

그때 잠깐 내 옆에서 팝핀을 추던 형의 몸짓이 멈췄었다.





그 시간은 점심 끼니도 거르고 해가 다 진 밤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모두들 만족한 얼굴로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앉아있었고,불사조형은 내 핸드폰을 가져가 거기있던 사람들에게 한 번씩 손에 쥐어주었다.

'그럼 너도 이제 매주 나오는 거지?'

와씨, 너같으면 매주 나오겠냐. 아 넌 매주 나오지.

대답을 안 하자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시간나면 올게요, 라고 하며 핸드폰을 낚아챘다.
누나와 함께 아무렇지 않은 척 빌라를 나와 큰길까지 걸어갔고, 정말 평범하게 인사를 나눈 후 재빨리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달렸다.
긴장이 풀리자 그대로 뒷자석에 녹아내렸다.

아직도 오늘 일이 믿기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꿈을 꾼 걸까.





진짜 꿈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타렉스에 반납치 당해 산속으로 끌려가기 전 까지는.
출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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