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이나 시를 읽다가 좋아하는 문구가 생기면 꼭 저장해두는 버릇이 있어요
저 혼자만의 지적 허영심 충족같은 거랄까 ㅎㅎ 어쨋든 그래요 마음에 들어차는 글들이 좋아서요
혹시 있으시면 추천해주실래요? 밑에는 제가 좋아하는 글들 몇개 추려왔어요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란 걸 깨닫게 될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 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께"
어린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꼭 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줄 몰라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 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는 또다시 되뇌었다.
생 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그리울 때마다 바다를 퍼담은 어항은 얼마나 출렁였던가
밀리고 썰리고 흔들릴수록 쉽게 엎질러지는 작은 물의 나라
그 속에 갇혀 있는 슬픔을 깊숙이서 건져내어 위로하여 어루만지네
상처가 덧나 흉칙하게도 변했구나
만신창이인 너를 어쩌면 좋으니
공석진, 너를 어쩌면 좋으니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 이라고 말한다
가려거든 인사도 말고 가야지 잡는다고 잡힐것도 아니면서
슬픔으로 가득찬 이름이라해도 세월은 언제나 너를 추억할테니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누구의 눈을 멀게 할까
황경신, 청춘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김승옥, 무진기행 中
어느 날, 당신을 위해 주황색 풍선을 사러 다닌다. 그 풍선을 있는 힘껏 불어 터뜨리고는 또다시 주황색 풍선을 집어 든다. 내 욕망은 부풀리고 부풀려도 터질 줄 모르는 풍선 같다.
당신은 등을 돌리고 창가에 서 있다. 긴 팔을 늘어뜨리고 창틀에 기대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나를 미워하고 있다. 내가 풍선 터뜨리는 소리에 조금씩 어깨를 움찔하기만 할 뿐. 나는 당신을 차지하고 있는 창틀을 떼어 내던지고 싶다.
그냥 당신을 질투함으로써 좋아하기로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눈부심이 나를 그렇게 가난하게 한다. 사랑하면서도 이토록 가난한 것은 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도 무섭다.
파티용품 파는 가게로 달려가 주황색 풍선을 있는 대로 다 사서 바람을 넣어 온 집 안을 다 도배해도 결국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절반은 바람이 빠져버리고, 결국 남은 것들도 삼 일을 넘기지 못하고 사정없이 시든 국화 다발처럼 돼버린다.
그 수많은 풍선들의 꼬라지들이 꼭 나 같다며 쉽게 이해해버리는 것도 참 잔인한 일이다.
문득, 아니 오래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목숨이 걸어지지 않는,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하는 사랑이다.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남조, 서시
오늘은 이 별에서 뛰어내리기 좋은 날이에요. 앨버트로스의 눈부신 날개와 코스모스 속곳은 벗어두고 가요. 내가 이 별을 떠난 흔적이죠. 한 오백 광년 쯤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그대 사는 별까지는 좀 외로운 여행이긴 하죠. 난장이가 사는 초록행성과, 가시 장미들이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소행성 B29에서 잠시 쉬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물고기자리를 지날 땐 부풀어 오르는 태양풍 오로라를 조심해야 해요. 자칫 우리의 기억이 휘리릭 머플러처럼 날아 가버릴 수가 있어요. 그러면 난 만나도 그대를 알 수가 없죠. 깜깜한 암흑처럼 원초적으로 슬프죠. 와우 당신이 저만치서 보이네요, 양떼를 몰며 피리를 부는 당신. 내가 떠나온 별자리가 갑자기 눈부시게 환해지기 시작했어요. 당신을 만났으므로 내 별은 이제 막 초신성이 되는 중이에요. 그래요, 당신이면 나는 그만이죠. 언제든 죽어도 좋죠. 꽃이 지듯이 환하게요.
김인육, 직녀 일기 中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이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참 좋은 당신
쓰다보니 많아졌네요
좋아하는 시나 문구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