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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한낱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던 그 녀석..
게시물ID : animal_181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오징오징어
추천 : 16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7/05/28 00:56:07

술 먹고 허리가 아프므로 음슴체로 가겠음.

때는 본인이 스무살 때쯤.

고등학교를 졸업식 즈음 한 겨울에 가족끼리 등산을 갔었음.

동네 뒷산이었지만 위치가 묘해서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등산하지 않는 곳이었고

게다가 겨울내 내렸던 눈이 녹지 않았던 때라 등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등산로를 따라서 걷는데

진짜 발다박 동상걸리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친 산행이었음.

하지만 결국 정상에 다다르고 가족끼리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음!

나는 어느정도 배가 차자 전망이 좋은 곳으로 홀로 이동해 

눈 앞에 펼쳐진 설원!!! 까지는 아니고 눈에 덮인 도심 풍경을 혼자 감상하고 있었음.

고요한 적막속에서 홀로 경치를 구경한다는게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그런데 그때 저 너머 수풀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거임.

등산객 발길이 끊긴 산 속에...무슨?

야생동물인가 싶어서 몸을 바짝 긴장한체 뒤를 돌아봤는데

눈이 샛노란 늑대 한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음.

순간 내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림.

어딜가도 꿀리지 않는 운동신경과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그 순간 진짜 몸이 굳어버림.

그 늑대가 나한테 다가와서

그 우악스러운 주둥아리를 내 엉덩이에 들이대는 그 순간에도

난 진짜 아무것도 못했음.

소리를 치기는 커녕, 손 하나, 눈 하나 깜짝 못하고

그 녀석이 다가와 내 엉덩이를 탐하는 걸 그냥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음.

내 바지와 엉덩이 속으로 뭔가 뜻뜻 미지근한 것이 스며든다고 느꼈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이게 현실인지 뭔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패닉상태였던 거임.

그때 저 멀리서 비병소리가 들여왔음.

아니에요!!!! 아니야!!!!!!

다급하고 처절한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 녀석이 내 엉덩이를 헤집는걸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음.

마침내 격렬한 비명을 지으며 달려온 그녀는 

그 늑대를 내게서 간신히 떼어 놓았고 

이렇게 말했음.

알래스칸 말라뮤트인데 아직 새끼에요!

무릎이 탁 풀리는 느낌이였음.

진짜 야생에서 포식자를 마주치는 순간 몸이 굳는 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함.

한반도에서 늑대가 멸종한지 근 몇 십년이 지났다는 그런 기존의 지식같은건

떠오르지도 않음.

나는 얼굴이 사색이 된체 그 녀석의 침으로 범벅이 된 바지를 질질 끌며

집까지 무사 귀환했고

그 녀석 털이 가득 묻은 내 바지를 돌아보며

대자연의 위대함.

야생에서 약육강식의 처절함.

인류 문명의 위대함 등을...

돌이켜 생각해 봄.

술 먹고 쓴 썰 끝.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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