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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왑주의]컨트롤 비트 다운 받은 딴지일보 '힙합대전' 총정리
게시물ID : star_181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21
조회수 : 10608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3/08/27 20:40:36

"그래서 이 사업을 rap game이라 불러. 음악을 가장한 정치적인 선동꾼들의 경쟁."

- UMC/UW, 'You Mean Everything To Me' 중에서






왕년에 힙합 해본 적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텔레파시로 원고 의뢰를 받았다. 그냥 돌아가는 형국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 이거 원고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건 죽지않는 돌고래 김창규 기자의 텔레파시 원고 의뢰가 분명하다. 그는 그 정도로 무서운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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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이슈면을 즐기는 사람들은 힙합과 관련된 현재 이슈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일명 "컨트롤 디스 대란"이다. 그런데 이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 해보면 난감함이 발생한다. 힙합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게임판에 올라오는 이름들을 잘 모르겠고, 그 낯섬 때문에 사건들을 시간 혹은 인과 순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름도 익숙한데다 각종 음악 언론에서 양질의 분석 기사를 쏟아내주기에 이미 파악이 끝났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겉만 핥거나 겉도 못 핥은 정도의 일반 연예지 기사만 접하고서는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기도 힘이 들 것이다.


그래서 텔레파시를 받아들여 출동했다. 현재까지 흘러온 상황과, 그 가운데의 중요한 부분과, 한 술 더 떠서 의의까지 한 큐에 설명해주겠다. 따라만 오면 된다. 만약 중간에 있는 내용 다 필요없고 결론만 보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서 내려가도 되겠다. 나는 관대하다.






세상에는 경쟁과 배틀을 통해 성장했고 정체가 되었다 싶으면 지들끼리 치고박고 싸워서 역량 거리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예술 장르가 있다. 랩, 특히 힙합의 랩이다. 컨트롤 디스전, 컨트롤 대란이라고 불리는 작금의 사건들은 이쪽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장르 외부의 사람들까지도 무슨 일 났는지 들여다보게 할 정도로 넓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 아니겠는가.


태초에, 아니 이번 사건의 시작은 'Control'이라는 곡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빅 션(Big Sean)이라는 뮤지션이 있고, 이 친구가 다른 두 명의 래퍼와 함께 절정의 랩을 해놓은 7분 30초 짜리의 대곡을 만들었다. 그런데 샘플 클리어가 되지 않아 무료로 공개해버렸는데, 피처링한 두 명 중 하나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다른 둘보다 랩을 엄청나게 잘해놓은 것도 모자라 일을 하나 크게 냈다. 때문에 곡의 주인인 빅 션과 또 다른 피처링인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는 랩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묻혀가고 있다.


켄드릭 라마가 낸 일은 이런 것이다. 가사에서 현재 랩 음악 방면의 강자들을 주욱 열거하고는 '디스로 들리는' 언사를 퍼부었다. 그리고 미국 랩 계가 들끓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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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이번 대란의 시초.

닥터 드레를 통해 2011년 메이저에 데뷔하여 2012년의 미국 음악계를 온통 흔들어 놓은 괴물 신인.

이제 막 신인 티 벗은 친구가 랩의 기술적 측면과 문학적 측면에서 모두 괴물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예비 거장 낌새를 풍기고 있다.





'Control' 중 중요 구절


이건 제이콜, 빅 크릿, 왈레, 푸샤 티, 믹 밀, 에이셉 라키, 드레이크, 빅 션, 제이 일렉트로니카, 타일러, 맥 밀러에게 하는 말이야.

난 너희를 전부 사랑하지만, 지금은 너희를 살해하려 해.

너희 팬들이 너희를 들어보지도 못한 듯 만들 거야.

그들이 너희에게 명사 하나 동사 하나도 더 듣고 싶지 않게 할 거야.

경쟁이란 게 뭐지? 난 수준을 더 올리려 하는 거야.


Big Sean feat. Kendrick Lamar, Jay Electronica - Control

라마는 2분 55초 경에서 시작되는 2절에서 랩한다. 이 곡의 가사와 그 해석은 여기서.


켄드릭 라마는 곡에서 같이 랩한 두 사람까지 열거하며 '디스로 들리는' 표현을 썼다. '디스로 들리는'이라고 한 까닭은 보통 볼 수 있는 형태의 디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당한 존중을 해주면서 더 잘해야 하지 않겠냐고 힐난하는 뉘앙스가 짙다. 하지만 격려라고 하기엔 또 표현이 세기 때문에 디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묘하다.


게다가 랩의 도입부에선 에미넴을 조롱한 것 같은 혐의가 풍긴다. 에미넴의 구절인 "이 년아 난 코카인 안 팔아. 그걸 하지!"를 뒤집어 "난 코카인을 안 해, 자식아, 난 그걸 팔지!"로 목소리를 흉내내며 변용하더니, 곧바로 "네 중독이 재발했다면 긴장이나 풀고 내 CD나 돌려."라고 한다. 그런데 'Relapse(재발)'는 에미넴 2기의 첫 앨범 제목이다. 게다가 좀 더 랩을 진행시켜서는 앞의 코카인 패러디 구절을 다시 썼다. 이 역시 애매하다. 에미넴의 구절을 차용해온 수준과 에미넴을 조롱하는 수준에서 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경쟁'과 '수준'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이 지배적이다. 라마는 경쟁적인 디스 전쟁을 발발시키고, 그 경쟁을 통해 씬의 수준을 높이고 싶었는데, 디스 전쟁이 과열 되어서 총질하는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렇게 존중이 전제된 디스를, 디스인지 애매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건 이슈가 될 만하다. 괴물급 신인이 선배들을 디스하며 등장하는 건 이미 많은 전례가 있지만, 라마는 저 모호함과 '경쟁' 구도를 통해 갖가지 해석과 추측을 끌어냈다는 점이 좀 다르다. 덕분에 미국 랩 계에서는 라마에 호응해 각종 랩 괴물들이 대응작을 쏟아내고 있다. 에미넴의 절친들인 4인조 슬로터하우스(Slaughter House)의 멤버 조엘 오티즈(Joel Ortiz)가 대찬 랩으로 반응을 해주는 등 지금 미국 힙합에서는 애호가들을 열광케 하는 축제 같은 전쟁 혹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쨌든 미국 이슈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걸 보고 자극을 받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윙스(Swings)다.


지난 8월 21일, 스윙스는 'Control'의 비트 위에 랩을 한 'King Swings'라는 트랙을 공개했다. 한국판 컨트롤 대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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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한국의 컨트롤 대란을 시작한 장본인.

정연준이 시도했던 후기 업타운의 멤버인 적도 있어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스스로 붙인 별명이자 데뷔 믹스테입의 제목이 '펀치라인 킹'으로, 그에 걸맞게 언어유희 표현에 능하다. 다양한 플로우로 대부분 평균 이상의 랩을 들려준다.

타블로의 100마디 랩 트랙에 영향 받아 300마디, 500마디 짜리 곡을 제작하는 등 상당히 많은 시도를 하며 다작을 바탕으로 매우 빠르게 신인 위치를 벗어난 이력.

또한 이전에도 데드피(Dead'P), 어드스피치(AddSp2ch) 등과도 디스전을 벌였던 경험이 있다.

'King Swings' 중 중요 구절


Buckwilds, Do Main, 멤버는 많아 like Wu-Tang, 난 혼자야.

......

난 너네 안 싫어 해. 단 형이 미운 거 알아. 그래 미안하다. 그러니 이제 랩으로 따라와봐. 그 외의 신인 새끼들, 너넨 그저 신인 새끼들. 난 신인 때 너네 같지 않았어, So step it up. 내 윗세대의 정치꾼은 적지 않은 숫자. 난 널 존경하지 않아, 넌 내게 썩은 묵밥.







스윙스가 상당히 흥분된 플로우를 구사하며, 믹싱이 되어있지 않아 청취에 유의할 것.


스윙스는 'King Swings'에서 자신의 이력과 업적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자신감을 선보이며 크루를 두 개나 디스한다. 특히 벅와일즈(Buckwilds)는 2010년 한국 힙합에서 가장 뜨거운 신인이었던 제이통(JTONG)의 크루다. 제이통은 곧이어 트위터에서 "스윙스형에게 갖고있던 마지막 존중이 오늘 소멸 ㅠㅠ"이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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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크루들에 이어서는 '윗세대 정치꾼'도 언급하며 욕한다. 믹싱을 하지 않은 이유는 원초적인(raw) 맛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첫 반응은 아직 신인 코스를 벗어나지 않은 야수에게서 나왔다. 곡명은 '선배님, 안녕하세요'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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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2011년 데뷔. 특기할 사항이 별로 없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중 중요 구절


이 따위로 할 거면 음악하지 마. 도끼 wannabe, GD wannabe. 오버에서 제발 날 불러주세요. PD님 제발 좀 불러주세요. 아이돌들보다 더 잘 빨 수 있어요.


야수에게는 미안하지만, 딱히 안 들어도 되겠다.


야수에게는 애석하게도 이 곡은 수준 미달이었고 그래서 묻혀버렸다. 기본기만 구사하면서 낮은 목소리와 플로우의 안정감에 기대는 야수의 스타일이 오히려 독이 되어 제대로 된 랩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후 스윙스에게 쏟아지는 디스의 공통된 부분을 제일 처음 언급했다. "넌 메이저로 나가서 변질 됐다."는 말.


스윙스가 지른 불에 제대로 부채질을 한 것은 벅와일즈의 래퍼들이었다. 첫 타자는 테이크원(TakeOne). 스윙스 다음 날인 8월 22일에 테이크원이 공개한 곡은 'Re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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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원


2012년 데뷔. 신인으로서 아직 강력한 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Recontrol' 중 중요 구절


명반을 논하면서 정규 앨범과 믹스테입은 수준이 똑같지. 꾸준히 수익은 올라도 음악적 역량은 아무도 몰라봐. 인지도가 올라도 가진 영향 과대평가 하지 마.

......

아이러니하게도 형이 말한 버벌진트와 산이? 그 둘도 변했잖아.

......

난 R-EST 형님, 제발 트윗 좀 그만하길. 남을 깎아내려도 아무도 너를 인정 안 하니. 광주라도 아무도 안 부르지, 널 공연에.



아직 두각을 보인 적이 없는 테이크원은 이 곡으로 확실한 이름 알리기에 성공했다. 비록 이따금 저는 바람에 아마추어 티가 완전히 안 벗겨져나간 플로우는 아쉽지만 앞서 야수가 피상적으로 언급했던 '너 변했음' 주제에 더해 메이저로 나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버벌진트(Verbal Jint)와 산이(San-E) 또한 같은 변질 케이스로 분류한다. 게다가 중견 래퍼 알이에스티(R-EST)까지 끌어들여 디스하고 있다.


디테일의 아이디어도 좋았다. 도입부에 삽입된 영어 대사는 게임 [워크래프트 3]의 대사다. 인간 왕자 아서스가 복수심에서 시작된 원정을 떠나 악에 물들어 귀환한 후, 개선식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의 명대사다. "아들아, 지금 뭐하는 짓이냐?"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Suceeding you, father.)" 스윙스가 큰 업적을 이룬 건 알겠으나 이젠 그 왕을 죽이고 내가 왕이 되겠다는 깨알 같은 드립이다.


테이크원의 곡에서는 스윙스, 버벌진트, 산이, 알이에스티까지 총 4명이 거론 되면서 불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또 야수가 드러냈던 그리고 스윙스도 약간은 보여줬던, 존중(Respect)에 입각한 디스가 아닌 철저한 디스리스펙(Disrespect)에 기반한 디스로 반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테이크원과 함께 믹스테입을 만들기도 했던 벅와일즈의 어글리덕(UglyDuck) 역시 이 지점을 공유한다. 어글리덕의 제목은 'ctrl+alt+del *2'다. 스윙스에 대한 모든 생각을 리셋하겠다는 거다.


사진_187_copy.jpg 

어글리덕


2011년에 데뷔한 신인이지만 두각은 나타낸 편이다.

부진하던 벅와일즈에 대한 평가를 자신의 데뷔 믹스테입으로 털어낸, 촉망 되는 신인이다.















'ctrl+alt+del *2' 중 중요 구절


목소리만 크면 다 되는지 아나 봐. 정연준이 왜 너 살 빼라 했는지 알겠다. 돼지 멱따는 소리 그만하고 박자나 타.

......

그렇게 이슈가 되고 싶었냐 카피캣 미친놈, 싸이코패스 미친놈, 관심에 미친놈. 적당히 해야지. 자의식과잉 미친놈. 쿨한척 하지만 다 기믹. 사실은 정신병자 스윙스놈.

쌈디랑 틀어졌다가 한 동안 연락 안 하다가 뭐? 갑자기 사과하더니 다음날 저스트잼 나와달라고? 무슨 맘인지 이해는 하지만 창피하지도 않냐고. 난 너를 사랑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방송 좀 타니까 행사 좀 많이 들어오나 봐요?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 즐거웠나 봐요? Mad.C, J'Kyun 같은 병신들이랑 어울리는 꼴. 그 우정 오래 가길 바래, 무덤까지 갖고.




어글리덕은 스윙스를 대차게 디스하면서 동시에 이젠 중견급이 되어가는 매드클라운(Mad Clown)과 제이켠(J'Kyun)까지 싸잡아 디스한다. 어글리덕은 테이크원처럼 플로우를 저는 부분도 없이 탄탄한 플로우와 독하게 맘먹은 욕설로 구사했다. 덕분에 연예지들이 주로 다루는 사례도 어글리덕의 트랙이다.


이것으로 전선이 형성되었다. 스윙스가 벅와일즈와 두메인을 디스하였고, 벅와일즈의 멤버인 테이크원과 어글리덕이 반격을 했고, 야수는 잊혀졌다. 테이크원이 버벌진트, 산이, 알이에스티를 함께 디스하고 어글리덕은 매드클라운, 제이켠을 동시에 디스하자, 기대감이 커졌다. 언급된 중견들이 참전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대감 말이다. 그리고 스윙스 vs 테이크원/어글리덕의 전선 상황을 지켜보던 한 중견 래퍼가 목소리를 낸다.


딥플로우(DeepFlow)는 다시 하루가 지난 8월 23일에 'Self Control' 트랙을 공개하면서 존중(Respect)이 전제되지 않은 디스전 양상에 대해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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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플로우


2000년대 한국 힙합에는 2세대 레이블인 소울컴퍼니와 빅딜의 둘이 축이었는데, 딥플로우는 당시 빅딜 소속으로 빅딜 레코드의 부흥에 크게 공헌했다.

안정적인 플로우와 잘 정리된 표현 능력을 보유했다.

20여 개 이상의 크루와 레이블을 거쳤으며 현재는 자신의 1집 제목을 따와 이름을 지은 크루 비스메이저(Vismajor)를 이끌면서 크루 소속 신인들을 대형으로 조련(?)해나가고 있다.

외모는 무서워 보이지만 착하고 개그를 잘 치는 캐릭터.

'Self Control' 중 중요 구절


켄드릭 라마가 선포한 전쟁, World Wide 쭉 뻗어가네. 근데 왜 진짜 핵심은 몰라?

실컷 거울 앞에서 Poker Face 연습해놓고 홍대에서 마주칠 때면 웃으며 악수. 펀치라인 킹의 한숨, 하극상의 치욕. 니가 했던 방식 애들이 다 보고 배웠지 뭐. 역사는 흐르고 왕좌의 방명록을 지워.

Reload, 난 봤어 서로를 물어뜯는 지옥. 침묵하던 교실이 지목한 엄석대 "저 새낀 개새끼야" 너도 나도 일어섰네.









딥플로우의 랩은 현재까지 등장한 컨트롤 대란의 랩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한 꼰대질이 아니다. 딥플로우는 켄드릭 라마가 'Control'에서 디스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지점에 서면서, 단순한 디스전이 아닌 레벨업을 위한 경쟁을 부추겼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윙스에게는 "니가 했던 방식"으로 "서로를 물어뜯는 지옥"이 오길 원하냐고 질문하고, 테이크원/어글리덕의 트랙은 "침묵하던 교실"이 "엄석대"를 "지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뮤지션들에게 쌓여있던 서로에 대한 불만이 디스전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것을 예견한 것이다.


같은 날 원래는 비 엑스 킬라(Vee X Killa)라는 이름을 쓰다가 이제 엑스 일렉트로(X Electro)로 개명한 신인은 또 다른 예견을 했다. 엑스 일렉트로의 곡은 매우 단순하게 'CONTROL RM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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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일렉트로

2011년에 데뷔했으며, 이전 이름은 비 엑스 킬라. 가면을 쓰고 안티 히어로 캐릭터 컨셉을 사용하며, 앨범에 관련된 만화를 공개하기도 하는 재밌는 신인.

반면 랩은 플로우를 지나치게 화려하게 하려는 신인 특유의 나쁜 버릇을 이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히어로 컨셉에 함몰될 위기를 가끔 내보인다.





'CONTROL RMX' 중 중요 구절


SWINGS SAID "나는 신인 때 너네 같지 않았..." 나도 알아, 모두가 신인 때 고도비만이진 않았어.

하지만 반은 맞는 말. 요즘 애들은 없지 패기. 앨범 낼 깡도 없고 일 터지면 바로 째지.

하지만 SHOW ME THE MONEY 돼지가 우리에게 판을 열었네. 그럼 우리 좆밥들은 그 위로 전부 달려 들어야 해. 그리고 야수 같은 진짜 좆밥들을 사장시키고, 광주오리나 TAKE ONE이랑 혓바닥으로 피터져야 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아.



엑스 일렉트로는, 켄드릭 라마의 케이스처럼 스윙스가 '판을 연' 것으로 간파했다. 그리고 벅와일즈도 두메인도 아니어서 아무 관련 없는 자신이 나서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판'에 끼고 싶기 때문이라는 의도를 시사한다. 여기서 엑스 일렉트로가 '판'이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디스 공방이 아니라, 디스를 매개로 수많은 래퍼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경쟁하러 나오는 게임판이다. 왜? 애초에 이게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 대란을 한국 버전으로 이어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딥플로우는 이 싸움이 랩 기술과 표현 능력의 디스전이 아닌 인신 공격과 진실 공방의 게임으로 이어질 것을 예측했다. 엑스 일렉트로는 그런 게임이 단순히 디스의 당사자들끼리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제3자들이 등장해 판을 넓혀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두 사람의 예견은 맞아떨어졌다.


같은 날 23일. 이번 컨트롤 대란의 가장 큰 분수령, 이센스(E-Sens)가 'You Can't Control Me'를 들고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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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


힙합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듀오 슈프림팀의 멤버. 언더그라운드 시절 신들린 듯한 플로우로 크게 호평을 받고, 이 성과를 계기로 다이나믹 듀오가 설립한 아메바 컬처와 계약해 슈프림팀으로서 메이저에 데뷔한다.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속칭 쌈디와의 슈프림팀 활동은 성공이었지만 예능 등의 방송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쌈디와 달리 이센스는 음악에 전념하는 것을 좋아했다.

2011년 이센스 본인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월 22일로 아메바 컬처와의 계약이 해지되었고 슈프림팀도 평화적으로 해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센스 본인의 대마초 혐의는 2012년 4월에 집행유예 판결이 났다.

메이저 데뷔 전에 오케이본(O.K Bone)과 디스전을 벌인 적이 있고, 이후 오케이본의 활동은 없다.











'You Can't Control Me' 중 중요 구절


유통기한 지난 니 rhyme 의 방부제, 지폐. 연예인 아닌 척. 한국힙합 후배를 위해 한 몸 다 바치듯 연기하며 사기를 치네.

회사는 발목을 자르고 목발을 줘. 내가 걷는 건 전부 지들 덕분이라고 턱 쳐들어올리고 지껄여. 말 잘 들으면 휠체어 하나 준대. 니들이 팔려고 했던 내 인생, 쉽게 내주지 않아. 내 boss는 나.

......

궁금해. 걔네가 나한테 저지른 양아치짓에, 입 닫고 눈 감은 여우의 피도 뜨거워질지. 내 얼굴에 떡칠해놨던 메이크 업 다 씻어내는 데 걸린 시간 아무리 짧게 봐도 2년.

......

이거 듣고 나면 대답해. 개코. 지난 5년 간 회사 안에서 날 대했던 것처럼 뒤로 빼지 마. 날 위한 마지막 존중, 미리 거절했으니 병사 대 병사로 전투. 착한 사람 코스프레 fuck that. 더럽게 얘기해도 솔직해져 봐. 제일 얍삽한 게 너인 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다듀 군대 땜빵, 후배의 리스펙 이용했지. 내게 설명해봐.

니 옆의 랩 퇴물을 비롯해 나머진 새끼들 다 쓰자니 너무 아까운 내 볼펜. 다 알아듣겠지. 패스.

10억을 달라고? 아메바 컬쳐. kiss my ass. 니들 잘하는 언론 플레이. 또 하겠지. 날 배은망덕한 새끼로 묘사해놓겠지.




엑스 일렉트로의 예측이 맞았다.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 나왔다. 딥플로우의 예측이 맞았다. 경쟁이 아닌 전쟁에 방점이 찍혔다.


이센스의 등장은 스윙스와 딥플로우를 능가하는 거물의 등장이었다. 게다가 이센스가 겨냥한 전선은 이미 형성된 스윙스 vs 테이크원/어글리덕의 전선이 아니었다. 현재의 디스전과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전선을 만들었다. 상대는 더한 거물인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이 트랙의 본질은 간단하다. 힙합답게, 래퍼가 자신의 입장/주장을 랩으로 멋지게 표현했고 그 방법은 디스였다. 다만 그 상대가 여태껏 누가 디스할 생각도 못하던 '큰형님들'이었고, 그 세부적인 전술은 진실 공방이었다. 딥플로우의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는 첫 징후였다. 스윙스 vs 테이크원/어글리덕의 디스에서는 서로에 대한 최소의 인정이 있었지만 이센스의 전선에는 그런 게 없었다.


'You Can't Control Me'에서는 다이나믹 듀오와 그들이 설립한 회사 아메바 컬쳐가 사정없이 욕설을 들어먹는다. "니 옆의 랩 퇴물"은 분명히 최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이나믹 듀오의 군입대에도 의혹을 제기한다. "회사는 발목을 자르고 목발을 줘"라는 구절이나 "양아치짓", "10억을 달라고?"라는 구절은 이센스와 아메바 컬처의 계약 해지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게다가 언급한 "입 닫고 눈 닫은 여우"가 동료였던 쌈디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관심거리였다.


이센스가 만든 전선은 스윙스가 만든 전선보다 더 묵직한 파장을 가져왔다. 스윙스와 벅와일즈 멤버들의 디스전은 최악의 경우라도 서로에게 욕만 하며 감정만 확인하면 되는 싸움이다. 이런 싸움은 전개에 따라, 구경꾼 입장에선 허무해보여도 좋은 게 좋은 거인 '평화적 마무리'도 가능하다. 반면 이센스는 싸움을 진실과 거짓의 게임으로 갖다놔버렸다. 이런 싸움은 화해가 불가능하다. 딥플로우의 표현대로 "서로를 물어뜯는 지옥"이 되는 거다.


개코는 이날 밤 자신이 싸움을 피하지 않음을 천명했다. 사람들은 개코의 참전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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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유행어를 배워보자.

누가 나를 공격하고 짜증나게 하는데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땐

"control 비트 다운 받았다."고 말하면 된다.

(한국민속촌 트위터에서도 사용하는 유행어다.)


이센스가 전선을 만드는 동안 스윙스도 어글리덕에게 반격을 했다. 그런데 그냥 반격이 아니라 전선을 더 키웠다. 이센스의 전선과 자신의 전선을 합쳐버린 것이다. 이센스의 트랙이 나오고 곧바로 공개한 '황정민(King Swings Part 2)' 트랙에서 스윙스는 어글리덕 외에도 쌈디를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센스 전선도 자기가 끌어안으려는 것이었을까.


스윙스가 한층 흥분했고 랩도 한층 강하다.

영상이 가사를 지원한다.


스윙스가 제대로 흥분했거나 딱 이 트랙이 출격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능력을 100% 드러냈다. 어글리덕과 사이먼 도미닉에 그치지 않고 프로듀서인 프라이머리까지 끌어들여 디스했다. 또한 전선의 집중을 높이려는 것인지 랩을 끝낸 후 소리지르는 샤웃아웃(Shout-Out) 파트에서는 제이통과 테이크원에게 존중(Respect)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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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인 프로듀서, 프라이머리.


스윙스의 대응이 공개된 후 곧바로 어글리덕도 스윙스에게 반응했다. 어글리덕의 'Format'이 공개되었다.






'Format' 중 중요 구절


분명 부정 할 수 없어, 니 영향력. 하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 너 변한 거.

너 그랬지, 너 신인 땐 안 이랬다고. 그래, 너 씨발 그때는 안 이랬다고.

난 이미 많은 걸 깨달았기에 이젠 스스로 해. 형들 수발 들던 시절은 다 지났어, 예전에. 너네들 하나하나 싹 다 틀어졌던 거, 어렸던 나한테는 엄청 컸던 충격. 계속 그렇게 더 헐뜯어보지 그래.

......

난 control 하려 한 적 없어. 내 목적은 reset. 난 진심으로 싫었어, 니들이 둘러대는 핑계. 그래서 다 어디로 갔냐, 혼란 속에 형제들. 내게는 한때 자랑스러웠던 쫌생이들.


어글리덕은 스윙스의 곡 'Upgrade'의 비트에 랩을 했고, 컨트롤 대란에서 처음으로 'Control'의 비트가 아닌 곡을 쓴 경우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이전 트랙 'ctrl+alt+del *2'에서 할 말을 다 해버렸다. '스윙스는 변했다.' 그리고 스윙스나 어글리덕이나 딥플로우의 지적을 유념한 것인지 최소한의 상호 존중은 지키고 있다. 스윙스 vs 테이크원/어글리덕의 디스전은 이렇게 대강 일단락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글리덕에게 보낸 '황정민(King Swings Part 2)' 트랙에서 스윙스가 이센스-개코의 중간에 있는 쌈디까지 끌어들여 디스하면서, 스윙스가 이센스의 전선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스윙스, 테이크원, 어글리덕, 이센스의 공통점이 있다. 뮤지션들 간의 관계와 힙합의 시장 형태에서 누적된 갈등과 불만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벅와일즈 뮤지션들이 스윙스에게 가한 반격과 이센스가 개코에게 보낸 공격은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이다. 메이저 시장으로 가서 무슨 이상한 짓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이 주워섬기는, 관계가 어그러진 이야기 역시 이런 시장 구조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돈과 순수성에 대한 해묵고도 계속되고 있는 갈등이다. 그간 한국 힙합이 안고 있던 곪은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어글리덕의 첫 트랙 'ctrl+alt+del *2'가 공개되었을 때 딥플로우는 이런 소모전을 예측했고 엑스 일렉트로는 커지는 판에 끼어 자신을 증명하려 시도했다. 이런 시도가, 이 시점인 23일 밤에 또 일어난다. 꼰대질의 주인공은 과거 스윙스와 디스전을 벌였던 데드피(Dead'P)이며, 판 키우기에 끼어든 사람은 신인 일레븐(illev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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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피


중후한 랩에 사회학과 철학에 바탕한 인식 체계를 담을 줄 아는 중견급 뮤지션. 목소리 톤이 낮은 래퍼들의 전매특허인 안정적인 플로우를 보유했다.

2012년에 스윙스가 자신의 곡에서 빅딜은 이제 끝이라는 언급을 하여 시작된 디스전의 주인공. 제대로 된 디스전을 보기 힘들었던 한국에서 매우 들을 만한 디스전이었다.




'Rap Game Control' 중 중요 구절


한국힙합의 bar를 올려? 좆까고 있네. 욕심에 눈먼 새끼들만 불타고 있네. 서로 찌르고 따고 까고 일러버린 비밀들. 우린 모두 그런 숙명인가? 동족상잔의 비극.

어차피 우리의 위치는 여전히 낮고 하찮지. 이 모든 것은 항상 뒤로 수근대는 담합과 뒷담으로 하는 정치들, 또 걔넬 지원하는 엔터테인 장사치들. 걔네가 꽂은 빨대, 걔네가 만든 테두리. 우리의 피를 빨 때 걔네는 성을 세우지. 한국힙합 노예들끼리의 대물림. 정신 차려라, motherfuckers 난 되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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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


2011년에 데뷔해 최근에는 EP도 한 장 낸 신인이지만 그보다 덜한 활동을 한 신인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슬픈 상황이다.



'Conto11' 중 중요 구절


이건 힙합의 축제. 남들 즐기게 둔 채로 내 본능 억누른다면 그건 정말로 유죄.

......

이건 단순한 game이 아냐. 역사의 한 페이지.





한편 야수가 두 번째 스윙스 디스곡인 'Hiphop Control Us'를 공개했지만 이전 트랙과 같은 결점을 보여줬고 '힙합은 결국 허세로구나' 하는 자조 섞인 성찰의 씨앗이 살아나지 못하고 죽어버린 트랙이 되었다.



스윙스가 전선을 합치려 하든 말든, 데드피가 훈수를 놓든 말든, 일레븐이 이름 알리려 끼어들든 말든, 야수가 무시 받든 말든, 관전자들 대부분이 관심 있어 하는 건 이센스의 공격에 대한 개코의 반격이었다. 이센스, 스윙스, 데드피, 일레븐의 트랙이 쏟아진 23일 저녁에 개코가 트위터에 올리길, control 비트 다운 받았다잖았나.


다음날 24일이 되어 개코의 'I Can Control You'가 공개되었다. 이센스의 'You Can't Control Me'에 대한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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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한국 힙합의 1세대. CB-Mass로 데뷔해 팀 동료 최자와 결성한 다이나믹 듀오를 통해 메이저에서 장수 뮤지션으로 깃발을 꽂았다.

언더그라운드에서의 성과만을 바탕으로 메이저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로, 동시대에 메이저에 진출한 데프콘/에픽하이가 예능을 바탕으로 인기를 얻은 것과는 비교된다.

현존하는 한국어 랩의 기술 대부분을 섭렵한 괴물. 대신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토리 텔링 능력의 디테일이 아쉽다.

최자와 함께 자신들의 메이저 레이블인 아메바 컬처를 설립해, 자신들과 비슷한 유형의 슈프림팀을 데뷔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I Can Control You' 중 중요 구절


넌 열심히 하는 랩퍼애들한테 대마초를 줬네. 맨정신으로 만든 랩 반응봐. "이 새끼 약 빨았네" 네이버 검색 고개 숙인 니 사진 봐. "약 빨았네" 똥싸놓고 회사한테 치워보라는 식, 참아준 형 배신하고 카톡으로 등돌리는 식, 한 곡 부르고 목 쉬어서 항상 빡쳐있는 입.















개코는 평소 보여주지 않던 분노를 표출했고, 분노를 탄 플로우는 실망 따위 없이 화려하면서 탄탄했다. 판에 참전한 뮤지션 중 가장 긴 경력과 최고의 이름값을 가진 사람다운 트랙이었다. 개코가 예고 트윗을 올릴 때만 해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반격하지 않아도 잃을 것 없는 사람이 괜히 싸움판에 뛰어드는 무리를 할 리가 없을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개코는 당당히 이센스에 맞대응했고 절묘한 플로우 덕에 관전자들은 열광했다.


반면 가십을 좋아하는 관전자들은 실망했다. 이센스가 거론했던 '양아치짓', '10억', 사장으로 추정되는 '누나', '여우'가 쌈디인지 아닌지, 쌈디의 입장은 어떤지 등이 모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진실게임을 하지 않고 비난공격에만 집중한 개코의 전술은, 사실 그의 입장에선 옳은 것이다. 개싸움은 모두가 피곤해지는 싸움이며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대선배인 개코의 입장에선 그런 싸움은 거절하는 편이 더 낫다.


그런데 말이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딴지스라면 의구심이 들 것이다. 켄드릭 라마가 불을 붙인 출발점과 딥플로우/데드피의 우려 말이다. 경쟁은 퇴색되고 존중에 기반한 디스는 없다. 인신공격과 상호 공방이 주가 된 상황이다. 개코를 향한 이센스의 공격은 첫 번째 증상이었다. 두 번째 증상이 개코의 트랙 직후 발현한다. 그룹 CMYK의 멤버 지백이 공개한 'Lose Control'이었다. 지백의 대상은 랩의 빠르기로 메이저에서 이름을 날린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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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백


그룹 CMYK, 옛 그룹명은 Sunday 2PM의 멤버. 아웃사이더의 레이블인 블록버스터에 창립부터 소멸까지 그룹 전체가 소속되어 있었다.

멤버들의 역사와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지나치게 낮다. 한국 힙합의 평균에 딱 부합하는 스타일과 레벨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Lose Control' 중 중요 구절


스윙스, 테이크원, 딥플로우, 이센스. 그 곡들은 내겐 한 편의 포르노, 릴렉스가 안 돼. 당신들이 날 컨트롤했어. 발기 돼. 근데 피가 몰린 곳은 자지보다 위에 가슴이고 진정 못하는 혓바닥. lose control, let's talk about 씨발거, bang 다 쏴버리고 이 game의 판을 뒤집어. 빼는 거 하나 없이 다 까발리고 몇 명 목줄을 매.

그 대상은 아웃사이더. 대장놀이 오타쿠. 늘 자비로운 척 하며 뒤론 니가 잃어버릴 게 뭔지 계산하고 밑에 말들을 움직여. 그래 말빨이 좀 되니까 사길 쳐?

몰랐지. 그땐 사무실 월세를 내는 게, 매니저형 집 보증금이 내 투자금인 게, 몇 천이라던 투자금이 단 오백이었던 게, 당연한 줄 알았던 그 '형제'란 핑계.






지백은 CMYK, 당시 Sunday 2PM이 블록버스터의 해체와 함께 새 회사를 찾던 시기에 있었던 일을 폭로한다. 이센스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디스 전선과 상관없는 인물이 나와 새로운 전선을 만든 경우다. 아직 아웃사이더의 반응은 없어 전선이 끝날지도 모른다.


첫 번째 이센스, 두 번째 지백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컨트롤 대란은 축제 같은 경쟁이 아닌 뮤지션 간의 갈등이 터져나오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런 식의 증오에 기반한 디스가 지나치게 심해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험했기에 무의식 중에 자제하는 업계 내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 있다. 켄드릭 라마의 모호한 디스 역시 그런 맥락에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런 대대적인 디스전을 겪어보지 못했다. 산발적인 1:1 디스가 아닌 여러 뮤지션이 연관되는 복잡한 디스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장르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때문에 개코의 트랙을 기점으로 인해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된 장르 외부의 언론은, 이슈와 가십에만 집중하고 디스의 폭력성이라는 겉면만 보게 된다.


더 안 좋은 것은, 게임의 판이 자꾸 폭로성 진실게임으로 흐르고 언론도 이쪽만 비추다 보니 관전자들이 초점을 맞추는 부분도 랩이 아닌 진실게임이라는 점이다. 개코가 트랙을 공개한 지 바로 다음 날인 25일, 이센스가 개코에게 대응한 트랙 'True Story'가 공개되었을 때는 이런 경향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True Story' 중 중요 구절


넌 절대로 날 가두지 못해. 너넨 다 사기꾼. 니가 빡치기 전까지 내가 봤던 건 가식뿐. 이제 니 본심이 나왔네. '약쟁이 새끼 맥여줬더니 욕을 해. 감히 여기 왕한테?'

진작 하지 그랬어 그런 말. 잃을 것 없는 니 놈 새끼 거둬줄테니 회사 말 좀만 들어달라고 하지 왜. 미꾸라지 아님 뱀? 시발 어째 끝까지 대인배 흉내야 니네.

못된 형이 해줬던 마지막 홍보. 뭐 받을 거 다 받고 쫓겨나더니 지 욕보이는 멍청한 놈 만드네. 니 속 훤히 다 보여. 내 똥 냄새는 어떻게 참았어 개코면서.

까놓자. 기자가 대신 해도 됐을 니 rhyme에 대답을 모두가 원해. 이게 메인 이벤트. 나 좆 됐을 때. 내가 그랬지. 기필코 내가 몇 배로 갚아주겠다고. 떼 쓴 적 없었네.

2년 뒤, 내게 내민 노예계약서. 진짜 손해가 얼마냐 물었더니 그거 알고 싶음 회사한테 소송을 걸라고? 2억 주고 조용히 나가면 8억을 까주겠다고?

웃기는 소리 말어. 구라친 거 알아냈지. 날 바보 취급하며 맘 써주듯 얘기했지. 난 분명히 말했어. 절대로 책임회피 하지 않는다고. 이 얘기에 어디가 배신?


이센스는 자신이 건 진실게임에 대해서는 침묵한 개코에 대해 조목조목 재공격을 가했고 아직 이에 대한 개코의 반응은 없다. 디스가 오고가면서 더 다양한 플로우를 공격에 쓰기 위해서였는지 어글리덕의 'Format'처럼 'Control'의 비트가 아닌 다른 비트를 썼다. 현재 미국에서 고전 힙합의 사운드 형식을 되살리는 조이 배드애스(Joey Bada$$)의 곡 'Unorthodox'의 비트다.


그리고 뜨거운 감자가 되어 사이에 끼어있는 사이먼 도미닉, 속칭 쌈디가 바로 직후에 'Control'을 공개하며 자기 입장을 정리하고 스윙스의 디스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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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 애칭 쌈디


부산에서 데뷔해 단번에 핫 루키로 떠오른 이력의 소유자. 아메바 컬처와 계약한 후 이센스와 슈프림팀을 결성해 아이돌급의 인기를 이룩했다.

좋은 발음에 탄탄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달성한 양가적인 플로우를 구사한다. 반면 동료인 이센스에 비해 서술 능력은 떨어졌지만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결합이 화학 반응이 되었고, 어차피 21세기의 메이저 한국 음악 시장에서 그런 능력은 잘 쓰이지 않는다.

MBC '용감한 형제들'과 같은 예능에 자주 출연하여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고, 순수주의자인 이센스와 이로 인한 불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설이 제기된 적 있다.

'Control' 중 중요 구절


구경난 개들은 내가 그 여우래, 잠시만? 센스가 애매하게 날 깔 리 없잖아? 방심하지 마.

이센스 vs 아메바컬쳐, 이센스 vs 다듀. 나 역시 문제가 많았지만, 그들의 맞지 않는 사주. 이 둘 싸움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 언제나 한쪽을 꽉 쥐었던 건 내 동생의 손목. 

......

내가 티비에 존나 나와서 착한 척 쪼갤 때 뒤에서 나쁜 짓 하고 있었던 건 대체 누군데. 니 친구한테 물어봐. 내가 뒷통수 칠 놈인지. 확실한 건 진실은 니 옆에 없지. 알겠나 씨발새꺄.






쌈디는 트랙을 2절로 구성했다. 1절에서는 이센스와 관련된 의혹이 중간에 선 입장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2절에서는 스윙스의 디스에 대한 반응에 신랄하게 반응한다. 쌈디의 장기인 '안정적인데 신들린 듯한' 플로우의 모순된 덕목이 아주 잘 빛났다.


문제는 쌈디 역시 이센스/개코/스윙스가 휘말린 진실게임 프레임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둘과 같은 아쉬움을 남긴다. 더 위트 있는 조롱을 담아낼 수 있었을 랩이 진실게임 해명처럼 나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쌈디의 트랙에 담긴 이야기도 이슈과 가십을 소비하는 관전자들에게 열광적으로 소모되었다.


디스를 관전하는 입장에서, 당사자들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에서 진실이 어느 한 쪽에 있을 경우는 많지 않다. 진실은 둘 다에게 있거나 둘 다에게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관전자는 두 편의 어느 한 쪽에 설 필요가 없다. 진실은 디스전 당사자들에겐 자신의 역량을 최고조로 발휘해내기 위한 매개로 작용하고, 관전자들에게 갖는 의미도 딱 거기까지다. 디스는 경쟁 원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슈와 가십이 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컨트롤 대란, 그 중심에 있는 스윙스-이센스-개코-쌈디의 4인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센스 계약 해지의 진실' 등의 외부 가십으로 연결되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백이 시작한 아웃사이더 디스도 한 트랙이 더해졌다. 지백과 같은 그룹 CMYK의 멤버인 데피닛(Deffinite)이 'Out Of Control'을 쌈디와 같은 25일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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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피닛


역시 CMYK, 전 이름 Sunday 2PM의 원년 멤버. 지백과 같은 수준, 비슷한 경향의 스타일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경력과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Out Of Control' 중 중요 구절


정색하며 우리가 뭐 달라면 사장. 지가 뭐 가져갈땐 웃으면서 형이잖아. 더 지랄난 건 안녕하던 사이 싸인 하고 나니 "앞으론 90도로 인사해" 이게 내 인사다, Fuck u! 손해 막심 하다던 돌연변이. 니 친구가 빼돌려준 정산서를 들췄더니. Fuck u, too! 자꾸만 늘어나는 투자금.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게 됐어. 너 때문에 투잡을.

소릴 내고 싶지만 쓸 말이 없겠지. 괜히 나댔다가 더 물어 뜯길걸 알겠지? 고민 투성일거야. 괜찮아 어차피 마지막은 다 무덤일 거야. 다만 니가 우선일 거야.




랩 잘했구나 내 동생 1


데피닛도 개코처럼 정확한 발음과 완전히 빡친 상태의 플로우를 결합시키는 모순적인 시도에 성공했다. 냉정과 분노가 결합하면 이렇게 강한 디스가 가능해진다. 다만 데피닛도 자신들의 피해를 주장하는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계속해서 딥플로우/데드피의 전망이 들어맞고 있다.


스윙스가 다음날인 26일에 쌈디에게 대응한 트랙 '신세계'도 진실게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세계' 중 중요 구절


난 여유 부리며 whistle하고 내 여자와 kisses. 내가 널 왜 디스해? 넌 내 사랑스러운 mistress. 한국말로 해석해? 토나오지만 내연녀. 난 널 거세했거든. 불알 이리 내봐라 어서.

......

나 몇 년 전에 당구치다 티비를 봤지. 핑크색 발레리나 복 입고 있던 건 쌈디. 난 나가서 보여줬지, 순도 백퍼 힙합. 모두 자신에게 물어봐. 뭐가 뻘짓인가?


좋은 플로우를 길게 이어간 곡이지만 대부분이 각종 인간 관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주장, 즉 진실게임에 근거한 공격이다. '네가 한 해명, 그거 아니란 거 이센스와 제이통을 통해 내가 다 들었어!' 자신이 펼친 컨트롤 대란의 판에 싸움만 남을 것 같자 벅와일즈에게 재빠르게 최소 존중을 피력했던 스윙스의 발빠른 모습이 없다. 이 정도로 '가십거리의 진실게임' 프레임은 강력하게 작용한다. 상호 발전을 위한 경쟁 논리가 개싸움의 소모전으로 변질되는 현장이다.






여기까지가 스윙스에서 어글리덕을 거쳐 이센스를 넘어 개코를 지나 사이먼 도미닉에 지백과 데피닛까지 온 현재까지의 큰 줄기다. 그리고 중심의 진실공방 개싸움이 진행될 동안, 단지 판에 자기 랩을 올려놓고 싶어서 참전이 아닌 참여를 했던 엑스 일렉트로와 일레븐의 선례를 본 사람들이 나타났다. 개코가 'I Can Control You'를 공개한 24일부터 그런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현재의 컨트롤 대란의 한 축인 디스전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한 축인 경쟁의 축에 선다.


24일에는 오래 잊혀져 있던 이름인 디즈원(Diz'one)과 아무도 참여를 예상 못했던 왕따인 팻두(Fatdoo)가 같은 제목인 'Control'을 각각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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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원 - Control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디즈원은,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 배철수도 라디오에서 언급하며 추천했던 수퍼 루키였다. 촘촘한 플로우에 발음을 정확하게 하면서 부드럽게 넘기는 기술이 일품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 제대로 된 활동이 없어 잊혀졌고, 최근 들어 활동을 간간히 했지만 소비자들의 가시거리 내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디즈원은 컨트롤 대란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교한 플로우 능력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가 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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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두 - Control



미안해, 친구야. 랩 잘 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


기복이 심해 늘 불안한 플로우 운영 능력과 빈약한 라임 능력으로 평균 이하의 결과물을 자주 보여온 팻두는 힙합에서는 계륵이다. 랩은 못하는 게 분명한데 서사의 전개 능력은 뛰어난 특이한 유닛이기 때문이다. 랩이 아니라 구연동화라고 격하 되기도 하며 이런 맥락에서 딥플로우가 팻두를 디스한 적이 있지만, 팻두는 그 능력을 통해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에 대한 서사를 펼쳐야 하는 이런 류의 주제에서는 팻두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이 트랙에서 팻두는 자신을 디스했던 딥플로우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데 그친다.


이센스, 쌈디, 데피닛이 각각 개코, 스윙스, 아웃사이더를 향한 디스곡을 공개한 25일에는 여러 곡이 쏟아졌다. 안습 신인 도넛맨의 'Control', 신인 중의 신인 제이문(JayMoon)의 'Conduct(Control Response)', 아이돌 랩 교사인 타래의 '싸.우.지.마', 인지도는 낮지만 분명히 중견급인 시진의 '덤벼', 최근에 이름을 바꾼 게임광 타이미(Tymee)의 'Cont LOL'이 이센스가 'True Story'로 개코에게 대응한 25일에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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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맨 - Control



신인 도넛맨의 데뷔 스토리는 약간 안습하다. 작년 주가를 올려 기대를 받은 신인들 중에는 오케이션(Okasian)이란 사람이 있다. 오케이션과 도넛맨은, 래퍼 비프리(B-Free)가 개최한 랩 컴페티션에서 공동 우승을 했다. 우승자는 비프리의 믹스테잎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오케이션과 달리 도넛맨은 인트로에 잠깐 참여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 트랙에서 도넛맨은 바로 그때를 상기하며 오케이션에 대한 질투와 부담을 피력한다. 하지만 이 도전을 오케이션은 트위터를 통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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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문 - Conduct(Control Response)


현재 고3인 제이문은 독특한 리듬감으로 10대 래퍼 중에서 특별히 주목 받는 몇에 속한다. 그 리듬감이 반영된 플로우는 이 트랙에서도 어울릴 듯 안 어울릴 듯 묘하게 얹혀져 있다. 누군가를 디스하는 것 같이 들리지만 그저 그가 바라본 한국 힙합의 업계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정확히 프로로서 시작하는 신인에게 기대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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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 - 싸.우.지.마




타래의 트랙 제목만 보면 딥플로우/데드피와 유사한 훈계형 트랙일 것 같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실상은 타래 자신의 한탄이다. 한국 힙합의 일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명에 아이돌 랩 선생에 그쳐버렸다는 한탄이다. 결국 이 곡의 요약은 마지막의 '나랑 친해져 주라' 되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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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 - 덤벼




옛 이름은 엔썬(N'Son)인 시진의 트랙이다. 제목만 보면 디스곡 같지만 실상은 유머곡이다. 경력은 중견이고 역사에 남은 팀 인피닛 플로우(Infinite Flow)에도 소속 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인지도가 너무나 떨어져버린 시진은, 현재 본업인 랩보다 트위터에서 팬들과 나누는 상담 드립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장난 삼아 시작한 상담이 드립의 향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랩은 시진이 트위터에서 했던 웃긴 상담들을 모아서 하나의 랩으로 편집해 만든 것이다. 상담 드립의 개그성은 매우 훌륭해서, 오유에도 올라가 베오베에 올랐다. 당시 시진은 '나도 추천 한 표 눌렀다'고. 그 오유 베오베 게시물은 이 링크에 있다. 이 트랙의 랩에서 언급하는 오유 게시판 이야기가 그것이다. 곡을 요약하면 '내 곡 나오면 좀 사다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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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미 - Cont LOL


동생아 새로운 목소리 톤을 부담스럽게 느껴서 미안하다.


이전에는 이비아(e.Via)라는 이름으로 메이저 시장에서 활동했던 타이미는,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이비아 이름의 권리를 잃고 이름을 바꿨다. 때문에 이 곡에서 욕하는 대상이 전 소속사일 것 같지만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타이미 본인의 언급에 따르면 그런 건 아니고 자신이 경험한 업계의 어두운 현실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름을 바꾸면서 함께 바꿔버린 목소리 톤과 맥락을 해칠 정도로 자주 끼어드는 욕이, 랩의 내용을 가려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정리되지 않아 그녀의 플로우가 제대로 살지 못한다. 반면 게이머로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속칭 롤(LOL)의 약어와 은어를 제목과 랩에 활용한 센스는 박수를 줄 만하다.


스윙스가 마지막이라 공언한 디스곡 '신세계'를 공개한 26일에는 이노베이터(Innovator)와 리플로(Reflow)가 각각 'True Or False'와 'Re-Control'을 공개했다. 비교적 가까운 사이인 이 둘은 디스전의 양상을 보며 딥플로우/데드피가 했던 생각의 연장선으로 올라간다. 주목 받으며 데뷔해 이제는 신인과 중견 사이에 있는 이노베이터의 경우에는 진실게임 난전으로 가고 있는 디스전을 더 수렁에 빠지게 하는 당사자와 관전자들의 악순환을 자기 나름으로 재구성한다. 이제 막 신인으로 올라오는 리플로의 경우에는 그 중에서 관전자들의 양상에 주목한다. 두 사람은 컨트롤 대란에 참여하여 다양한 랩을 남겨놓은 사람들보다 진실게임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에 더 관심을 가져버리는 상황, 그리고 그런 것만 언론에 비치는 상황을 서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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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True Or False


랩 잘했구나 내 동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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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로 - Re-Control


랩 잘했구나 내 동생 3




오늘 27일에는 반가운 옛날 이름이 등장했다. mc 한새가 자기도 이 판에 끼어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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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새 - I Can't Control Myself




그런데 한새의 경우엔 문제가 좀 있다. 디스전이 진행이 된 후에 나온 몇몇 트랙을 제외하면, 현재 디스와 컴페티션이 오가는 이 판의 불문율은 'Control'의 비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걸 벗어난 트랙은 어글리덕의 'Format', 이센스의 'True Story', 스윙스의 '신세계'다. 이 셋 모두 두세 번째의 디스이기 때문에 이전 디스곡과의 차별성을 위해 다른 비트를 사용해도 이해가 가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한새의 트랙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의 비트를 사용했다. 컴페티션 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며, 거기에 더해 10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불안한 플로우라는 단점이 여전하다 못해 더 심해졌다. 


이 외에 JS, 노지노, 블라스티 등의 래퍼가 컨트롤 대란에 참전 혹은 참여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찾지를 못했다. 특히 노지노의 링크는 현재 닫혀 있다.(가사만 찾아서 보면 아무 맥락이 없이 욕과 자랑만 나열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재 뉴올과 ORGN/MRDN(또 다른 이름은 Theoria)이 시작한 프로듀서들의 'Control' 비트 리믹스 컴페티션도 꽤 많은 곡이 모였다. 들어보고 싶다면 여기로 가면 된다.






  • 자, 그래서 이 한국의 컨트롤 대란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 것인가.


    먼저 어떻게 보면 안 되는가부터 제거해보자. 앞서 조금씩 언급했던, 현재의 상황이 '디스 투성이의 대전쟁'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눈에 가장 많이 띄고 관심의 초점이 가장 많이 가있고 가장 자극적이라 디스전만 보이지만, 결국 양과 질로 보면 디스가 아닌 곡이 훨씬 많다. 디스전에 뛰어든 사람은 스윙스에서 데피닛까지 해도 10명이 채 안 된다. 반대로 디스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랩을 던진 사람은 엑스 일렉트로부터 한새까지 그보다 더 많다. 욕을 하고 싶으면 했고 비판을 하고 싶으면 했고 자기 자랑을 하고 싶으면 했다. 그 와중에서 발견되는 것은 각 뮤지션들이 위치한 현재, 그들 생각의 깊이나 기술의 완성도다. 일단 우리는 잊혀졌던 디즈원의 기술이 아직 건재함을 확인했고 신인인 리플로의 성찰이 얕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발견과 재발견은 디스전 쪽에서도 가능하지만 디스에만 집중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따라서 장르 외부의 언론들이 상당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싸움은 아니다.


    물론 역으로 아무 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최초 디스전의 발화지점인 스윙스 vs 벅와일즈 크루의 전선은 사그라든 것 같지만, 이센스/스윙스/개코/쌈디의 네 사람이 얽힌 전선과 CMYK의 두 멤버 지백/데피닛이 던진 아웃사이더 디스는 언제 불이 번져나갈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식의 복잡하고 넓은 스케일의 디스전은 한국에서 일찍이 없었다. 그 이유는 1세대인 데프콘 선생이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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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ss 당하면 고소, 또는 권력을 앞세우고서 도무지 납득할 수도 없는 사과를 요구한다거나"

    - JJK, '사브라' 중에서



    실제로 언더그라운드에 데뷔하면서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디스했는데 그 사람과 어떻게든 얽히게 되는 이야기는, 비단 데프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나마 예전에 잠깐 몸을 담았다는 이유로 나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친우들과 지인들이 약간 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한 다리만 건너면 현재 한국 힙합의 대부분과 연결되는 것이 가능하다. 시장이 좁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단지 마주쳐서 불편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디스한 저 사람이 나와 친한 이 사람과 작업이나 공연으로 밀접하게 관계되는 식의 인간 관계 꼬이는 상황이 더 문제다. 그 꼬이는 상황에 돈이 끼게 되면 이건 불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꼬이고 꼬여 사연도 오해도 반목도 많아진다. 한국에서의 디스는 협소한 시장 때문에 필연적으로 현피 아니면 진실게임 개싸움을 불러오게 된다. 이게 10년이 넘는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디스전이 손에 꼽을 정도인 이유이며, 이번 컨트롤 대란 속의 디스전처럼 커다란 디스전이 이제껏 없었던 이유이며, 이번의 디스전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이다.


    미국은 90년대에 국가 전체를 관통하는 디스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디스의 역사에 꼭 나오는 이야기,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이야기다. 투팍과 비기는 각각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거물 래퍼였고, 디스전을 시작하게 되면서 각자의 레이블과 각자의 친한 뮤지션들과 각자의 갱단까지 개입하는 대대적인 전쟁이 벌어져버렸다. 당시 이 분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건 동부의 우탱 클랜(Wu-Tang Clan) 정도였다. 그리고 이 싸움은 남부가 대두되기 전까지 힙합의 전부였던 동서의 두 거두 투팍과 비기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이 이야기는 딴지의 오랜 독자라면 내 기사를 통해 이미 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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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들은 전설이 되어버렸지.


    켄드릭 라마가 랩 씬의 발전을 위해 경쟁을 촉발시키기로 하면서 광범위한 디스를 감행했을 때, 그 수위가 디스인지 아닌지 애매했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한둘을 디스하는 거라면 수위를 올려도 되겠지만 그 대상이 넓을 경우 수위가 높으면 언제든 자기가 총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다. 이 때문에 라마는 자신의 디스 수위를 모호한 레벨로 조절했고, 이후 라마가 열어놓은 판에 참여한 뮤지션들도 알음알음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어떻게? 그게 투팍/비기의 죽음 이후 미국의 랩/힙합계가 짜놓은 사회적 합의다. 디스는 되도록 음악 내의 경쟁적 스포츠처럼 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시장이 넓고 지역 언더그라운드가 활성화 되어 있기에 만나기 싫으면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합의를 가능케 했다.


    어떤 사람들의 희망과는 달리 힙합에서 디스를 없앨 수는 없다. 힙합은 서로 다른 문화들이 하층민들 사이에서 결합하면서 생긴 잡종 문화다. 이것저것이 섞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필수 요소는 '경쟁'이다. 힙합은 다른 장르와는 달리 배틀(Battle)이라는 경쟁을 통해서 성장 동력을 키웠다.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배틀은 쇼다운이다.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도 누가 더 빨리 더 복잡하고 화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를 놓고 배틀을 한다. DJ들은 스크래치 배틀을, 래퍼들은 랩 배틀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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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8마일]에는 그 배틀의 유전자가 잘 표현되어 있다.


    스스로를 증거하기 힘든 하층민들에서 시작된 문화이기 때문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로 옆에 있는 경쟁자를 만나야 하는 사회적 구조의 부조리를 엿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배틀로 대표되는 경쟁성의 또 다른 발현이 디스라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의 힙합계는 디스를 자기들 내부에서 없앤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암묵적인 경향을 조장해 선을 넘지 않는 테두리에 넣었을 뿐이다. 투팍과 비기의 사후, 힙합은 약간 뜬금없게 'One Love'를 외쳤고 'Respect'를 강조했다. 힙합에서 Respect라는 단어를 쓸 땐 일반적인 의미의 존중보다 좀 더 개인주의적인 뉘앙스를 띈다. 적극적인 존경부터 수동적인 무시에 가까운 존중까지도 포괄한다. 즉 '나는 당신이 음악적으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한 훌륭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함'의 의미에서부터 '나는 당신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싫지도 않고 설사 싫다고 해도 꼴보기 싫을 정도로 싫은 건 아니니 당신의 가치를 인정함' 정도의 의미까지란 말이다.


    켄드릭 라마가 'Control'의 랩에서 '존중을 전제로 한 디스'라는 모순적인 구절을 불렀던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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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맥락을 알면 그런 라마의 의도를 꿰뚫어 본, 디스의 당사자들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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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힙합엘이닷컴의 기사 "Kendick Lamar가 만들어낸 새로운 랩게임" 중에서


    저 셋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다. 경쟁은 힙합의 태생이며 주된 성장 원리다. 디스는 그 경쟁 요소의 발현이며, 배틀이라는 힙합의 특징 중 하나를 보여주는 요소다. 싸움이니 구경하기도 좋지 아니하냐. 이런 개념들 뒤엔 이런 전제가 깔려 있다. '투팍과 비기처럼 누가 죽을 때까지 악 쓰고 하지 않는 한은'


    따라서 디스 배틀을 어떻게 즐길지도 자연스럽게 도출 된다. 빅 크릿의 표현을 빌어 '글레디에이터 스포츠'라면 경기에 나온 검투사들의 무용(武勇)을 즐기면 된다. 디스에서 거론되는 진실게임은, 따라서 중요하지 않다. 디스라는 음악 스포츠에 있어서는 그들이 보여주는 표현과 라임과 플로우와 캐릭터를 즐기면 된다. 잘한 쪽에 환호를 보내주고 못한 쪽에 야유를 보내면 되는 거다. 누가 더 착한가와 누가 더 옳은가는 디스전을 관람할 때 필요하지 않다.


    이런 합의와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큰 단위의 사회이든 작은 단위의 사회이든, 결국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미국의 힙합은 투팍과 비기를 죽이고 나서야 디스라는 요소가 괴물로 클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경험을 통해 합의와 태도를 도출했다. 현재의 컨트롤 대란과 같은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한국의 힙합이 이 경험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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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은 공짜가 아니다. 아름답게 무성한 나무의 뿌리 밑에는 썩은 시체와 낙엽이 묻혀 있다.


    미국의 힙합이 도출해낸 합의 - 디스는 스포츠 수준으로 하기와, 여기에서 도출되는 태도 - 디스는 그 자체로 즐기는 가십이고 당사자 간의 잘잘못과 선악은 중요치 않음을 잘 참고하면 된다. 우리의 경험을 매개로 해서 저 합의와 태도를 흡수해도 되고 혹은 한국의 현실에 안 맞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고칠 수 있다. 그 정도 수준은 된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 디스전 중인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디스를 해보면 되겠다. 사회적 경험이 될 테니까. 생각 있는 관전자들은 선악의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험을 해석해야 할 테니까.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상황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디스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디스 외의 컴페티션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시선을 선악에서 떼어놓고 보면 이런 축제가 없다. 그리고 축제의 현장에서 직접 뛴 뮤지션들과 그걸 지켜본 평론가와 매니아들은 이 상황이 일단락 된 후에 경험과 그 해석을 바탕으로 암묵적인 합의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전의 표절 기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나 현장의 사람들이 간단하게나마 합리적인 합의를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외부에서 그 문제에 대한 시선이나 조언이나 정보를 구할 때, 내부의 사회가 해줄 말이 있게 된다. 따라서 한국 힙합은 내부에서 묵혀진 갈등으로 인한 이 디스전에 곤혹스러워 할 필요가 없고, 디스전을 집중 보도하면서 혀를 끌끌 차는 외부 언론들의 태도에 대해 억울해 할 이유도 없다. 합의가 없는 한국에선 이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표절 기사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쓴다. 이 문장을 내가 사랑하는 한국 힙합에 드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합리적인 기준을 합의할, 제대로 된 전문가들의 직렬 연결된 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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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

    @Kain_Sulna

     
    http://www.ddanzi.com/ddanziNews/144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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