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에서 간장계란밥이 처음 등장 하는 것은
20여년쯤 전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고 있었다
그날은 어머니께서 급한일이 생기겨서 집에 계시지 않았기에
아버지와 나 그리고 동생까지 세 가족이
알아서 식사를 했어야 했었다.
아버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계란후라이를 반숙으로 석장 부쳐
흰 쌀밥에 올려 간장계란밥을 해주셨다.
갓 지어진 따끈한 쌀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둘러
반숙이 된 노른자를 터뜨려 같이 먹는 그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후에도 아버지는 그렇게 종종 간장계란밥을 해주셨었다.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는 흰머리가 희끗희끗 해지셨고 아들은 청년이 되었다.
아버지와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간장계란밥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그 밥이 참 맛있었노라고
잊지 못하노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리자
아버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시고 말씀하셨다.
"그거 귀찮아서 해준거야 라면 먹으면 너네 엄마가 혼내고
내가 뭐 할줄 아나 계란후라이나 부쳐야지"
우리 아부지는 감동브레이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