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고등학교 불알친구와 대학생 때에도 만나고 그리고 헤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31이 되니 이제는 아련하네요. 그때 나는 어땠을까? 적어도 그 순간들은 내가 내 자신의 어두움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었고 내가 별로 말을 먆이 안해도 별로 할 얘기도 없었지만 상대방이 자기 경험을 줄줄 얘기해주는거 들어주는게 편했어요. 적어도 지금 이렇게 나 혼자 있는거보다… 하지만 옛날 일이네요.
저 뒤로 카톡이나 소모임이나 좀 천천히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했는데 친구라고 느낄 사람을 못 찾았어요. 이전에는 친구의 기준이 불명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는 많은걸 함께할 수 있고 내가 많이 들어주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에 대한 자의식을 좀 내려놓도록 해줄 수 있는 그런 편한 존재여야 하는거죠, 저에게는.
하지만 마음이 가까워지는 그런 암묵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저는 많이 둔감한거 같아요. 관심이 생겨지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그래서 관심도 이성적으로 억지로 내 취향이 아니여도 그런 척 흉내를 내야하는 그런 개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성을 사귀는게 뭔가 대단하다 다르다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즐거운 말들이 술술 나오도록 도와주고 그리고 그렇게 초반에 말을 걸어주고 싶어요.
그런대 예전에 비해 내가 더 로봇같다고 해야할까요? 뭔가감각이 예전에 비해 둔해지고 사람불신은 더 강해지고 쉽게 일이 풀리면 그게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더 의심해요. 항상 과거와는 달리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믿으면 안되고 그 이면을 봐야 한다는 생각들이 심해지면서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이 산으로 가는 상황을 겪네요.
나의 과실과 책임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저하고 엮인 회사들도 하나같이 뭔가 문제가 있었고 유일하게 연애가 될거 같았던 여자애 한명은 경계성 인격장애여서 저를 너무 지치게 만들었고 대순진리회에 엮이다가 겨우 빠져나왔어요. 그리고 모임에서는 그저 잘 되면 그냥 지인들이네 정도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나고 최악의 경우는 내가 모임과 안 맞다고 나는 좋은 의도로 말을 했으나 무례한 언행이라며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게 인맥도 친구도 계속 무의 상태네요.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유순하게 보여주고 모난건 덜어내려고 하지만 내 인생 전반적으로 얻은게 별로 없네요. 내가 좀 더 많은게 보였으면 좋겠고 보이는 만큼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 직업의 문제는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만 나의 보람과 행복을 위해서 어두운 나를 한 순간이라도 내려놓고 싶어서 친구는 있으면 좋겠는데 내가 누군가를 사귀는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과거가 아닌 지금에 내가 머무르려고 애쓰다보니 슬픈 감정이 고집스러움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긴 한데 내가 아무런 감정도 더이상 못느끼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