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고 고민도 되어서 써 봅니다.
부모님이 멍멍이를 입양하신 건 한 3년 전입니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동물 들이기 싫다고 하셨지만 중간에 이사가면서
아버지 의견 대신 어머니가 고르신 동네에 어머니가 고른 집을 사기로 두 분이 합의를 보시고, 임시보호하시던 분을 통해
1번(2번일 수도 있음) 파양되었던 5살인가 했던 멍멍이를 데려오셨어요. 한동안 아버지가 몹시 해피해하셨었고요...
저는 이미 중년이라 부모와 같이 살진않습니다. 부모님은 서울 동쪽에 계시고 저는 경기도 서쪽에 있고.
멍멍이가 실외배변을 하는 녀석이고, 아버지가 아직 일을 하고계셔서 출퇴근 전후로 애 산책을 시켜주고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멀미도 안한다며 차 태워서 놀러가시기도 하고. 근데 그래도 집에서 멍멍이를 더 많이 보는 건 어머니였고, 깔끔한 양반이라서
개 털 때문에 불평을 좀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바빠지시면 산책도 어머니가 데리고 나가신다든가, 같이 살다보니 역시 돌보는 잔업이
어머니한테로 자꾸 떨어진 거 같습니다.
이틀 전에 메신저가 왔는데, 몸이 안따라줘서 도저히 멍멍이를 더 데리고 있을 수가 없으시다는거예요. 작년부터 갑상선 문제때문에
검사를 받고계시다는 건 알고있었어요. 그래서 만성피로이고, 다행히 두세번 검사에서 암 소견이 나오진 않았지만 면역력도 신경쓰셔야 한다 정도로 알고는 있었는데...
결혼한 동생은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있고, 멍멍이가 불쌍하지만 어떻게 하겠느냐, 자신은 엄마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라는 입장입니다.
뭐 틀린말은 아니겠죠... 어머니도 어지간해서는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고 또 본인도 정이 든 개를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못된 결정을 하진 않으셨을거예요. 칠순이 지나셨으니까 진짜 힘들어서 저러시는거죠, 아버지도 마누라와 멍멍이 중에선 마누라를 선택해야지
별 수 있나 이런 입장이신 듯 하지만 아직 아버지랑은 얘기 못해봤습니다, 낼 전화 걸어보려고요.
전 가족들이 꼴보기가 싫어서 설 명절에도 안가고싶습니다. 그쵸, 사람이 먼저겠죠, 근데 어떻게 같이 살던 멍멍이를 저렇게 보내버리려는건지,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멍멍이가 너무 안스러워서 눈물이 나요.
제가 데려와야할까, 그래도 가끔 두 분 여행가시면 제가 가서 산책시켜주고 했었으니까요. 낯선 곳으로 보내지느니 내가 낫지않을까...
근데 저는 회사원이예요. 야근도 없고 다른 사람들보다 휴가도 많이 쓸 수 있지만, 그만큼 버는 돈도 적고
여튼 멍멍이가 오랫동안 혼자 있어야 해요. 동물 키우는 건 전혀 원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 전 그 개를 꽤 예뻐합니다만
제 책임이 되었을 때도 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걜 데려오면 제가 누리던 1인 가구의 여유와 편의는 거의 다 포기해야 할 거라는 것만을 분명하게 알고있죠.
전 개를 잘 몰라서요, 제가 죄책감과 모종의 책임감으로 멍멍이를 데려오고 그 멍멍이가 제가 회사에 간 동안 혼자 있게 되는 게,
그래도 어딘가로 다시 보내지는 것보단 나을까요? 혹시라도-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데 어쨌든- 부모님이 좋은 입양처를 찾아서 저와 함께하는 것보단 멍멍이의 웰빙에 좀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다면, 그러면 걍 거길 보내는 게 더 나은 걸까요?
좋은 곳으로 갈 수 없다면 제가 데려와야 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조건이 저보다 낫다면 그럼 걍 처음 만나는 새 주인에게로 보내면 될 지...
화가 나고 약이 오르고 가족들이 꼴보기싫지만 걍 제 능력밖의 일이라고 여기고 외면하는 게 차라리 주제에 맞는 일일지... 어차피 개한테 좋은 환경도 아닐테니.
어휴 속상해서 주저리 주저리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