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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게 형님 누님들.
매년 명절 때마다 싸우는 매형과 누나가 안타까워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 그런게 아니라 의견을 여쭤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구요.
저는 한 살 위의 누나가 있습니다. 저희 매형은 누나와 8살차이구요. 저와는 9살차이입니다.
누나와 저 포함해서 저희 집은 인천토박이 입니다. 도시라고 하면 도시라고 할 수 있지요..
매형은 아랫지방 경북 예천에서 자랐구요. 인천에 올라와서 일자리 잡은건 거의 2006년 2007년 됐습니다.
매형네 고향이 완전 시골입니다. 아직도 시골문화가 많이 남아있구요.
조카도 있구요. 조카는 10살 남자아이 입니다.
누나네 가족은 현재 인천 영종도에서 거주하고 있구요.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신축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매형은 직업 특성상 교대근무로 일을 하고 있구요.
따라서 도시적인 성향이 강한 일반적인 가정에 속합니다.
매형과 누나의 사이는 나쁘지는 않지만 좋은 것도 아닙니다. 리스부부구요.
요 근래는 조카가 있기 때문에 그냥 같이 사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누나네 집과 저희집(저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의 거리는 차로 40분 정도 거리구요.
주말마다 누나가 조카를 데리고 와서 자고 가는 경우도 자주 있고, 제가 주말 쉴 때, 가서 조카 맛있는 음식이나 장난감 사주러 갈때도 종종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생신 때는, 매형도 종종 오십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누나는 매형네 시댁에 가는걸 너무 싫어합니다. 저도 누나랑 친하기 때문에 명절 때만 되면 자주 늘어놓는 푸념을 들어주는 편입니다.
누나가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1. 너무 멉니다.
-> 물리적인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오고 가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명절 대이동 기간에 겹치면 뭐 어마어마하죠..
2. 시댁 주변의 인프라가 열악함
-> 시골 한가운데 있는 집이다보니 주변에 커피집이나 마트 슈퍼 이런 것들이 일절 없습니다. 차로 3~40분 나가야 있습니다.
3. 2번과 연계되는 문제인데 먹을게 너무 없음
-> 조카 입맛이 까다로워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잘 차려줘도 먹을까 말까한데 풀반찬에 언제 했는지도 모를 음식들이 상위에 항상 올라오고, 먹는 물조차 페트병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뿌연 물밖에 없어서 생수를 사가야 한답니다.
4. 3번과 연계되는 문제인데 먹는 입이 너무 많음
-> 매형네 형제만 6명이고, 그분들의 와이프나 남편되시는 분들도 우르르 다 오는데 누구 하나 음식이나 먹을 거리를 하나도 사오지 않기 때문에, 누나네서 먹을거를 사가면 순식간에 동납니다. 심지어 물조차 누나네서 사온 생수를 너도나도 마십니다.
또한 매형의 고향친구들이 주변에 같이 살다 보니까, 뭔가 먹을걸 사가면 그 분들까지 와서 동네잔치가 되어버리는 마당에.. 도떼기 시장마냥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조카도 누나도 먹기 싫어진답니다.
5. 제사문화
-> 제삿상을 차리는 것도 일이지만, 제사를 밤12시에 지내고, 아침에는 엄청 추운데 산소투어를 한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쉬고, 여자들만 죽어라 일하는 그런 문화 맞습니다. 저희 누나는 가면 설거지만 하루종일 한다고 합니다.
6. 꼰대같은 일부 매형의 형들
-> 아침 6시인데 잘만큼 잤으니 일어나자고 하면서 온 방의 불을 다 키고 티비소리를 크게 하고 창문을 다 연답니다. 조카는 잠이 많아서 더 자고 싶어하고 그러는데 그러지를 못합니다. 그 분들 한 두명의 술버릇 또한 매우 안좋기 때문에 싸움도 잦은 편입니다.
7. 잘 곳이 마땅치 않음
->집이 엄청 큰 편도 아닌데, 여러 식구들이 우르르 전부 몰려와서 서로 자리를 잡아놨기 때문에, 앉아서 쉴 곳도 마땅치 않답니다.
8. 6,7번과 연계되는 문제인데 누나가 굉장히 피곤해합니다.
-> 시댁만 다녀왔다 하면 3일을 앓아눕습니다. 입안에 입병도 3~4개 나고 몸살과 감기에 앓아 눕습니다.
9. 있다오는 시간의 문제로 엄청나게 자주 싸움
-> 누나는 당연히 늦게 출발해서 가는날 일찍 오고 싶어하지만, 매형은 가는날 막 오바해서 서두르고 오는날에도 오바해서 초저녁쯤에 오려고 하는 것 때문에, 엄청나게 싸운답니다.
10.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분위기
->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 하나 놀아주지도 않는답니다. 아이 먹을만한 음식이 없는건 당연하구요.
저희 집도 제사를 지내긴 하지만.... 아주 간소하게 지내고 명절날에는 누구를 부르지도 않고, 편하게 쉬자는 쪽입니다.
시댁과 친정의 온도차이가 좀 극명해서 갈등이 많습니다.
매형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누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매형네 친가가 좀 유별난 것같은 느낌도 있지만,, 1년에 두 세번 가는 거긴 한데 그렇게 쌍심지 켜고 대놓고 가기 싫어하는 누나도 좀 이해도 가고..
매형이 매형네 어머니한테 조카 보여주고 싶은건 이해하지만, 가더라도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존중해줘야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여기에 대해서 제가 매형이나 누나한테 제 생각을 표현해본 적도 없지만, 항상 명절 때마다 갈등이 깊어서 이렇게 질문글을 올려봅니다.
어떻게 보자면 누나는 매형과 다른 가족을 이루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남일이 맞겠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서 질문을 올려봅니다.
누나나 매형이 사는걸 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