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4호선으로 출퇴근 할때 였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 거리여서 힘들것도 없고 좋았죠.
여름에 평소 즐기던 스케이트 보드랑 BMX를 신나게 타다보니 무릎이 띵띵 붓더군요.
그러고도 정신 못차리고 신나서 보드도 타고 크루들이랑 밤새 술 마시고 별밤 가서 춤도 추고...
뭐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나니 걷기도 힘들 맨치로 다리가 부어 있었더랬습니다ㅠㅜ
그래서 수술했습니다. 오른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 봉합...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술 때문에 입원해야하는 기간이 3~4일 정도입니다.
대신 한달반~2달 가량을 다리에 보조기 차고 목발 짚은 채로 걸어야 하죠.
그때 평소 한 시간 걸리던 출퇴근 길이 거의 한시간 반 이상으로 늘어나더군요ㅠㅜ
목발을 짚어보니 팔도 아프고 죽을 것만 같더랬습니다.
각설하고...
어느날 아침 중앙역에서 4호선을 탔는데 보통 제가 출근할 때는 빈 자리가 한두곳 있어서 거기 타고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자리가 없길래 노약자석에 앉았죠.
무릎에 보조기가 달려있으니 젊은 녀석이 앉아서 간대도 누구도 뭐라고 하진 않으십니다.
가끔씩 옆에 앉으시는 어르신들이 훈훈하게 왜 다쳤냐, 조심해라 그런 얘기도 해주시고요.
근데 한참 붐비기 시작하려는 산본역쯤 왔을때였나... 그냥 척 보기에도 80대 이상이신 할머니께서 타시더라구요.
출근길이라 자는 사람도 많고 그냥 고개 숙이고 있는 사람도 많고... 슬슬 통로도 비좁아지려 하구요.
이 시간에 금정역 지나면 헬오브 헬인디...
한 5초 고민하다가 완전 큰 목소리로 "저기요!"하고 부르면서 일어났습니다.
그냥 일어난게 아니고... 원래는 다리가 불편해서 목발을 짚고 일어나야 하는데...
일부러 앉은 자리에서 점프를 팍~ 뛰면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여기 앉으세요~" 하자마자~
진짜 노약자 석에 앉아계시던 나머지 5분 총출동! 기립!!
각자 앉았던 자리로 모셔가려는 모습이 거의 오이도 회센터 사장님 같더라구요^^
결국은 노약자 석에 계셨던 분들 중 가장 젊어 보였던 50대? 60대? 아저씨께서 할머니를 모셔가셔서 자리를 양보해주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앙갚음해서 상쾌했던게 아니라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요즘 말로 강탄산이더라구요^^
뒷이야기,
사실 저는 그때 수술한지 좀 된 시기라 그냥 서서 갈 수도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던 시기였습니다^^
노약자 석에 앉았던거는 목발때문에 주변사람들이 거추장스러워 하시고 또 출근길에 몸을 못가누는 상황이 가끔 생기니깐 앉았던거지...
사실 다리가 불편해서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닐 상황은 아니었어요.
근데 저렇게 쑈를 한번 하는 바람에 내려서 출근하는 곳까지 어정거리며 걸어갔네요^^
갑자기 멀쩡하게 걸어가면 이상하잖아요^^;;
뭐 그랬다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