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59년생으로(저는 올해 35살) 원래부터 예민하고 생각이 많아서 본인의 그러한 성격으로 스스로 스트레스 더 받는 경향이있어요. 현재까지 불면증약 수면제 안정제 등 많은 약들을 복용하며 기분 또한 항상 들쑥날쑥해요.
아빠는 지금처럼 약을 드시기전에도 저의 학창시절부터 엄마와 자주 싸웠고 그럼에도 이혼 하지 않은건 아빠가 어차피 엄마 없이 못살아요. 밥설거지빨래 성격 등 모든걸 다 아빠에게 맞추고 살고 있거든요.
그러던 중 아빠가 마음의 병이 악화되어 제가 본가에 내려와서 살고 있어요. 엄마가 불쌍하고 아빠가 나쁜 마음 먹을까봐 불안해서요. (술과 약 동시 복용으로 응급실 및 정신병원 입원 경험있어요 지금은 금주 하고있어요) 본가와서 산지도 벌써 1년 정도 되었네요.
근데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니 아빠는 전보다 나이가 있으니 기력이 쇠약해졌을 뿐 여전히 본인 기분에 따라 집안 분위기를 좌지우지 하더라구요.
본인이 기분이 좋으면 엄마든 나한테든 한없이 웃고 다정하게 굴고 하루 이틀지나서 본인 기분이 안좋거나 뭔가 상황이 나쁘면 데꾸도 안하고 방에서 문닫고 안나오고 밥먹으라그러면 말한마디 안하고 본인 동굴로 또 들어가요. 한번 동굴로 들어가면 기본 3일에서 길게는 한달요. 제 눈도 안보고 쳐다보지도 않고요. 그렇게 숨막히게 하더라구요.
보통 갑자기 기분이 안좋다기보다 엄마가 뭘 말실수했다거나 돈 문제가 생겼다거나 본인이 생각했을 때 뭔가 기분 나쁜 상황이 벌어졌다거나 누구나 한번쯤 살다보면 생길 법한 사소한 일들요.
저도 아빠를 닮았는지 아빠의 감정 기복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숨막히고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눈치보이고 왜 우리아빠는 남들처럼 평범하지않고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망치는지 원망도 탓도 하게 돼요.
같이 붙어사니까 더 느껴져요. 안보고살땐 눈으로 직접 보질 않으니 간과하고 있던것들이 여실히 느껴지면서요. 엄마가 더 불쌍해지더라구요.
지금은 저도 나이가 있다보니 아빠의 저런 모습에 전처럼 많이 휘둘리진 않지만 엄마랑 저는 여전히 아빠의 눈치를 보고 살아요. 언제 기분이 좋아질까 하고요.
한번은 아빠도 한번 가시방석을 느껴보라고 똑같이 해봤어요 눈도 안마주치고 데꾸도 안하구요. 제가 오히려 답답하더라구요. 결국 다시 눈치보는 딸로 돌아왔는데, 이게 사는게 맞는건가요?
왜그러는지 대화를 하고싶어도 데꾸도 없을 뿐더러 인상쓰는 모습을 보면 저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는날이 많아지고, 그러다가 한번씩 대체 왜 저런 아빠가 내아빤지 원망스럽다가도 나이들고 쇠약한거보니 안쓰럽고.. 이대로 손절하거나 똑같이 행동하자니 첫째딸로써 제가 가족의 희망을 깨버리는것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제가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런 아빠를 그냥 받아들이고 저 하나 눈치 보고 사는것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큰그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