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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아외과 의사입니다.
인턴이 끝날 무렵까지도 전공의 지원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은사님께서 너는 사명감에 매여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소아외과를 택했습니다.
기피과 중의 기피과라서 동기들은 모두 반대했지만 저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지금까지 어떻게든 해내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지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아이들이 떠나는 걸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거고, 그때마다 보호자 분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교수 임용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어중간하게 버텼다간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이 정말로 있다면 적어도 어린 아이들의 목숨만은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닌지... 오늘따라 정말 원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