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직접 여행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게시물ID : diy_1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체리맛스무디
추천 : 14
조회수 : 2428회
댓글수 : 85개
등록시간 : 2016/09/24 16:21:11
안녕하세요. 가방을 만드는 오유징어입니다.
 
아직 오후에는 날이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꽤나 쌀살한 것이 가을이 완연해지는 듯 합니다.
 
심한 일교차에 감기가 걸리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올해 2월,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2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참 다행히 실제로 사용하신 많은 분들께서 저의 가방에 만족해주셔서 새로운 색상의 가방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가방을 만들다'라는 이름의 일기로도 연재하였습니다.
 
이 일기를 여기에 모두 올리고 싶지만, '가방을 만들다'는 20화의 연재물이라 모두 담기에는 양이 많은 듯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만 간단히 실으면서 대략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조금의 광고가 있을 수도 있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조금 긴 글이 될 듯 하여 미리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__)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방을 만들다. 첫번째 - 내랑 가방 안 만들래?

 
차가운 밤공기는 이제 차라리 겨울이 가까워 오는구나 생각을 하게 만들던 2015년 어느 가을의 금요일 오후. 지금도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며 건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고등학교 동기 세명의 카카오톡 대화방은 내가 뜬금없이 친구들에게 던진 저 한마디로부터 시작됐다.

꽤나 결의에 차서 열변을 토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스마트폰 액정 너머에서도 알아본 것인지 나의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여행가방을 만들 수 있을지 저마다의 생각을 끄집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충전이 되는 가방은 어때?', '공대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방을 따로 만들자' 와 같은 어딘가 그럴듯 해 보이는 아이디어와 '박대리 회의태도가 이게 뭔가', '나를 까면 너희를 모조리 까버리겠어'와 같은 별 의미없는 헛소리가 뒤섞인 긴 시간의 수다가 오간 끝에 우리는 조잡하게나마 가방의 형상을 한 듯한 무언가가 그려진 종이쪼가리들을 사진첩에 하나씩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1회_1.jpg
마치 초등학생들의 발명 경진대회를 보는 듯 하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장고 끝에 던져진 몇장의 그림을 시작으로 우리는 마치 오랜 시간 기다림에 기분이 매우 상해버린 동사무소의 민원인 마냥 서로의 가방에 갖가지 생각들을 쏟아내었다. 만일 충전 모듈을 만든다면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야할지 새로운 충전 방식을 생각해야할지, 가방의 공간을 분할하게 된다면 어떻게 분할해야 가방의 무게가 고르게 분산이 될 수 있을지, 어떤 짐을 넣기 좋게 만들면 사람들이 가방을 편하게 쓸 수 있을지, 가방의 위쪽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착하면 어떨지 등등. 비록 처음 의도했던 바와 달리 어떤 일관된 방향성은 완벽하게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꽤나 그럴듯하면서도 신박하다 생각되는 아이디어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물론 모두들 예상했겠지만 그중에 지금의 가방에 반영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렇듯 우리는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가방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별 의미없는 잡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생산해내었다. 가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언제나 가방들이 진열대에서 나를 맞아주는 것으로 보아 그걸 만드는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다는 이야기일테고, 그렇다면 뭐가 어찌됐건 시작만 하면 가방은 만들어진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가방을 만들게 될까, 직장 생활의 고단함에 지쳐 최면이 걸린 것 처럼 시작한 그 길고도 긴 대화의 향연은 새벽 두시를 훨씬 넘은 시간에서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4개월 뒤,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가방을 만들다. 첫번째 이야기. 끝 (뒷이야기는 여기를 눌러주세요!)
 

 
저는 LG화학이라는 회사의 연구원으로 2014년에 입사해 2년간 'ABS'라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제 일을 하기 위해서 올해 초에 퇴사하였습니다.
      
여자친구는 홍콩에서 대학을 다녔고, 회사에서는 일본의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들과 일을 많이 했기에
 
1박 2일에서 3박 4일 사이의 짧은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올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짐이 많고 거추장스러운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저런 짧은 기간의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방은 찾기가 영 힘들었습니다.
 
팔리지 않더라도, 만들어놓으면 나라도 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저는 가방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가방을 만들 줄 알리가 없습니다. 공대를 다녔는데, 가방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더라고요.
 
거기에다가 저는 미적 감각도 없어서 그림도 제대로 못 그리고, 그 흔한 포토샵같은 것도 한번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뭘 그려서 가면 가방을 만들어 주는지도 몰랐던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가방을 그려봅니다.
 
5회_4.jpg
 
책꽂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투박하기 그지 없는 그림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런 그림에서 어떻게 지금의 가방이 나왔을까 참 신기합니다만
 
차라리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던지라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2016년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였는데, 약 3개월만에 세번의 시제품 제작을 거치고 나서야 지금의 가방을 완성하게 됩니다.
 
 
1.jpg
 
1차 샘플입니다. 지금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는데, 이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잘 만들었는지 어쨌는지조차 감이 없었습니다.
 
2.jpg
 
2차 샘플입니다. 저의 미적 감각으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싶어서 가방 만드는 것을 포기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3.jpg
 
세 번 만에 지금의 가방이 나왔습니다. 두번째 가방과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가방은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샘플을 만들었으니 이걸 잘 만들어서 어디에든지 필요한 분들께 내어 놓아야 할텐데 가진 돈이 얼마 없어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저의 가방을 세상에 내어놓기로 합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준비해야할 것도 많고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것도 참 많았습니다.
 
동영상을 잘 찍어서 올리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생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동영상을 만든다고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펀딩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부랴부랴 혼자서 찍은 동영상을 가지고 펀딩을 시작하는 날 새벽 네시까지 편집을 한 후에야
 
저의 가방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참 여기저기 요모조모 잘 사용하고 있는 동영상인데, 볼 때마다 제 자식같아서 마음이 찡합니다.
 
이주동안의 쉴새없는 준비과정 끝에 저의 프로젝트는 7월 6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하였으며
 
무사히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배송까지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4.jpg

가장 왼쪽에 있는 프로젝트가 저의 가방입니다.
 
참 다행히도 많은 분들께서 제가 느낀 불편함에 공감을 해주신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종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펀딩을 진행하는 중에 새로운 색상이 왜 없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새로운 색상의 가방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새롭게 다크네이비 색상의 가방도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예쁘게 나온 덕분에 혼자 들뜨고 신나서는 여기저기 가방 사진을 찍으러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112.jpg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는다고 꽤 고생을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서 꽤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111.JPG
 
을왕리로 가는 길에 있는 '마시랑'이라는 바닷가입니다.
 
나름 분위기 있게 찍어보려고 했는데 저잣거리에 효수당한 대역죄인의 머리를 걸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113.jpg
 
나름 여행 가는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찍은 사진인데, 무엇보다 가방의 질감이 상당히 고급져보여서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114.jpg
 
참 독특한 느낌으로 잘 찍었다 싶어서 주변에 사진 예쁘게 잘나오지 않았냐고 자랑도 하고 했는데, 친구들은 그냥 눈만 아프답니다.

생각보다 색상이 괜찮게 나온 덕분에, 그리고 첫번째 펀딩에서의 반응도 아주 좋았던 덕분에 서둘러서 2차 펀딩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렇게 1차 펀딩을 진행했던 '와디즈' 라는 곳에서 앵콜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궁금한 분들이 계시면 옆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앵콜! 트래블러스 하이
 
연구원을 하다가 이렇게 가방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여행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만큼
 
앞으로도 여행을 편리하게 만드는 온갖 신박한 것들을 만들어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들께서 여행을 가실 때 '트래블러스 하이'라는 저의 브랜드를 찾게 되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갖고 부지런해 해보려고 합니다.
 
나름 긴 글이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모르고 가면 못 먹어볼 홍콩의 숨은 맛집들 
 
저는 홍콩을 자주 가는지라 홍콩에 관련된 여행 글을 여행 게시판에 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잘 알려지 않은 홍콩의 맛집을 소개한 글이었는데 베오베에 가는 등 나름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혹시나 홍콩에 갈 일이 있으신 분들은 위의 글을 한 번 참고하시면 색다른 여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본인입니다!

http://www.brunch.co.kr/@dlsen0115
출처
보완
2016-09-27 00:13:46
1
http://www.wadiz.kr/web/campaign/detail/8001 에서 저의 가방을 만나보세요 :)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