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고양이 싫다더니 어느 틈엔가 사랑에 빠져버린 츤데레 아부지 에피소드로 베오베도 가고 그랬는데...
며칠 전 일입니다. 우리 아부지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계셔요. 저번에 거실에서 공부를 하시겠다며 책상을 거실로 내오셨는데, 주인님이 아부지의 푹신한 책상의자가 퍽이나 마음에 드셨던지 아예 의자와 합체를 하고는 몇날며칠을 거기만 앉아 계시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아부지는 아무래도 거실에선 공부가 안된다며 다시 책상을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셨습니다. 덩달아 주인님은 좋아하던 의자를 뺏겼죠.
아 부연설명을 하자면... 제가 고양이 알러지가 너무 심해 주인님과 부둥켜안고 몇 년을 잤더니 천식이 생겨서요, 엄마가 그날부터 주인님은 모든 방 출입금지 하셔서 아빠 공부방에도 못 들어가요. (물론 슬금슬금 다 들어가서 영역 시찰을 하고 계시지만ㅋㅋㅋㅋ)
가끔 아빠 공부방 문이 열리면 냥님이 문틈으로 '저 의자가 내 의자였어야 해!!!!' 이런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걸 몇 번 봤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제가 집에 혼자 있는데 주인님이 어슬렁어슬렁 아빠 공부방으로 가는 걸 봤어요. 문이 닫혀 있을 줄 알고 가봤자인데 생각하고 말았죠. 근데 한참 지나서 주인님을 찾아보니 아빠 방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갔나 봐요. 몰래 그 의자에 앉아있는걸 발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끌고 나오니 서럽게 우셨습니다 ㅠㅡㅠ
그래서 그날 밤 엄마한테 그 얘길 했죠. 그랬더니 엄마가 말없이 아빠 방에서 의자를 밀고 나와 거실에 놓더라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이따 아빠가 오셨는데 엄마가 다짜고짜 "당신, 이 의자 냥이한테 양보해요. 얘가 이 의자가 너무 좋아서 앉아야겠데." 하니까 아빠가 정말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응. 나는 뭐 그냥 식탁 의자 하나 갖고 들어가서 앉으면 돼." 이러는 겁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부지 목소리는 매우 처량하고 슬펐지만 냥님이 원하신다면 미천한 집사는 당연히 의자를 내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매우 확실히 알고 계신듯 주저하지 않으셨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결과적으로는 냥님이 동생방에 있던 다른 의자를 더 맘이 들어해서 동생 의자를 뺏어오고 아빠 의자는 공부방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ㅎㅎㅎ 물론 동생도 의자를 뺏기는데 일말의 거부감도 없었죠.
아... 뭔가 그 땐 되게 웃겼는데 쓰고 보니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오늘 찍은 우리집 슈퍼갑 주인님 사진으로 마무리 할게요 ㅠ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