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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직장에서 아무말.SSul
게시물ID : humordata_1790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5
조회수 : 1985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9/01/01 06:23:09
 
 
그래도 전 직장은 인간성이라는게 있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 '마 그게 뭔데 재밌나 닌 그게' 하는 정도의 딴죽과
재미없다고 짜증내기도 하는 그런 인간성.
 
사실 서울 올라와 하게 된 이 일터에서의 사람들도 처음에는 하하 하고 웃어주다가
이제는 짜증나니까 죽여버리기전에 그 입을 다물라 이를 부득부득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3개월차 내 신체 한군데 어디가 망실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건
온전히 사장때문이다.
 
나와 한살 차이가 나는 사장은 그 닿을 듯 말듯 한 간극으로 인해 그냥 형동생 하는 수준으로
지내는 중이다. 다른 직원 한명도 나와 한살 차이다. 그러니까, 둘은 그냥 친구고 난 직원이다.
아래로 열살 터울의 막내가 있는데 페이스를 보면 글쎄요.
 
아무튼 우리 사장은 인간성이 없다. 인간성을 오래전에 버렸다.
내가 말하는 인간성이란, 개그에 대한 인간성이다.
 
 
 
"형 그거 알아요? 들깨칼국수 먹으면 술이 들깨."
 
"밥먹는데 웃기지좀 마라."(실제로 코로 면발이 튀어나옴)
 
 
 
"형 아이유 아직 덜커서 어른유 되려면 십년 남은거 알아요?"
 
"그래서 아이유가 아이폰 쓰잖아. 어른되면 어른폰 쓸걸?"
 
(듣고있던 사장 친구)"너넨 진짜 그딴말좀 안하면 안되냐?"
 
 
솔직히 말해서 난 재미있다.
아무튼 한번은 거래처 중 성남에 고기동이라는 곳이 있다. 행정구역명이 고기동이다.
거래처 가기 전 우리는 모두 모여 난로를 때우며 카드 일시불 정책에 관한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시간이 다 되어 막내가 일어나며 "형님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자 나는 아무생각 없이 "어. 고기동가냐? 그 옆에 야채동가서 올때 고기랑 야채좀 사와라"
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
십 초정도 있다가 돌아온 사장이 의자에 돌아앉더니 "아 씨팔..." 하면서 욕을 한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그건 너무 재미없었나 싶어서 "형 욕할정도로 재미없었나요." 라고 물었다.
사장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씨... 자존심상해... 개재밌어 씨펄..."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형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가 중얼거렸다.
 
 
 
 
 
 
 
 
 
 
"이게 뭐라고 웃기냐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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