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부터 공부하셨던 전공책만 해도 천권이 넘고 값비싸 보이는(지금은 수십년이 된 책이지만) 책들도 많구요
아버지가 쓰신 책만 해도 수백권(물론 중복으로 여러권씩 있음)
문제는 나중이 되니까 책이 너무 많아서 책을 보관할 곳이 없었던겁니다
특히 중간에 아버지가 사업이 망하며 넓은 집이 경매로 팔려버리고 월세로 좁은 집으로 가게되자 그 정도는 더심해졌죠
집도 사실 엄청 좁은집은 아니었는데 수천권의 책을 보관하려니 좁아질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아버지는 그 책들은 자신이 공부한 흔적이기때문에 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떡하나요 책이 너무 많아서 이사할때 이삿짐 센터들이 이건 도저히 일할수 없다고 포기선언을 해서, 이사비용도 평소의 2배를 줘야할 정도였는데요.
그 오래된 책들을 읽기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5년, 10년 동안 펼쳐보는걸 보지 못했습니다.
80년대 전공책은 완전히 누렇게 색이바래고 먼지가 쌓여 손으로 만지는거 조차 꺼림칙한 정도였구요.
아이러니한건 저도 아버지와 같은 전공을 하게 됐단 겁니다. 이 전공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가기 때문에 수십년전 전공책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학문입니다. (의미가 있다고 해봤자 학문의 역사 정도?... 과거의 이론이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면 완전히 공부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라)
저도 아버지의 전공책을 봤다가 이젱하서 저런걸로 공부하면 밑바닥 성적나오기 뻔하겠더라고요. 과거에는 논쟁거리였다가 현재는 결론이 나고 그 다음단계를 논하고 있는데, 그책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부분을 논하고 있으니...
아무튼 그렇게 도저히 감당하기 힘드는데 아버지는 무작정 반대만해서 조금씩 버렸습니다 몰래
버려도 모르더라구요
그러다가 이사할때가 되어서 이번엔 이사전에 불필요한거 버리자고 그냥 몰래 거의 대부분 버려버렸습니다
고물상이 와서 수거해갔는데 포터 트럭으로 2트럭이 나왔습니다
노발대발 했지만 필사적으로 설득해서 아버지도 결국 이해하고 마무리됐습니다. 다버린겄도 아니었구요.
이제는 그래서 천권 정도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집에서도 결국 책을 보관한 공간이 부족해지더군요. 특히 제 전공책이 늘어나는데 둘 자리는 없어서 제가 쓰던 전공책을 버리면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저도 대학원을 다니는데 2014년 15년 전공책만 해도 이걸로 공부하긴 힘들어지고 어차피 2019년에 신판을 샀고, 올해도 신판을 살 계획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책을 버리다보니 뭔가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제가 가진책과 아버지가 가진책은 동일한책도 있습니다. 제 책은 2011년 판이면, 아버지 책은 1984년 판이죠. 저자는 동일하죠. 그런데 1984년판을 보관하기 위해서 2011년판을, 1990년판을 보관하기 위해서 2015년판을 버려야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지막 남은 책들이라도 사수하려는 듯 손도대지 말라고 하십니다. 저도 아버지가 무슨심정인지는 알겠지만 집에 서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무작정 보관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