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린다며 편의점 한 번 안 들리던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탕짬면에 기분 좋게 소주 한 잔까지 사치를 부리며 집에 들어가려다 아껴 피던 담배마저 떨어짐을 깨닫고는 다시 편의점으로 향한다.
"4500원이요."
서둘러 담배 한 갑만 챙기고 나오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거리에 앳된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만 가득하지 않은가?
아홉살, 열살은 됐을까 뭐가 그리 좋은 지 깔깔거리며 제 누나를 쫓는 모습에, 싱긋싱긋 웃으며 아슬아슬 동생의 손길을 피하는 모습에.
문득 어린 날이 기억나 나도 모르게 웃었다.
내 웃음소리에 두 녀석이 나를 발견했는 지 "아저씨! 안녕하세요!" 라며 밝게 인사한다.
자연히 지어지는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 때. 다시 문득 어린 날의 내 모습이 생각나며 이런 생각이 들지않는가. 언제 모르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아봤을까 어른이라는 나이가 되서 언제 동네 아기들한테 이런 인사를 받았을까. 예비군 훈련받으러 간다며 군복입고 나갔을 때? 아니면 군복 입고 다시 돌아올 때? 생각해보니 흉흉한 이 세상에 군복 입은 군인아저씨가 아닌 얼굴도 잘 모르는 동네아저씨로 인사를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