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문호인 이노우에 야스시가 쓴 '검푸른 해협(원제: 풍도)'
원나라 지배 시기의 고려가 강제적으로 일본 정벌을 준비하게 되면서 겪는 아픔의 역사를
소설속에 담았는데, 실제는 미군정 치하의 일본을 빗댄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가 워낙 거장이라 읽고 싶은데, 절판되서 없다는 군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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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 병사들이 세 집단으로 나뉘어 제각기 조금씩 간격을 두고 남문 앞 광장에서 출발했다.
길가에서 전송하는 자는 노인과 여자들 뿐이었으며, 혈육이 출동하는 부대에 끼여 있는 사람들 외에는 대개 무관심하고 무표정했다.
그들은 이미 남편이나 자식들과 며칠전 혹은 몇실일 전에 이별한 사람들이였다.
길가에서는 갑자기 비명과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늙은 남녀가 땅바닥에 엎드리는 것이 보였다
김방경이 개경을 떠난 그날부터 개경은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처럼 조용해졌다.
군마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병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텅빈 거리에는 아이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몽골 아이들을 본따서 머리를 깎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땋아서 한자루의 막대기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고려의 풍습을 버리지 않고 앞머리를 이마에 드리워서 가지런히 자른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전혀 이상한 일도 없다는 듯이 몸을 맞붙히거나, 쫓고 쫓기면서 놀고 있었다.
모두들 한결같이 얼굴색은 창백하고 손발이 더러웠으며 입은 옷은 초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