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지나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네요.
그래서 한가위 특집으로 "이런 손님 처음이야" best 3를 선정해 보겠습니다,
3위 내가 원하는 건 네 계좌번호
밤 늦은 시간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으로 가는 학생손님이 택시에 탔습니다.
손님을 목적지로 모셔다 드린 후 택시비를 결제하려는데
계좌입금을 하겠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보더군요.
손님들 대부분은 신용카드 또는 현금으로 결제를 하거나
아주 가끔 QR결제를 하는 분은 있었지만
계좌번호를 물어보는 손님은 처음이었습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제가 평소 외우고 있던 계좌번호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전화해 통장을 찾아서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휴대폰에 통장 사진을 하나 찍어서 가지고 다닙니다.
2위 어서와 인천공항은 처음이지?
화양동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시는 손님이 타셨습니다.
자가용으로 인천공항에 가본 적은 많지만
택시로 손님을 태우고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차도 막히지 않아 공항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택시요금이 장난아니더군요.
톨비 포함 6만 5천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받은 택시요금 중 최고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왕 인천공항까지 간 김에 서울까지 손님을 태우고 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저는 도착층으로 향했습니다.
전에 해외여행을 갔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택시들이 줄지어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저도 그 곳에 가서 손님을 기다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차장 쪽으로 길을 잘 못 들어서 한바퀴 돌고,
두번째는 무슨 차단기 같은 것이 있길래
'여긴 아니겠지'싶어서 지나쳤는데
그 차단기를 통과해야 택시승강장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바퀴를 더 돌아서 차단기 통과를 기다리는 다른 택시들 뒤에 섰습니다.
차단기가 열리면 택시들이 한 대씩 통과를 하다가 제 차례가 되었는데,
차단기가 안 열리는 겁니다.
옆에는 "미등록차량" 이라는 글씨가 떠있더군요.
등록된 차들만 택시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있나 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데
빈차라고 톨비는 받지 않더군요.
1위 크게 라디오를 켜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길에서 어떤 여자 손님이 택시에 타셨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도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같은 곳이었습니다.
손님께서 음악 좀 틀어달라고 하시더군요.
저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신 손님은 이 분이 처음이었습니다.
따로 음악을 준비해 둔 것이 없어서 라디오를 틀어드렸습니다.
밤시간이라 그런 지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나오고,
음악을 들으며 호젓한 길을 운행하니 나름 운치가 있더군요.
저는 그때까지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틀거나
음악을 들어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손님 덕분에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재미를 알게 되어
지금은 가끔 혼자 있거나 일 끝나고 들어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고 음악을 듣거나
가끔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손님 처음이야 best 3였습니다.
그러니까 베스트 보내주세요.
오유 여러분 모두 귀성길 안전운전 하시고
한가위 명절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