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정말 깡시골이다
어느 정도냐면 마을에 슈퍼마켓이 한 군데도 없다
뭔가를 사려면 차를 타고 20분 이상 달려야 읍내가 나온다
마을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데, 3.40년 이상 보던 사이들이라 가정사가 훤하다
우리가 손가락 잠깐 놀려 배민으로 치킨을 시키지만, 여기는 치킨이 먹고 싶으면 읍내로 나가거나 직접 닭을 잡는다
다 평균연령 높은 노인들이고 자연스레 동물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준한다
1m의 목줄로 평생을 사는 개나 밭을 판다고 약을 놔 고양이를 죽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인 것이다
어머님이 귀여워하며 사료를 퍼주던 노랑 줄무늬 고양이가 있었다
"노랑아, 노랑아 밥 먹어라."
부르시면 어디선가 숨어있다 달려나와 사료를 암뇸뇸 먹던 귀염둥이였다
커다란 진도(브랜드명이다)사료를 주시길래 내가 고양이 전용사료로 바꿔드리고 캔도 두 박스 특식 주시라고 보시했다
그 귀염받던 녀석을 뒷집에서 아웅~ 시끄럽게 우는 게 듣기 싫다며 약을 놓아 죽여 버렸다
심지어 그네들은 잔인하게도
시체가 마당에 있으니 치우라고 어머님을 불렀다
어머님은 노랑이 시체를 묻어주고 끙끔 며칠 가슴앓이를 했다고 하셨다
"이제 두 번 다시 고양이 밥 안줄란다."
하시는 어머님 마당에 새 치즈고양이가 기웃거렸다
이번은 지난번 녀석과 달리 경계심이 매우 강해 절대로 2m이내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어머님은 그 녀석에게 '가짜 노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서 사료를 퍼주셨지만, 경계심을 잃을 까 절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사진은 쓰레기 버리러 나가다 나랑 딱 마주친 가짜 노랑이+ 노랑이 친구 얼룩이
+ 여담이지만
약을 놓아 죽였던 뒷집 할멈은 기수높은 암이 발병했으나 입원실 부족과 의료 파업이 맞물려 집에 그냥 누워만 있다 사망했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