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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오해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를 움직이는 사상(굴욕적인 대일 저자세, 대북 대중 대러 강경책 등)을 제공하는
뉴라이트와 일베와 극우 유튜버 등은
무려 20년에 걸친 치밀한 여론 공작으로 탄생한 결과물들입니다.
제가 인터넷을 처음 시작했던 때가 1998년이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한국 사회가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이라서
다들 PC 통신을 통해서 인터넷을 했었죠.
제가 주로 이용했던 PC 통신은 나우누리였는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순진해서 그랬는지,
지금처럼 뉴라이트나 일베스러운 일본 제국주의나 일제강점기 찬양 같은 발언들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었고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뉴라이트나 일베, 극우 유튜버 등이 말하고 다니는 식의 발언들이 언제 처음 한국 인터넷상에 등장했느냐 하면 2002년부터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무렵, 여중생 미선이와 효순이가 미군 차량에 치어 죽은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한테 반미 감정이 널리 확산되고 공론화되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들이 그때부터 각종 인터넷상에 집요한 여론 공작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했던 오마이뉴스 기사 댓글 게시판이나 프레시안 기사 댓글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댓글들이 자주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여중생들이 미군 차량 앞길 막다가 죽었으니 자업자득이다."
"여중생 사고 떠드는 놈들은 북한이 보낸 빨갱이 첩자들이다."
"한국인들은 동남아 노동자를 차별하니까 전부 주한미군이 죽여버려도 싸다."
그러다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기적의 승리를 거두고, 다음 해인 2003년 노무현 정부가 공식 출범하자 그 때부터 지금 각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제 찬양 발언들이 뉴스 댓글 게시판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융단폭격을 하게 됩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이 한국인들한테 축복이었다."
"중국의 식민지가 되느니 다시 일본의 식민지로 돌아가는 게 더 낫다."
그리고 1년 후인 2004년부터 현재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제의 집단, 뉴라이트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죠.
그에 따라 보수 세력들과 그들의 스피커 노릇을 하는 보수 언론들이 노무현 정부를 연일 비난하면서 악마화 작업에 들어갔고, 멋모르는 국민들은 그런 선동에 놀아나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보수 기득권층은 도대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왜 그렇게 증오했을까요?
그건 바로 보수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주 큰 죄를 저지른 죄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죄냐고요? 바로 반역이었죠.
드라마로도 방영된 웹툰 비질란테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체제에 대한 반발, 즉 반역이라고 말입니다.
한 예를 들어본다면 조선 시대에 가장 미움을 받은 왕은 연산군이 아니라 광해군이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광해군이 연산군보다 더 사치스럽고 음란해서가 아니라, 바로 조선의 국시인 대명사대주의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반역의 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중국 명나라를 신처럼 숭배하던 조선의 기득권층한테 광해군은 명나라를 맹목적으로 숭배하지 않고, 명나라에 맞선 오랑캐 후금(청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하려고 했던 반역의 죄를 저지른 죄인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기득권층은 끝내 인조반정이라는 이름의 쿠데타를 일으켜 광해군을 왕위에서 쫓아내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기득권층이 보기에 절대 권좌에 오르면 안 되는 반미주의자로 비추어졌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반미 좀 하면 어떠냐? 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죠.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진짜로 반미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농담삼아 해본 말인데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 라고 물을지 모르나 한국 보수 기득권층한테 미국은 신적인 존재이자 곧 신입니다.
그런 신을 두고 농담거리로 삼는다는 행위 자체가 곧 불경스러운 신성모독의 죄를 저지르는 일이기에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이게 저 혼자만의 망상이 아닌 것이, 한국 기득권층이 미국과 일본한테 얼마나 비굴한 노예근성을 지녔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몇 가지 있습니다.
2006년 3월 15일 당시 한나라당(현재 국힘당) 대변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을 이기고 4강 진출을 확정짓자, 이를 두고 "일본을 자극하여 새로운 무역장벽이 생기거나, 미국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한나라당이 걱정한다."라는 논평을 했죠.
이 논평을 두고 네티즌들이 반발하자 농담이라고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그 발언은 일본과 미국을 화나게 할까봐 스포츠 대회에서조차 그들을 이기면 안 된다는 심리를 무의식 중에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기득권층이 미국과 일본에 대해 품고 있는 비정상적인 공포심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죠.
또한 박정희 정부가 집권하던 1965년 소설 분지를 발표한 작가 남정현이 중앙정보부에 반공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소설 분지의 본문에서 주인공 홍만수의 여동생이 미군 상사한테 성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홍만수가 미군 상사의 아내의 아랫도리를 벗긴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 부분을 두고 검찰 관계자들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박정희 정부의 인사들한테 미국인은 소설적 허구의 세계에서조차 절대로 모욕을 당하면 안 되는 신성한 존재였던 것이었죠.
그리고 박정희 정부 시절의 냉전 반공 세계관을 그대로 숭배하는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한테는 감히 신적인 존재인 미국을 두고 농담을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신성모독을 저지른 죄인으로 간주되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는 친일파 관련 법안을 만들거나 일본이 독도 영해를 침범하면 한국 순시선이 일본 배를 들이받아버리라는 지시까지 내렸을 만큼 일본이나 친일파 문제에 있어서 강경했는데, 이 또한 일본을 미국과 함께 신으로 섬기는 한국 기득권층한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위키리크스에서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던 MB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압박하게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한국 기득권층한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반일적인 언행은 마치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처럼 느껴졌을 테니까요.
실제로 이런 한국 기득권층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넷우익(일베로 대표되는)들한테 원한을 사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외국인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한 외국인 영어 강사 출신의 유튜버인 올리버쌤이 자기 나라인 미국 사회의 잘못된 점들에 대해 몇 번 영상으로 다루자, 그 영상을 본 일베 회원들이 크게 분노해서 올리버쌤의 집주소를 알아내 죽이러 가야 한다는 식의 발언들을 했고, 그래서 올리버쌤이 한국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한국 넷우익들한테는 미국이 곧 신이기 때문에 그런 미국을 비판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용서할 수 없는 신성모독의 죄였던 것이죠.
그럼 현재 한국의 기득권층이 민족주의를 완전히 버리고 일본의 밑으로까지 비굴하게 기어들어가겠다는 심보를 드러낸 때는 언제였을까요?
그건 바로 2017년 박근혜 탄핵 사태 무렵부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