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서 골든타임 놓쳤다” 경기도 부천 한의원 봉침 사망 사건과 관련, 한의사를 도와 피해자인 여교사를 응급처치했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피소됐다.
응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유족이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 5월 15일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6월 6일 사망했다.
봉침 시술 당일 한의사는 A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의사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달여 뒤인 7월 A씨의 유족은 한의사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의 이름도 소장에 함께 올렸다. 9억원대 손해배상액이 청구된 민사소송이다.
유족 측 변호인인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의사는 봉침 시술을 하면서 피부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가 있다”며 “유족들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을 보면 응급 상황에서 가정의학과 의사가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게 늦으면서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처음부터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 상황에 갔다면 보증인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직접적인 불법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한의사를 도와주러 갔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변호사는 “아직 (피고 측인) 한의사나 의사 쪽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도 CCTV 등 당시 상황을 간접 경험한 거여서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피소됐다는 소식에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는 한의원의 잘못된 시술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워진 환자를 살리기 위해 도왔는데 그런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으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나서겠느냐”며 “협회 차원에서 해당 가정의학과 의사에 대한 법률적인 지원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이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나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봉침과 같은 시술을 과거부터 사용했다는 이유로 허용한다는 데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시술은 전면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