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있던 글이므로 음슴체
아빠를 닮아 말이 청산유수인 우리 아들.
하지만, 5살 유치원 시절에는 말을 못한..건 아니고, 늦는다고 까이고 또 까였지.
유치원 상담시마다, 전화시에도, 통지표에도.
말이 늦어서 걱정이다, 말이 늦어서.. 말이 더뎌서.. 말이.. 말이..
아니, 알았다고!! 괜찮다고!! 기다리면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던 단비반 선생님아.
두달에 한번씩 스크래치 쫙쫙 가던 내 심장 어쩔거야!!!
지금 너무 잘해서 탈이라고요ㅠ
제 말이 맞았잖아요... 입을 막고 싶다규 이제ㅠ
잊지 않기 위해 갈겨보는 김이콩(가명) 어록들
1 )
(무언가 말썽을 부린 상황)
미모 : 너 왜 이렇게 엄마말을 안 들어? 엄마 진짜 속상하다.
이콩 : 으흐흐, 그건 말이지.. 나도 아빠처럼 김씨니까^_^+
미모 : -_-;
... 그래, 내 인생의 한떨기 웬수같은 김씨들아ㅠㅠ
2 )
(놀러온 친구랑 풍선 가지고 싸움을 한 상황)
(엄마의 포풍샤우팅 훈육, 이콩, 징징대고 울기 시작)
미모 : 왜 울어? 엄마가 너를 바르게 가르치고 있는 거잖아!!!
이콩 : 엄마는 화만 내고 있는거지, 그건 가르치는게 아니잖아!! 엉엉어ㅓㅇ어엉ㅠㅠ
아오 진짜 말이나 못하면...
기가 막혀서ㅡㅡ
3)
어느 날, 얼집샘의 전화를 받음
이콩이가 공부시간만 되면, 배아파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다고-_-;
진짜로 아픈 것 같진 않은데
한두번이 아닌지라 혹시나 싶어 전화드렸다는 샘의 밝은 목소리..
죄송해요, 선생님.
걔 집에서도 툭하면 그래요
저도
걱정에 사무쳐 이 병원 저 병원 순회해본 적이 있었죠;;;
아이고 두야..
아이고 신이시여..
뭘 먹고 너를 낳았니, 내가ㅠ
4 )
얼마 전, 어린이집 부모참여행사?에 갔음
마지막 코너로 반 친구들이 앞에 죽 나와서 노래를 하길래 정신없이 동영상 찍다가
한 여자친구의 양팔이 눈에 띔.
양팔에 장애가 있어서 거동이 불편한 친구였음.
나 어린시절, 종종 짖궂은 녀석들을 심심찮게 보아온 터라
혹여나 사내 녀석이랍시고 친구를 놀려댈까 걱정이 스물스물.
집에 돌아온 후, 블럭 삼매경인 이콩이에게 은근슬쩍 말을 붙여봄.
미모 : 엄마는 오늘 레몬(가명)이 처음 봤네? 노래 참 잘하더라
이콩 : 그래? 난 뭐.. 안친해 여자잖아 (6살 된후로 여자랑 내외함ㅋㅋ)
미모 : 응, 근데 여기 팔이 불편해 보이더라고
이콩 : 아, 그거.. 무슨 수술을 했대(무심)
미모 : 아팠겠다ㅠ 장난감 정리가 힘들것 같아 이콩이가 잘 도와줘
이콩 : ? 선생님이 늘 도와주는데? 그리고 걔도 조금은 할 수 있어 (내가왜? 라는 의문의 눈빛으로 잠깐 쳐다봄)
미모 : 으...응... 근데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혹시나 레몬이가 수술했다고 얘기하고 다니거나 재밌다고 놀리거나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왜냐하면.. (어떻게 6살 수준으로 이해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횡설수설)
이콩 : 엄마!
미모 : ...응?
이콩 : 당연히 친구가 속상할 이야기는 하는게 아니야(무심)
끝까지 블럭 매만지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아들
아이구, 기특한 내 새끼ㅠㅠ
그래도 엄마아빠가 너를 잘못 키우진 않았구나ㅠㅠ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줬으면~
5 )
(언제나 그렇듯이 혼나고 있는 상황)
미모 : @!@)%((!^(#)^)!)@!_@@)$)@%)!!!!!! (샤우팅 중)
이콩 : 우얼어엉어엉어엉엉!! 엄마 미워!! 엄마랑 안 놀아!! 엄마만 두고 이사갈거야!!! 우어어어어어어어엉엉!!! 엄마 때문에 내가 속상해 죽겠어!!
이콩 : 멍멍이 할머니(외할머니)한테 전화해 줘!! 지금 당장!! 내가 다 이를 거야!!!
미모 : 뭐-_-?
이콩 : 최미모(내 본명) 엄마잖아!!! 내가 혼내주라고 할 거야!!!!
...
..너도 니네 엄마한테 한번 혼나봐라 이거니-_-?
6 )
평일 아침에 몸이 안 좋다기에 열을 재봤더니 37.0
그래도 안 좋으시다기에 병원에 모시고 다녀옴. 의사샘 진단은 꾀병-_-;
그러고 집에 돌아오시더니, 유치원 가라고 할까봐
너무 편찮으셔서 유치원 못 갈것 같다며 선수치고 드러누우심-_-;
기막혀서 찍어둔 김이콩 헐리우드 액션 인증샷-_-+
6)
'말 좀 들어라, 엄마 늙는다' 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더니;
뭐만 하면, '엄만 늙어서 그렇잖아' 를 연발.
자꾸 들으니 뭔가 약올리는거 같은 기분이 듦=ㅁ=
하다못해, 놀이터 나가서 동네맘들 다 있는 데서도
엄만 늙었으니까 그렇잖아~ 드립 쳐주심..
ㅇ ㅏ.. 이사갈까.
자매품으로 아빠 디스 멘트도 있음.
한때, 엄청나게 동생 낳아달란 타령을 해싸서 난 전공자니까 훗 이라며 이른 성교육을 시킴.
아빠한테는 아기 씨앗이 있단다,
씨앗을 엄마에게 주어야 동생을 가질 수 있어.
이콩이도, 아빠가 이콩이 아기 씨앗을 엄마한테 주었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근데, 아빠는 이제 더이상 아기 씨앗이 없어.(정관수술)
엄마 아빠한테는 이콩이만 있으면 돼서, 다른 아기 씨앗은 필요없거든.
그후로, 놀이터 나가서 누가 동생 없어? 묻기만 하면
왜냐하면요!
우리 아빠는 더이상 아기 씨앗이 없어요~ 그래서 동생을 낳을 수 없어요!
해맑게 외치고 돌아다님-_-;;
서방놈이 제발 쟤 입 좀 막으라고..
ㅇ ㅏ.. 이사갈까.
7 )
맨날 싸우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우린 닭살 모자임. 걸핏하면 뽀뽀하고 장난치고 뒹굴며 사랑을 속삭임.
그런 좋은 분위기 속에 취한 엄마.
미모 : 아, 엄마는 이콩이가 형아되는 거 싫다.
이콩 : 왜? 난 형아되는게 좋은데.
미모 : 형아되면 색시 생겨서 이콩이가 멀~리 떠나잖아.
갑자기 위로하듯 내 어깨를 툭툭치며
이콩 : 걱정마, 내가 가~아아아아끔 엄마 보러올게.
안 떠난단 소리는 절대 안함ㅋㅋㅋㅋㅋ
자주도 아니고 가~아아아아끔이래ㅋㅋㅋㅋㅋ
그래, 참 고맙다 이 자식아-_-;
8 )
번개맨 시청 중에 훈장님과 고모?가 눈맞아서 결혼하는 이야기가 나옴.
이콩 : 으흠, 엄마 아빠도 서로 좋아해서 결혼했어?
미모 : 응, 그럼. 너무너무 좋아해서 결혼했지~
이콩 : (화들짝 놀라며) 뭐라고? 전혀 아닐 텐데-_-?
아니, 이 자식이..
에미애비를 뭘로 보고ㅋㅋㅋㅋㅋ
우리 참 사이 좋은데..
진짜 좋은데.. 거 참^_^+
9 )
어버이날 카드를 받음
들여다보니, 하트 양옆에 졸라맨을 하나씩 그려놓음
이콩 : 이건 엄마, 이건 아빠야
미모 : 오호? 가운데 하트가 있네?
이콩 : 응, 이제 싸우지 말라고.
미모 : -_-???
아니, 그러니까 진심 억울하다고.
니 엄마아빠 안 싸운다니까.
진짜로 1년에 한두번 싸울까 말까에요.
애 앞에서는 더더군다나 조심함.
얘 왜 이러는지 아시는 분?
..은 사실 이콩이 4살때 엄청 크게 싸웠어서;
엄청 크게라봤자, 욕한 것도 아니고 뭐 던진 것도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니고
그냥 소리 좀 지르고 울고불었을 뿐인데;;
그 한번을 잊지 못하고,
2년 넘게 집착 쩌는 우리 아들.
엄마아빠가 잘못했다ㅠ
제발 그만 잊어줄래? 플리즈..
야, 근데 우리 가정은 진짜 화목한 거야..
엄마아빠 억울하다, 넘나ㅠㅠ
10 )
어린이집 교사 시절에, 4살 이콩이를 데려간 적이 있었음.
위에도 적었듯이, 우리 아들 사소한 기억에 집착이 쩜.
그때의 엄마가 그리 멋져 보였는지
어딜 가나 우리 엄마 선생님이라고 자랑을 하더니
이제 선생님 아니라니까 대실망ㅋㅋ
이콩 :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 할라고 열심히 공부하는 거지?
미모 : 아니, 엄마 이제 선생님 안할 건데. 그래서 공부하는 거야.
이콩 : 왜? 선생님이 최고 멋지잖아.
미모 : 그런가? 엄마는 다른 멋진거 또 해보고 싶어서 그렇지.
이콩 : ...휴, 친구 엄마들은 경찰서도 있고 소방서도 다 있는데...
이콩 : ...엄마만 아무것도 아니라서.. 내가 참... 슬프다...
헐!!!!!
야!!!! 너 지금 나 백수라고 까는 거냐??
너도 니네반에서 너만 니 이름 못읽잖아?!! 나도 참 슬프거든?? 응???
그래도 난 비교안하고 참고 있구먼=ㅁ=
이것이 어디서 비교질이여.
살다살다 아들한테 백수라고 까이다니ㅠ 어흡흡흐뷰ㅠ
11 )
유치원에서 하원한 이콩군.
겨울이었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뭉쳐진 휴지를 꺼냄.
이콩 : 엄마, 이거.
미모 : 응? 이게 뭔데?
이콩 : (휴지를 주섬주섬 헤치며) 이거 오징어야. 오늘 반찬으로 나왔길래, 내가 엄마 주려고 싸왔지! 엄마가 오징어 좋아하잖아.
해맑게 웃으며, 휴지와 범벅된 오징어? 였었을 무언가를 내미는 아들.
넘나 고마워 눈물이 났지만.. 났지만..
뚜기(남편): 와, 진짜 감동이다. 먹어야지. 진짜 꼭 먹어야지. 똥이라도 먹는다, 나라면.
아들의 엄마 사랑인데!!! 아들의 동심인데!!!
미모 : ㅗ^^ㅗ
그래서, 먹었습니다.. 네..
맛은 뭐.. 휴지였어요.. 하하... 어쨌든 고맙다 우리 아들ㅠ
아닌게 아니라
자칭타칭 엄마쟁이인 이콩이는 어딜가나 그리 에미를 챙기긴 합니다.
주로 먹을 거를..
자기 아끼는 것도 참 아낌없이 엄마한테는 나눠주고 그래요
됐다고 너나 먹으라고 거절해도
굳이 꾸역꾸역 나누어줌..
왜지? 내가 불쌍해 보이나?ㅋㅋ
12 )
집에서는 참 떼쟁이인데, 밖에 나가면 쏘쿨함
그리고, 집에 오면 밖이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거의 이야기 안함.
말은 참 많은데..
대부분이 본인이 좋아하는 공룡, 로봇 이야기만 주구장창..(덕후본성인가)
작년, 이콩이네 유치원은 따로 재롱잔치가 없었음.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른 일로 선생님과 통화하다가
샘 : 호호호, 어머니 이콩이 너~무 귀엽지 않아요? 집에서 율동연습 많이 하죠?
미모 : 네? 무슨 율동이요?
샘 : 어머, 저희 모레 발표회 하잖아요~ 요즘 하루종일 그 연습만 하는 걸요.
미모 : 발표회요? 처음 듣는데.. 저도 가나요?
샘 : 아뇨, 원내에서 간소하게 하는 건데.. 어머, 이콩이가 집에서는 과묵한가 봐요 오호호호.
과묵한 건 결코 아닌데;;
못 들었네요.. 하하..
그 귀엽다는 율동 구경도 못해봤네요.. 하하..
집에 온 이콩이한테 물어봄.
미모 : 유치원에서 율동연습 한다며? 왜 엄마한텐 얘기 안해줬어? 보고 싶은데.
이콩 : 그냥.. 별로 재미없어서.
ㅇ ㅏ.. 네, 그러시겠죠;;;
13 )
변함없이 혼나고? 싸우고? 있는 상황.
미모 : 엄마 이제 집에 안 올 테니까 새엄마 얻어서 잘 살아!!!
이콩 : 그래!!!! 좋지!!!!
이콩 : 엄마도 새아빠 얻어서 잘 살아!!!!
미모 : ?? 새아들이 아니고, 웬 새아빠?
이콩 : 집나가면 아빠가 없잖아. 다시 결혼할 새아빠 구해서 잘 살아!!!
참나ㅋㅋㅋㅋㅋ
집나간 엄마의 미래까지 걱정해주다니
고마워 죽겠다, 이 자식아-_-+
14 )
6살 후로, 얼집 여자들과 내외하는 이콩군에게도 공식 여친은 있음.
이른바, 동네여친님.
4살 때부터 놀이터 소꿉친구여서인지, 내외 안하고 여즉 단짝임.
둘이서 그네를 타는 상황.
이콩 : 딸기야(가명), 너는 뭘 좋아하니?
딸기 : 응? 나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이콩: 그래? 그러면 우리집에 가자. 이제 우리 엄마가 매일매일 생선반찬을 해줄 거야.
미모 : -_-????
저기요? 님들?
엄마한테 먼저 좀 물어봐줄래요?
에미가 벌써부터 니 여친 밥상까지 대령해야 하는 거니?
네, 그렇다고 함니다ㅇㅇ
6살 예비며느님 밥상까지 차려 바치는 신세ㅠㅠ
15 )
유치원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
어느 날 유치원에서, 무심하게 구슬 목걸이?를 꿰고 있던 이콩이.
뭘 하려나 싶어 유심히 지켜보는데, 다 만들더니 옆에 있던 여자친구에게 조용히 걸어쥼.
깜놀한 여자친구의 ???한 눈빛을 뒤로한 채,
아무 말도 없이 지 자리로 돌아가 버림.
하물며, 친한 여자친구도 평소에 관심있던 여자친구도 아니었음.
궁금했던 선생님, 이콩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심.
그냥.. 어울릴 것 같아서요.
라고 하는데, 제가 심쿵했어요 어머니~ 이콩이 크면 인기 좋을 것 같아요 오호호호.
저기.. 우리 아들 생긴 걸 보세요, 선생님?
뭐 여튼,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있다는
니 인생의 모테키 인가 보다, 아들아. 힘내라!
16 )
관찰력이 좋고, 세심한 면이 있음.
4살, 이콩이와 친했던 여자친구의 생일파티날. 선물로 고민에 빠진 나.
이때는 애기애기하고, 말도 떼떼거리던 이콩이ㅋㅋ
미모 : 이콩아, 메론이(가명) 생일인데 선물 뭐 할까?
이콩 : 렛잇고.
미모 : 메론이가 렛잇고 좋아해?
이콩 : 응, 렛잇고 인형.
엘사 인형은 너무 비싸고, 그래서 겨울왕국 색칠공부를 샀음.
어느 날, 잠자리에서 사진을 보다가 메론이 생일파티 사진을 보게 됨.
이콩 : 엄마, 근데 메론이 생일선물 뭐 샀었어? 내가 많이 궁금했잖아.
미모 : 렛잇고 색칠공부 샀지. 니가 렛잇고 사주라며.
이콩 : 어휴 참! 렛잇고 다리가 부러졌잖아. 그래서 그거 사주라고 한 건데!
미모 : ????
다음날, 선생님과 통화하다가 알게 된 사실.
어머, 메론이가 가방에 달고 다니던 열쇠고리에 달린 엘사 인형 다리가 부러졌었는데.
그래서 메론이가 많이 속상해 했거든요.
이콩이 너무 세심한 남자네요, 오호호호.
이때는 어렸던 때라, 나도 좀 놀랐음.
그렇다고, 그거 안 사줬다고 에미를 타박하다니=ㅁ=
점점 커가는 아이를 보니
유한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이콩아, 사랑한다. 아주 많이.
엄마가 좀 틱틱거려도, 다 널 사랑해서 그래 임마.
니 엄마 츤데레야.
좀만 크면 너도 알게 될 거야>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