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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문제인건지 제가 문제인건지 확신이 안서요
게시물ID : gomin_1767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Zsb
추천 : 1
조회수 : 7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9/04/04 20:06:23
노잼스압글이에요
푸념이라도 하면 기분만이라도 조금 풀릴까 싶어서 쓰는 글이라 그냥 뒤로가기 하셔도 괜찮아요...










"취직했다"고 말할 수 있는 첫 직장은

부서원 21명중 20명이 환갑이상의 부장인 곳이었습니다
신입인 제 맞선임은 환갑을 갓 넘긴 부장님이었습니다
부서 최선임자는 지하철 공짜로 타는 부장님이었고요...

다들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하고 계약직 부장으로 입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신입 빨리 키워준다, 밀어준다 하는 명목하에
일거리도 다 저에게 밀어줬습니다.

부장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주식보고, 부동산보고, 네이버뉴스보고, 골프보고, 여자사진보고

"@@씨 이거 좀 부탁해, 나이먹은 노인네들 컴퓨터 잘 못쓰니까
그냥 @@씨가 처리하는게 빠르잖아 시간도 절약되고... 환갑넘게 먹어서 뭘 새로 배워서 뭐하겠어~ @@씨가 좀 해줘"

제 월급의 두세배는 받는 부장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의지하고 고충을 함께 나눌만한 동기도, 또래 직원도 한명 없이 20명의 부장 속에서 혼자 일했습니다
부장들이 처리 안해서 빵꾸난 서류 챙기고 뒤처리하느라 정신도 없고

사무실에서 눈에 보이기만하면 @@씨 이리와봐 하면서 눈 마주칠때마다 자기 일을 저에게 쥐어줬습니다

1년여를 버티다가 결국 도망치듯이 사직서를 내고 나왔습니다









두번째 직장도 동종업계라서 구성원들은 비슷하더군요

60%정도는 정년퇴직한 계약직 부장들
나머지 40%정도는 현역 사원들이었는데

부장들은 전 직장이나 이번 직장이나 소파에 앉아서 잠쳐자는건 똑같았는데
연령대가 젊어지니까 전 직장에 없던 똥군기가 생기더라고요

통성명은 커녕 얼굴도 한 번 본적없는 사람이
선배랍시고 초면부터 반말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저보다 어린 선배도 저나 제 동기들에게 삿대질 하면서 얘, 쟤 하더군요

그리고 군대에서나 경험해봤던 집합
뭐 사소한 건덕지 하나 건졌다 하는 날이면 집합이었습니다

"17사번 동기생 싹 다 데리고 장비실로 집합해"

두세살밖에 차이 안나는 갓 진급한 대리였습니다

야 이 #팔새끼들아 니네 아까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다 알지?
내가 대리짬밥씩이나 먹고 이딴거까지 다 신경을 써야돼?
나 우리 회사에서 ㅈ같기로 유명한거 알지?
너네 기수 사무실에서 1초라도 쉬는 꼴 보이기만 해봐 전부 다 죽여버릴거니까
사직서 쓰고 니 발로 회사 나가는 날 까지 생활 ㅈ같게 만들어줄게


회사에서는 회사 일하랴, 집합당해서 욕쳐먹느라 정신 못차리고

퇴근 후에는 선배들이 내준 과제, 숙제, 테스트 때문에 공부하느라 잠을 설쳤습니다
선배 직원들이 내준 과제, 시험 패스 못하는 날이면 몇날며칠을 시달려야했습니다

"원래 육두문자로 ㅆㅑㅇ욕쳐먹으면서 배워야 빨리 배우고 안까먹는거야 ^^
내가 뭐 다른뜻이 있어서 너네한데 ㅈㄹ하는거 아니고 너네 빨리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거야" 라면서 욕하는 선배

금수만도 못한 새끼들 다 떄려 죽여버려도 시원찮은 죽어마땅할 새끼들인데 법이 있어서 니들이 살아있는거라며
내가 잘못돼서 회사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니네 모가지도 다 같이 짤라버릴거라며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사무실에서 소리지르는 부장




이번 회사는 1년을 못버티고 사직서를 냈습니다








서너번정도를 1년도 못 채우고 이 회사, 저 회사 옮겨다니면서 사직서를 쓰고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원래 회사는 전부 다 ㅈ같은건데 내가 그냥 못버티는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 먹고살려고 이런 일들을 참으면서 다니는건데 나만 병신이라서 못버티고 사직서를 쓰는건가?
회사는 정상인데 내가 비정상이라서 못버티고 도망친건가?
그냥 내가 일하기 싫고, 놀고먹고싶은 한심한 쓰레기라서 도망칠 핑계거리만 찾는 거 아닐까?
분명 이 회사에도 좋은점, 괜찮은점 있을텐데 내가 일하기 싫어서 사직서 쓸 핑계만 눈에 불켜고 찾는거 아닐까?
내가 사직서 쓰고 다른 회사가도 어차피 또 못버티고 사직서 쓰고 도망치지 않을까?
나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슨 직장을 다니더라도 결국에 불만만 가지고 사직서 쓰지 않을까?





솔직히 최근에 새로 들어온 회사도 한달만에 온갖 불만과 분노만 가득한 상태인데
이제 31살인데 내 스펙으로 이직이 가능이나 할까 싶은 마음에 어쩔줄도 모르겠고
남들도 다 ㅈ같은거 참으면서 회사 다니는건데 그냥 나도 무조건 참아 봐야하나 싶고


하루하루가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불안감 때문에 잠자기도 힘들어서 일주일에 5일, 6일씩 술이라도 쳐마셔야 겨우겨우 잠이 듭니다...





그냥 아무리 ㅈ같고 병신같은 일이 회사에서 일어나도 그냥 참으면 되는거죠?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참고 있는거죠?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집에서 부모님은
니 사촌형 두명은 둘 다 공기업 들어가서, 회사여자랑 결혼해서 부부수입이 월 천이 넘는다더라
니 작은 사촌형은 롯데다니고, 외사촌형은 어디 유명 증권사 다니는데

너는 왜 이지랄이냐

너 때문에 엄마아빠 걱정되고 우울해서 진짜 죽어버릴거같다
너 때문에 엄마아빠가 죽어버릴것 같다

당장 회사 때려치고, 방 빼서 본가내려와서 공기업준비해라
공기업이 안되면 9급시험이라도 준비해라

제발 안정적인 직장 들어가라 난리치고...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부모님께 "힘들다"는 세글자만 말해도
저에게 돌아오는건

이 새끼가 너는 다 큰 새끼가 어디 부모 걱정되게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담을수가 있냐
너 그 따위 소리나 할거면 당장 회사 때려치우고 아빠가 시키는대로 살으라고







그냥 하루 하루 살아있는게 버거워요...
요즘에는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아무런 힘도 안나고
좋아하던 취미들도 이제 아무것도 재미 없고, 하고싶은것도 없고
하루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밤에 눈 감는 순간까지 기분이 좋은 순간이 없어요

즐거운 일이 단 한개도 없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집에서 혼자 술먹다가 쓰는 글이라 두서없이 이리저리 내용이 오락가락 했네요...

그냥 이런 게시판에 익명으로라도 떠들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릴까 싶어서 별 소리를 다했네요

제 글 때문에 기분이 안좋아지셨으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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