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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일하면서 겪은 일
게시물ID : humordata_1761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옆집아이
추천 : 27
조회수 : 3472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8/07/14 23:55:34
항상 알바시점의 글이 올라오더군요

전직 본사직원으로 겪은 일 풀어보려합니다.

1. 점주님 사정이죠.

 제가 담당했던 점포 점주님이 병에 걸리셨어요
법적으로 격리가 되어야하는 전염성 질병이었죠
점주님은 입원하셔야 했고 저는 그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안타깝지만 휴점및 영업시간단축은 불가
법적 격리 질병임을 다시 한번 알렸지만 
답변은 같았습니다.
알바를 구해서라도 영업하라고
입원은 급했고 점포는 시골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청년회장이 60대인 그런곳..
알바를 구할래야 바로구할수없는곳
다시한번 요청했습니다. 직영점 직원이라도
출장으로 보내달라고
결국 1주일 직영점 직원이 출장왔고
각 구인사이트에 구인광고 올렸습니다.
안 구해졌고 무심하게도 1주일이지나 직영점 직원은 돌아갔습니다. 
점주님은 아직 퇴원하지못한상태
출장을 연장해달라 했지만 할만큼해줬으니 절대불가라는답변
점주님은 제게 사정했고 저는 결국 야간미영업을 눈감았습니다. ...
그리고 걸렸죠
저는 시말서를 제출했고 점주님께 제손으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미준수시 위약금내셔야한다고...
절 도와준다고 나선 선배는 저와 점주님 앞에서 위약금이 없으시면 현 소유하신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서라도 내라하더군요
제게는 따로 와서 넌 회사직원이지 봉사단체직원이 아니라면서요..
점주 아들이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내려와서야 사태가 끝났습니다... 
이후 점주님과 점주아드님 내외의 관계가 틀어지며..
점주님이 만나는 유일한 본사직원인 저에게 원망아닌 원망이 돌아왔구요
이때 회사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했습니다.

2. 돈 내세요.
 다른 점포입니다. 점주의 자녀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큰사고였죠. 두번다시 못걸을..
수술엔 큰돈이 필요했습니다.
점주는 당장 큰돈이 없었고, 눈앞에 매일 회사에 보내는 정산금이 있었죠
여러분이라면 어떻하시겠습니까?
점주님은 그돈을 본사에 송금하는대신 딸 수술비 및 병원비로 사용했습니다.
이 이후에 제가 이 점포를 맡게되었고
제게 떨어진 미션은 밀린 정산금 천만원을 받아내라는 것..
하루에 한번씩 전화했습니다. 밀린것 송금하세요
나눠서라도 송금하세요
.... 근데 여기도 시골이었어요 24시간 점주내외가 12시간씩 근무하면서 매월 200만원 간신히 벌어들이는 점포
근데 거기다 장애가 생긴 자녀를 비롯해 애가 셋
...생활비로도 빠듯한 점주..
송금이 힘들었고 몇개월간 1000만원이 900만원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을뿐..
회사는 제게 지급정지를 하라했습니다(편의점은 일 정산금을 본사로 송금하고 매월 정해진날 로열티배분후 돌려받습니다)
전 먹고는 사셔야 하니 반은 지급하겠다. 담당실무자는 나니까 믿어달라 했습니다.
점주님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반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드셔서 였을까요..
또 미송금이 늘어났습니다.
또 시말서를 썼고 지급정지 및 상품공급중단했습니다.
결국 점포는 문닫았고 점주내외는 집을 팔아 위약금과 미정산금을 냈고 그이후는 저도 모릅니다.

3. 돈 천천히 내세요

2번은 읽으시면서 욕은 안나오셨죠? 점주님 상황도 회사처분도 이해할만 하잖아요
근데 지금부터쓰는 내용을 읽으면 욕나오실거에요
당장 저만해도 이일로 사표결심했으니까요

미 송금액 2천만원
사유는 다른 사업에 쓰려고..
회사의 조치는 

천천히 내세요 괜찮습니다
아예 특약 계약서까지 써줬더군요
인수인계하면서 얼마나 어이없던지..

왜냐구요? 이점주는 건물주였어요
수틀리면 다른브랜드 편의점으로 전환오픈하면되요
그러면 그브랜드에서 권리금조로 위약금이랑 미송금액 내고도남는 돈을 주거든요

그 상권을 다른브랜드 넘겨주기 싫고
재계약할때 조금 유리하려고 천천히내라고 한거죠.

저에게는 2번과 3번은 동시진행이었습니다.
제 기분은 말 그대로 엿같았습니다.
3번 점포는 한번에 미송금액을 지불할 능력도 있었고
그로인해 생계가 힘들어지지도 않을 곳이었으니까요

이때 회사에 많이 개겼습니다. 
찍혔고 그후에는 3개월 단위로 발령이 났어요
전남에서 전북으로 전북에서 다시 광주로
광주에서 강원도로 발령이 날쯤  사표냈습니다.

내면서 입사한 그때가 생각 났어요
오고싶어서 20살때부터 이 회사편의점에서 알바했죠
군대 제외하고 8년간..
서류 2번떨어지고 3번째 도전에 
흔한 스펙 없이 당신네 브랜드에서 일한경험 하나로 합격
정말 오고싶었던 회사...
그랬는데... 오고나니까... 점점 우울해지고 그랬어요..
어떻게든 다니고 싶었는데.. 점점 다니기 싫어졌어요

도망치듯 낸 사표..

지금와서 그 회사에 드리고 싶은 말은

사표 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ㄱㅅㄲ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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