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취업포털서 211명 설문
25%가 “지나친 스펙에 감점”
이유는 “연봉, 요구조건 높을 것 같다”
취업 준비생이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만큼 입사에도 도움이 될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펙은 취업심사의 기초적인 잣대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한 스펙은 마이너스가 된다는 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국내 대형 건설사 인사팀장 A씨는 “학점, 외국어 성적 등은 일정 수준만 넘기면 모두 같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사실 변별력이 없다”며 “결국 열정이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체의 인사과장 B씨도 “조직 문화에 잘 융합할 수 있는지 인성 부분을 집중해 살펴보는데 오히려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쌓기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러 설문 결과에서도 과도한 스펙은 도리어 역효과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말 기업 인사담당자 211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자의 잉여 스펙 보유 여부’를 질문한 결과, ‘잉여 스펙이 있는 지원자에게 감점 등 불이익을 줬다’는 비율이 25.6%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탈락한 지원자가 있다는 답변도 92.1%나 됐다. 불이익을 주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높은 연봉과 조건을 요구할 것 같다’(70.6%ㆍ복수응답) ‘직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55.9%), ‘실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32.4%)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 215개사를 대상으로 한 ‘구직자 보유 스펙 수준’ 조사에서도 고(高)스펙을 갖춘 지원자에 대해 전체 응답의 절반 이상(52.1%)은 ‘요구조건만 넘으면 아무 영향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22.3%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해 고스펙은 취직에 도움이 되질 않았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취준생들이 취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는 불안감에 일단 도움이 될 것 같은 자격증과 영어성적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279명에게 ‘2016년 채용 트렌드’를 물은 결과에서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무역량 평가로 능력 중심 채용’을 꼽은 응답자가 38.4%로 가장 높았다. ‘경력사원 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답변도 26.9%나 됐다. 올해 취업 성향은 스펙보다는 업무 역량이 중시될 거라는 얘기다. 김훈 잡코리아 상무는 “채용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 만큼, 입사 후 바로 도움이 되는 직무 중심의 채용을 강화하는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