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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허접역사소설 - 도산성의 겨울(제4장 밤손님)
게시물ID : history_175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카링카앗
추천 : 6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7 11:35:11
오늘도 올려봅니다.^^
 
처음부터 못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history_17262
제1장 심계천하 上
http://todayhumor.com/?history_17277
제1장 심계천하 下
http://todayhumor.com/?history_17303
제2장 김칫국 上
http://todayhumor.com/?history_17337
제2장 김칫국 下
http://todayhumor.com/?history_17363
제3장 악몽 1
http://todayhumor.com/?history_17420
제3장 악몽 2
http://todayhumor.com/?history_17465
제3장 악몽3
http://todayhumor.com/?history_17503
 
제3장 악몽4
http://todayhumor.com/?history_1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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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밤손님
 
1597년 12월 20일 밤 도산성 인근 반구정 외성
 
야심한 밤. 반구정 외성 외진 곳. 조선인 노예들이 기거하는 움막에는 한 물체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고된 노동으로 지친 노역자들은 꿀맛 같은 잠
에 빠져 있었다. 그들 중에 누구 하나 움직이는 것을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으…….음…….주모 여기 탁배기 한 동이 더…….쓰읍…….”
 
천천히 동작을 옮기던 사내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칠복이셩. 미안하우. 한 며칠 고생하겠지만, 셩은 솜씨 좋은 석공이니 놈들이 죽이진 않을 거우. 내 나중에 만나면 탁배기 두 항아리 사드리리다.’
 
칠복이의 단짝이던 만복이가 탈출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는 거적때기로 막아놓은 출입구 옆에 다가서서 보초의 동태를 살폈다. 문밖에는 나이 든 초병 하나와 어린 테가 확연히 나는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어이. 후지모토. 잠시 주변 좀 보고 올 테니 경비 잘 서라.”
 
“겐지상. 또 어디 갑니까? 좋은 거 있음. 나도 합시다.”
 
“애송이는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후후”
 
겐지라 불리 운 간수는 창을 꼬나물고는 옆의 동료에게 거들먹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쳇. 가는 데는 순서가 없는데, 항상 애 취급이야.’
 
잠시 후.
상급자로 보이는 동료가 사라지자 젊은 사병은 자세가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창을 움막에 비켜 세우고선 움벽에 기대 졸기 시작했다. 일정하게 리듬을 탄 저음의 코를 고는 소리가 근처를 울리고 있었다.
 
‘그럼. 숙면하시게 친구. 나라면 따분한 보초 따위는 죽어도 안했을 텐데…….’
 
만복이는 거적을 천천히 열어 곤히 잠든 병사를 한번 바라본 후 신속하게 움막을 벗어났다. 이곳에 온 지 두 달 만의 해방이었다. 그는 금지된 것을 어기는 기쁨을 만끽하며 그동안 파악해놓았던 감시의 사각지대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사내의 목적지는 왜성 북쪽 끝 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렸을까. 그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선 한 소나무 밑에 당도했다.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한 나무였다. 이후 만복이는 나무 밑동 부분을 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약간의 흙을 덜어내고 나니, 옻칠한 나무 상자 하나가 모습을 나타냈다.
 
‘자.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노예 짓 하는 것도 오늘부로 사요나라다.’
 
만복이는 누더기가 된 명주 적삼을 훌러덩 벗으며 목곽을 열었다. 안에는 왜검과 하라아떼(전국시대 하급무사가 입던 갑옷)한 벌이 고이 접어져 있었다. 재빠르게 변장 겸 환복을 한 그는 북쪽 성황당으로 길을 잡았다.
 
“똑똑똑 똑똑”
 
“똑똑 똑똑똑”
 
성황당 옆 신당에서 인기척이 났다. 만복이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왔느냐?”
 
두 달 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 만복이는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려고 했다.
 
“경박한 건 여전하구나. 불빛이 새니 얼른 들어오거라.”
 
“웁웁웁”
 
중년의 우악스러운 손이 젊은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만복이는 사내의 손에 이끌려 신당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신당에는 여러 산신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과 제단이 놓여 있었다. 왜란 이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인지. 켜켜이 쌓인 먼지와 녹슨 촛대가 황량한 모습이었다.
 
“인사 올리거라. 울산 의병장 박응량공 이시다.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주셨다.”
 
“만복이 아니 산이라 하옵니다.”
 
“음. 이름만큼 듬직해 보이는구려. 대담하게 적진에 침투하여 정세를 파악하는 젊은이의 기개가 대단하이.”
 
박응량이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산이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박응량. 명종 3년(1548년)에 출생하여 임진왜란 당시 45세의 나이로 의병항쟁에 투신했다. 이후 울산지역에서의 왜군과의 전투에서 물러서지 않는 선봉장으로 활약한다. 그 공으로 훗날 선무원종공신녹권(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람들을 선무원종공신으로 책봉하는 증서. 원래는 개인에게 내리는 증서였으나, 기존의 선무공신에 빠진 자가 많아 책으로 엮음)에 3등급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스승님의 용모가 풉…….”
 
산이가 자기소개를 끝내고 스승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파리스라니 머리를 깎고선 왜국 승려들이 입는 검정 가사를 입고 있었다. 영락없는 왜의 종군 승려였다.
 
“딱!”
 
작은 공간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가 사방에 퍼져 나갔다. 온 세상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였다.
 
“이놈아. 완벽한 변장은 적진을 침투하는 기본 아니더냐? 내가 네놈을 그리 허술하게 가르쳤더냐?”
 
“아이고. 아파라. 이렇게 잘 생긴 두상에 혹 생기겠어요. 스승님. 그래도 웃긴 걸 어떡합니까? 헤헤.”
 
“이놈이 그래도…….”
 
스승이라 불린 사내가 다시 한 번 산이를 때리려 손을 올리자, 둘 사이를 재미있게 바라보던 박응량이 손을 저으며 제지에 들어갔다.
 
“험험. 사제 간의 회포는 나중에 푸시고 일단 적의 동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였으면 하오만…….”
 
“박공. 이거 결례를 범했소이다. 자 너도 어서 사과 드려라.”
 
손을 든 남자는 크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산이의 목을 잡고선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발버둥 치던 아이도 억지 춘향 격으로 사죄했다.
 
“자자. 이제 다들 좌정하시지요.”
 
박응량이 두 사제를 멍석에 앉혔다.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볼품없는 물건이었다. 그는 품속에서 가죽꾸러미를 꺼내어 멍석 중앙에 펼쳤다. 안에는 방수를 위해 기름을 바른 유지가 한 장 있었다.
 
“여기 박공과 내가 조사한 바로는 태화강을 기준으로 상류 쪽에 본성과 떨어진 외딴 보루(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소규모 성곽이나 진지를 말함)하나와 하류 쪽 염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반구정에 규모가 큰 보루가 있다. 이중 반구정의 보루는 본성과는 토성으로 쭉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여기. 왜성이 있지. 백성들에게 도산성이라 불린다지.”
 
도산은 해안선에서 태화강 방향으로 북서쪽 약 10km 정도 거슬러 올라가다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만조가 되면 구릉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밀려와 마치 섬 같다고 해서 섬도자를 써서 ‘도산’이라 불린 곳이다.
지금은 울산왜성이라 통칭하여 부르고 있지만, 이후 민초들은 마치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하여 시루성 또는 증성으로 칭하기도 하였다.
 
제자와 티격태격하던 스승은 이내 진지한 얼굴을 하고 휴대용 세필통을 열어 선과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상류 쪽은 언양 등을 통해 오는 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고 하류는 경주를 거쳐 넘어오는 적을 막기 위함이죠.”
 
산이 또한 웃음기를 뺀 표정으로 스승이 그린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산성의 울타리 같은 토루에 관해서 아는 대로 말해보게.”
 
이번에는 박의량이 산이에게 물었다.
 
“2중 목책이 기본으로 깔려 있습니다. 목책 사이에 깊은 해자를 파놓았습니다. 목책을 넘어서면 토루가 있는데 그 높이가 9자(2.8m)입니다. 게다가 그 위에 도베이 그러니깐 조선말로 담장을 둘러 쳐놓았는데 그 높이가 3자 반(약 1m)가량 됩니다.”
 
스승은 제자가 말한 것을 지도에 꼼꼼히 표시하기 시작했다. 제자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두 분께서도 보셨겠지만, 아직 해자에 물을 채우지 않았다는 겁니다. 2발(약 6.4m) 정도 되는 너비와 1발(약 3.6m)이나 되는 깊이의 해자가 제구실을 한다면 조․명연합군에게는 성가신 존재가 될 겁니다.”
 
“문제는 태화강 상류의 작은 보루와 반구정의 큰 진지일세. 도산성을 공략하려면 양쪽의 보루는 반드시 함락시켜야 할 테니.”
 
박응량이 지도에 표시된 각 보루를 가리키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사실. 보루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죠. 하하.”
 
산이가 스승의 세필을 뺏어 도산성 북쪽에다가 성황당이라 표시를 하고선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황당이 있는 이곳 학성산도 지대가 높으니 보루로 방어하기엔 적절한 곳이나, 본성과 반구정의 보루 다시 말하자면 사실상의 외성을 완공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아직은 이곳이 무사합니다.”
 
반구정은  현재의 반구정 토성지를 말한다. 지표에서 20m 정도 위에 위치한 곳으로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이른바 출성 즉 본성 밖의 방어 성곽으로 증축한 곳이다. (원래 신라 시대 때부터 보루가 존재했던 곳이었음) 이 성은 토루로 본성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함락이 되면 위험했다. 그래서 본성에 준하는 방어시설과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렇구먼. 자. 이제 본성애기를 해보세. 산이 자네가 직접 지은 곳이니.”
 
박응량은 산이를 보며 왜성에 대해 물었다. 지적을 받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은 이었다.
 
“아. 말도 마세요. 제가 거기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원. 헛수고도 그런 수고가 없었어요. 왜놈들이 어찌나 깐깐하고 독하게 부려 먹던지 원. 다시 떠올리니 열 받네…….”
 
“이놈아. 각설하고 본론만 말해라.”
 
산이의 하소연이 늘어질 기미를 보이자 스승은 제자의 말을 끊었다.
 
“아우. 스승님이 거기서 하루만 있었으면 못 참고 가등청정 모가지 따러 가셨을 거유.”
 
“딱.”
 
“용건만 간단히!”
 
스승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딱밤이 다시 제자의 이마를 강타했다. 그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지도의 본성을 가리키며 붓으로 선을 그었다.
 
“멀리서 봐도 딱 알겠지만. 사각형의 3단 구성으로 된 왜성입니다. 놈들은 삼지환, 이지환 그리고 본환으로 부릅니다.”
 
울산 왜성은 해발 50m 정도 되는 도산에 석재를 쌓아 만든 성이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조선의 산성과 달리 사방이 석축으로 봉해져 있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가장 낮은 1단을 삼지환이라 부르고 그다음 2단을 이지환으로 그리고 가장 위쪽의 상단을 본환으로 하여 구성되어 있었다.
 
“흠. 그중 이지환은 앞서 말한 반구정 외성과 토루로 견고하게 이어져 있구먼.”
 
박응량은 산이가 그린 본성을 보며 손가락으로 외성을 짚었다.
 
“그렇습니다. 유사시에는 이지환에서 병력을 내보내거나 외성에서 이지환으로 군사들을 철수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만큼 반구정의 출성(성 밖에 방어 목적으로 지은 작은 규모의 성)은 적이 중요시하는 방어요지입니다.”
 
“흠. 성은 그럴싸하게 완공되었는데, 내부는 어떠냐?”
 
스승이 산이에게 질문했다.
 
“몇 달 만에 급하게 지은 거라. 가등청정이 수년간 공을 들인 서생포 왜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청정이 머물 천수각 또한 지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야구라 그러니깐 벽과 가옥을 겸한 창고를 짓고 있지요.”
 
야구라는 기본적으로 무기나 식량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서 건물의 층수에 따라 1층, 2층, 3층으로 나뉘며 4층 이상을 텐슈라 불렀는데, 이 텐슈가 바로 다이묘들이 거처하는 천수각이다.
본성의 구조에서 서생포 왜성이나 기타 여러 왜성에서 발견되는 천수각이 없는 것을 볼 때 도산성을 서생포 성의 전진기지로 생각했거나 울산성 전투로 인해 미처 만들지 못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야구라는 방어물로서도 중요 했는데 성벽 위에 길게 늘어선 가옥형태의 야구라(다몬야구라)는 담장과 창고의 역할을 겸했다.
 
“아. 이게 빠졌네. 여기 凹 표시는…….”
 
산이가 본성 남쪽의 태화강 강가에 쐐기꼴 표시를 그렸다. 그 순간.
 
“휙”
 
스승이 희미하게 타던 호롱불을 급히 껐다. 셋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한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스승이 살짝 입술을 달싹거리며 나머지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누군가 오고 있소. 산이야. 뒤를 밟힌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아직 발각될 시간이 아닌데……. 제 흔적은 지웠고요.”
 
산이가 그를 따라 속삭였다. 그들은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손짓으로 행동을 공유했다. 스승과 박응량은 짧은 검을 소리 없이 뽑아 문 쪽을 견주고 산이는 칼을 손에 쥐고는 문 옆의 벽에 바짝 기대어 적습을 대비했다.
 
“끼이익”
 
적막 속에서 조용히 신당의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형체가 문안으로 조용히 발을 넣었다.
 
“웬 놈이냐?”
 
산이가 침입자의 목에 칼을 대었다. 불청객은 긴장한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
 
“검기가 섬뜩하군. 난 적이 아니다. 칼 좀 치우시오.”
 
“여대장. 기척을 지우는 솜씨가 좋구려. 명군에서 나름 알려진 초군(정찰병)인 우리를 한 시진이나 헤매게 하다니.”
 
침입자 뒤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여대장이라 불린 사나이는 겨누었던 칼을 내렸다.
 
“산이야. 검을 넣어라. 아군이다.”
 
산이와 박응량은 여대장의 말에 칼을 치웠다. 그러나 경계의 눈빛은 지우지 않았다.
잠시 후. 불청객을 포함한 다섯의 사내가 호롱불 하나에 의지해 멍석에 앉았다.
 
“인사가 늦었소이다. 도찰원에서 온 초군 송호한이라 하오. 같이 온 자는 전창이오.”
송호한이라 소개한 사내가 3인을 바라보며 포권의 예를 갖추었다.
 
“천군의 양 경리께서 보내신 분들이군요.”
 
여대장은 묵례를 하여 예의를 표했다. 송초군의 옆에 있던 전창이 입을 열었다.
 
“한양에서 이곳으로 올 때 접반사 이덕형 대감이 여대장을 영리하고 심계가 있는 자라 칭찬하더니만 명불허전이구려. 아동포살수대 대장 여여문.”
 
아동포살수대와 여여문. 여여문은 임진왜란 때 투항한 항왜로 본래의 이름은 야에몬(요여문)이였다. 특히 왜검술과 왜군의 진법에 대한 전문가로서 왜의 검법을 높게 평가한 선조의 신임이 각별한 자였다. 왕과 조정은 그런 그를 이용하여 1595년 6월에「아동포살수대」를 창설하였다.
아동포살수대는 전국에서 무예에 재능 있는 아동을 가려 뽑아 왜검술을 체계적으로 훈육하는 부대였다. 그 총책임자는 여여문이었고 그의 밑에서 이영백과 항왜 산소우가 검법을 가르쳤다.
 
“과찬이십니다. 전 초군. 미리 언질을 주셨으면 동행할 것을요. 적진에서 행적을 지우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터라……. 참, 얘야 어서 정식으로 인사 올리거라.”
 
여여문은 사례를 하며 제자를 소개했다. 산이는 자세를 바로 하고는 절도 있는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예를 표했다.
 
“아동포살수대 초관 최산이라 하옵니다.”
 
초관은 임진왜란 때부터 생긴 무관직으로 100명 이하의 군사단위인 초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종9품의 하위 무관에 불과하였으나, 병사들을 실질적으로 통솔하는 초급 지휘관의 역할을 담당했다. 재직기간은 600일이었으며 그 후 6품관으로 승진되는 것이 관례였다.
 
“호오. 아직 어린것 같은데, 초관이라……. 뭐……. 여대장의 수하이니 믿을 만하겠지요.”
 
명군 송호창은 젊은 초관인 산이를 보며 놀라워했으나, 이내 수긍하는 어투로 변했다.
 
“밤은 길지 않으니, 소개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또 다른 명군 전창이 말을 꺼냈다. 이에 여대장은 품속에서 지도를 꺼냈다.
 
시간이 흘러. 새벽이 되자, 다섯 사내는 신당을 떠났다. 밤손님이 이곳을 왔다는 것을 아는 자는 성황당의 산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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