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계 선교단체들이 30일 ‘뜻밖’의 태도를 정리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한 국내 유수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종전 선교 방식을 고수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갈 뜻마저 비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공격적 선교”라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동안 개신교계의 선교활동 대부분은 “선교가 아닌 봉사” “봉사는 계속되어야”라며 ‘선교는 계속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선교와 봉사를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은 물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회의 결과 발표문에선 최소한 기존의 태도를 냉정히 성찰하려는 태도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은 앞으로 비슷한 불상사가 날 경우 독자적으로 대처할 뜻마저 비쳤다. 위기관리기구를 확충하겠다는 뜻이 그러했다. 이들의 발표에선 “이건 교회가 하는 일” “정부가 관여하지 말아야”라는 의식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
이들의 회의 결과는 그동안 개신교계가 보였던 태도와 달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개신교계는 아프간 인질 사태 발발 이후 40여일 동안 대체로 깊이 ‘고개를 숙여’ 왔다. 기존 선교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자주 내비쳤다. 대책회의 하루 전인 29일에도 한기총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와 국민을 향해 더욱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도 29일 “현지 문화와 관습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선교사들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전혀 선교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현지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봉사해온 봉사자들의 활동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더욱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연석회의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한국 교회가 직면한 구조적 배경으로 풀이해야 할 것 같다.
종교 전문가들은 한국 개신교가 다른 종교와 달리 신자 확대 등 국내 성장이 멈춘 상태라고 본다. 가톨릭 등으로 신자가 이탈해 옮겨가는 현상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해외 선교를 교회 유지와 존립의 명분으로 삼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이슬람권에만 수천 명의 한국인 선교사를 파견한 상태다. 그러면서 이슬람 신자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예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계의 한 목사는 “이슬람권 현지에서 선교가 이뤄지지 않는데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선교사가 파견되는 것은 해외 선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내 교회와 선교단체의 확장과 존립을 위한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계에선 보수 선교단체들의 태도 때문에 순수한 봉사활동마저 위축될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아프간에도 <개척자들>과 같이 전도를 내세우지 않고 순수하게 봉사만 한 단체가 없었던 게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종교기관의 순수한 자선활동은 확대되는 게 바람직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선교와 봉사 등 부문별로 현지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세부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또 <뉴스앤조이>와 <기독교사상> 등 개신교계 매체들도 기존 선교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일방적인 선교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이 개신교 내부의 광범위한 논의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