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지 1년 좀 넘은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원래 비혼주의였는데 저하고는 결혼도 할 수 있겠다고 해요

둘 다 아직 나이가 20대 중반~후반이라 결혼을 구체적으로 그릴만한 나이는 아닙니다.

여자친구는 비출산주의에요

근데 이 문제에 대해서 제가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일단 제가 애아빠가 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해본 적도 없고, 상상해보려 해도 어색하고 어려워서 잘 안 되더군요

한 사람의 인생을 20년 넘게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이, 재정적으로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제게는 너무 과한 일이라 그런 모양이에요

근데 "그럼 너도 비출산주의냐?"고 하면 또 모르겠습니다..

저희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자녀가 없었는데 말년이 되게 불우하셨어요.

두 분 모두 직장 은퇴 후에 굉장히 우울해하셨고 쓸쓸하게 지내시다가 결국 큰아버지는 자살하셨거든요

그 분들의 삶이 그렇게 외로워진 것을 전부 아이가 없었던 탓이라고 돌리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두 분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그런 결말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노후에 생활을 기댄다거나 하는 문제를 떠나서라도,

생물학적으로 나와 닮은 내 2세, 내 분신 같은 것을 세상에 남겼다는 것 자체가, 늙어갈수록 점점 제게 심적인 안정감을 줄 것 같거든요

따로 살고 자주 못 보고, 일주일에 한 번 통화나 하고 설날에나 한 번 보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좀 더 나이가 들고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결혼과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된다면,

그리고 제 가치관이 아이를 갖는 쪽으로 굳어지고 여자친구가 지금과 같은 가치관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 상황에서 여자친구랑 결혼관의 차이로 헤어질 수도 있겠죠..

그 때 가서 제가 이혼을 결정하진 않을 것 같거든요? 아쉬워도 아이를 포기하고 살거나 입양을 하거나 그러겠죠..

그럴 거라면 제 결혼 선택의 기준에 아이가 고려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애초에 애 낳는 건 여자친구의 일인데, 그 가치관과 선택을 완전히 존중하고 결혼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