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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화력이다.
게시물ID : history_175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ble6
추천 : 10
조회수 : 138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8/04 10:17:00
우리들의 영원한 스타이신 성웅 이순신 장군의 극적인 대첩, 명량 해전이 영화화되어 극장가에 돌풍을 불어일으키고 있지요? 전 조금 실망했답니다. 정말 고증에 충실한 묘사였다면 일본 수군은  대장선 하나에 뚜들겨 맞는 먼치킨적인 싸움이 되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넣기 위하여 백병전을 집어넣은 듯 한데, 이게 너무 과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 일본 수군 함선이 안달라붙을 리가 없었겠지만, 판옥선보다 작은 일본 수군 함선이 접현을 시도하여 건너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인데다, 설령 달라붙는다 치더라도 튼튼한 판옥선에 빈약한 일본 수군 배는 찌그러지거나, 올라타는 도중 조선 수군이 쏘아대는 화살과 휘두르는 장병겸, 낙석 세례가 퍼부어지기 때문에 공략은 매우 힘들지요. 영화에서도 백병전을 차라리 이런 묘사로 했다면 정말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조선 수군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는데, 조선 수군은 근대 해군들처럼 튼튼한 선박과 함포를 바탕으로 한 전술로 일본 수군을 압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함포입니다. 왜 함포가 문제가 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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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든 서양이든 이러한 네모난 상자모양 형식의 포가에 대포를 올려놓고 쏘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두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명중률과 포탄이지요.
 
지금처럼 대포 쏠 때 컴퓨터가 탄도를 계산해주고 레이더로 적을 포착하는게 아닌, 오로지 인력 즉 사람의 힘에 의존해야했습니다. 육안으로 적을 식별하고 대충 각도 계산해서 쏴야했지요. 그런데 이게 아무리 계산한다고 해도 대포가 다 맞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같은 컴퓨터 시대에도 오류가 나고 편차가 나는데 옛날에는 더했겠지요? 그래서 육상이든 해상이든 포대는 일제사격보단 순차 사격으로 일정한 탄착군을 확인해가며 포탄을 어떻게 쏘면 목표에 잘 도달하겠구나라며 각도를 계산하고 짐작하며 명중률을 높이는 방식을 썼습니다.
 
그나마 육상에서는 포대가 지면에 고정이 되어있다지만 해상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지랄맞는 명중률을 자랑하는 대포로 적을 제압해야하니 그 명중률은 극악이었겠지요? 때문에 어느정도 근접 거리를 확보하여 함포를 쏴대며 명중률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함포의 사격법도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하였는데, 함포를 실은 현수가 바다 쪽을 향할 때에 사격하는 방법 아니면 파도에 의해 현수가 치켜 올랐을 때 사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확실하게 적선을 난타하는 것으로 세계를 재패하던 영국 해군이 주로 쓰던 방법이고, 후자는 적의 돛대나 돛, 상부 갑판쪽을 노려 제압하여 함선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프랑스 해군이 주로 쓰던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던 간에 명중률과 제압효과를 높이기 위해 창안된 방법이었지요. 조선 수군 같은 경우 어떤 방식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효율적인 방법을 구사했겠지요?
 
또한 포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쇳덩이나 돌덩이를 쏘아 날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근대 말에 이르러 충격신관을 이용한 작렬탄이 도입되기 전까지, 동서양 대포에는 쇳덩이나 돌덩이가 포탄으로 사용되었고, 이 쇳덩이와 돌덩이들은 육상과 해상을 막론하고 목표를 때려부수곤 했습니다. 때문에 얼마나 더 무거운 쇳덩이와 돌덩이가 쓰이느냐, 얼마나 더 많이 이 쇳덩이와 돌덩이를 퍼붓느냐가 문제였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들 중 하나인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이런 근대 해전 즉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해전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잭 오브리 함장은 소설에서 해군 본부가 신형함 인수 및 운용을 명령하자 조금 고민을 하게 됩니다. 신형함은 기존 해군의 주력포 대신 단거리 32파운드 포를 써서 사거리가 매우 짧아 교전시 불리 하지 않을 까 고민한 것이지요. 물론 명중률이 지극히 낮았다던 당시 함포라지만 그래도 숙련된 포수가 목표를 향해 탄착군을 잘 형성하고 쏘아대면 그냥 얻어맞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잭 오브리는 역시 남자였던 지라 사거리보단 화력을 선택합니다. 기존 주력포는 사거리는 우위에 있었으나 같은 함포 수로 비교하더라도 단거리 32 파운드 포가 훨씬 더 많은 화력, 즉 무겁고 위력적인 쇳덩이를 날려보낼 수 있으니까요.
 
같은 포문 수라고 하더라도 24파운드 X 30문이면 720 파운드, 32파운드 X 30문이면 960파운드, 무려 240파운드나 차이가 나게 되지요. 더 무겁고 위력적인 쇳덩이를 적선에 퍼부어 침몰시킬 수 있으니 잭 오브리는 화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물론 사거리에서 차이가 나니 유효 사거리에 접근할 때까지는 오로지 함장과 장교들의 기량으로 배를 잘 지휘하여 피해를 최소화 시키면서 적선을 향해 접근해야겠지만요.
 
이런 쇳덩이를 날려보내는 대포들은 이제 충격신관이 도입된 작렬탄이 등장하면서 그 화력이 매우 화려해집니다만, 이 함포들을 실은 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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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체에 철갑을 두른 철갑선이었던지라 오히려 화포로 때려부수기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옵니다. 화포를 쏴도 배가 격침되지가 않아!!!
 
그래서 제독과 함장들은 적선을 때려부수기 위한 수단으로 충각 전술을 시도하게 되죠!!! 뭐?!?!?!
 
오스트리아 제국과 이탈리아 왕국 간에 벌어졌던 리사 해전에서, 양측 모두 철갑선을 가지고 있었고 이 철갑선들은 언급했다시피 함포를 죽어라 쏴대도 격침되지 않았기에 오스트리아 해군은 말 그대로 이탈리아 해군 함선을 들이받아 제압하는 수단을 씁니다....... 더 골 때리는 것은 이 전술이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는 것과, 이 전술을 사용한 오스트리아 해군이 승리했다는 점...... 그리고 세계 각국 해군은 이걸 보고 진지하게 충각 전술을 고민하고 연구했다는 것이지요.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어떻게든 적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하여 등장한 무기들과 전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보여준 조선수군의 눈부신 활약상은 나름대로 조선 수군이 왜구들과 싸워오며 쌓은 전술감각과 노하우가 그 정수를 이루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구축되었기에 가능한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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