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많이 어이가 없었던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씁니다.
출근길에 황당한 일을 겪어서 아직도 좀 어안이 벙벙하네요.
그래도 하고싶은 일은 다 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어떤분들은 버릇없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래뵈도 아닌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출근길이었고 제가 사는곳이 가산 디지털단지 쪽인데 일을 가려면 1호선을 타고 동대문까지 가야되거든요.
그래서 매일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는 길이 좀 멉니다. 그래서 노랫말없는 클래식 같은거 들으면서 갑니다만, 오늘은 특히 더 사람들이 많아서 소리를 좀 크게 틀고 가고있었네요. (시끄러운거 싫어합니다)
그렇게 몇정거장이나 갔을까?? 갑자기 제가 듣는 음악 볼륨을 뚫고 고함소리랑 싸우는듯한 소리가 들려서 뭐지? 하고 이어폰을 빼니....
왠 아가씨랑 노인 한분이 엄청 큰소리로 싸우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노인: 노약자는 나같은사람이 앉는곳이다.
아가씨: 다리가 좀 불편해서 앉아있었던것이고 노약자라는 말은 늙은사람도 포함되지만 나같이 약한 사람도 포함된다.
노인: 하나도 안불편해 보이는데 무슨 소리냐.
이런식으로 계속 언성이 높아지더라구요. 근데 딱 보기에도 여자분 무릎쪽에 수술상처가 있는게 확실히 다리가 불편해 보이셨습니다.
노인분은 말하면서 아가씨 다리를 찰듯이 위협도 하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아무도 안도와주더군요. 주변은 점점 더 시끄러워졋구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시끄러운걸 엄청 싫어하는데, 이렇게된 결정적인 이유가 제가 왼쪽 심장에 봉인한 악마 데일게르트가 혼란과 혼돈의 악마라서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자동으로 깨어나 제게 말을 겁니다.
데일게르트: 이봐 무슨일이야?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데 내게 조금만 힘을 나눠주면 단숨에 이 열차를 피로 적셔주지.
나: 빠가야로! 넌 조용히 들어가있어.
물론 제게 봉인된 이상 힘의 우위는 분명함으로 제 말은 고분고분 듣습니다만 여튼 아침부터 좀 기분이 나빴습니다. 이대로 나두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있었던 세계에서 기사단장으로써의 맹세도 있었기에 일단 상황을 끝내자고 마음먹고 개입했지요.
나: 어이 어이 다리다친 꽃사슴에게 아나타가 무슨 권리로 그렇게 대하는지 여쭤봐도 될까?
노인: ?! 큿. 그냥 꺼져라. 애송이 따위가...
나: 훗. 하찮은 닝겐이 말이 심하군.
말은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 바로 암살자의 의지를 시전하면서(Passive) 그야말로 살의(殺意)를 대상자에게 퍼부었습니다. 한 2초나 버텼을까?
노인: 칙쇼!! 두고보자!
...하고 소리치더니 바로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가더군요.
상황이 정리되자 갑자기 옆에 있는 아저씨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게 결국은 온 지하철 사람들에게 퍼져 역 전체가 환호성과 갈채로 가득 찼습니다.
노인이 위협하던 아가씨도 제게 오더니 수줍게 핸드폰 번호랑 결혼반지를 내밀더군요.
모르는 아줌마: 받아버리라고 총각! 끼얏호우!
외모는 뭐랄까 제스타일에 몸매도 제법...(어이어이; 진심이냐 오마에;;)
물론 아무것도 받진 않았지만 설마하니 이세계에서 온지 1년도 안된 지금 시점에 이런일이 벌어질지는 몰랐네요.
KBS랑 MBC랑 EBS 카메라 감독님들이 공교롭게도 같이 이 상황을 찍는 바람에 오늘밤 뉴스에 나와도 괜찮다는 문서는 썼지만 아무래도 악마를 봉인하며 얻은 패널티인 망각의 저주 때문에 여러분들이 절 뉴스에서 보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