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질하다 정신차려보니 지하철이 어느역에 들어서고 있다.
혹시나 내가 내릴 역인가 싶어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지만
벌써 노안이 왔는지 동체시력이 떨어져 빠르게 지나가는 역명판이 당최 보이질 않는다
괜히 마음만 더 급해져 안구에 힘을 주고 째려보고 있자니 절묘하게 기둥이 가로 막고 서버린다.
속절없이 문은 열리고 저걸 뛰쳐 내려야 하는건가 하고 고민하고 있자니
그제서야 평소 재미없는 광고만 나오는 화면이 구원하듯 눈에 들어온다.
내리실문 : 오른쪽
차마 생각하기도 부끄러운 쌍욕이 목구멍까지 기어올라온다.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지 않고서야 지금 열린 문이 오른쪽이란건 알 낀데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정보만 알려주는 저놈의 면상을 속절없이 노려보고만 있었다.
Door : RIGHT
목구멍에 쟁여두었던 욕이 구수한 놈에서 글로벌한 놈으로 바뀐다.
세상 어디 지구 구석탱이에서 온 저능아놈아도 지금 열린 문이 어느쪽인지는 알 테다
이미 남지 않은 인내심을 쥐어짜
문밖에서 밀고 들어오는 저들을 밀쳐내면서 까지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기다려 본다.
왕십리행
아하,
참으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일 터다.
아무래도 그 누군가는 참으로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