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상사의 갑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런 사례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중이다.
나 역시 직장 상사의 갑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니 쌍쌍바 물래 메로나 물래?"
"아 행님 저는 메로나 묵을께요"
"쌍쌍바 무라 자."
그리고 양쪽으로 뜯어 작은쪽을 날 준다.
"아니, 메로나 먹는다고요. 그리고 나는 쌍쌍바 안묵는다니까요."
"내가묵는데 와. 니 쌍쌍바 막대기로 사람 못죽일거같나 내가"
"내가 돈이 없어서 메로나를 못묵나 안묵을랍니더"
"이리와봐라 자 쌍쌍바 블레이드"
그리고 쌍쌍바 막대기로 쿡쿡 찌르는 것이다.
"아씨 그만좀 하십쇼 쫌"
...진짜 아무리 내 일상이 실화라고 해도 안믿을 거란거 잘 안다.
아무튼 그런 직장상사라도 애가 둘이나 있고, 나는 가-끔 그의 애를 봐주곤 한다. 하루에 삼십분 가량.
주로 봐주는 것은 유치원 갔다 돌아오는 큰놈인데, 가끔 과자도 사주고 탑블레이든지 뭐시긴지 그런것도 하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아퇴행을 겪어야 한다는데 본인은 별 문제가 없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유아퇴행을 겪고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의 아이를 봐 주다가 그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편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집은 완벽한 남향창문을
가지고 있고, 북향창문을 가진 반대편 원룸과 대치중이다. 제 키높이도 안되는 창문 바깥을 보겠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그래 자. 하고 몸을 들어 쑥 하고 창문밖을 보여주는데 또 반대편의 그 세입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애도있는새끼가 왜 저러고 산담' 이라는 눈빛이였다.
"잘들어. 너때문에 삼촌은 장가를 못가. 그게 무슨말인지 아나 니"
"삼촌 여자친구 못만나?"
"너 이해한거가 그 말을?"
난 놀란가슴을 쓸어내리며 '창문보기 놀이' 를 마쳤고 아니 잠깐 이렇게 말하니까 뭐 이상하잖아. 창문보기 놀이라니.
내가 지은 네이밍이긴 한데, 관음증과 패티쉬... 그... 아무튼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다. 그저 창문 바깥 풍경에
뭐가 있는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래봤자 텃밭과 비무장지대 뿐이지만.
아무튼 '창문보기 놀이' 를 마친 뒤에 아이가 가방에서 팽이를 꺼낸다.
"야 그거 탑블레이드인가 그거가 그게"
나는 신기한 눈으로 물었고 아이는 '존나 방탄소년단하고 샤이니는 다른애들이거든요?' 하는 중학생 눈빛으로
"아니 이건 베이블레이드에요" 라고 말했다.
뭐 어쨌든 팽이놀이는 지 혼자 잘 하길래 나도 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벨소리가 울리면서 보호자(?)가 찾아왔고
방에 널린 과자봉지와 우유를 보며 '그래 너도 쓰임새가 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어 고맙다. 저녁에 한잔 살게" 하고 아이를 데리고 가려는데
"삼촌!" 하면서 갑자기 친한척 하더니 "삼촌! 팽이기술 이름좀 붙여주세요!" 하는 것이다.
뭔 기술? 그게 뭐 국가기술자격증 뭐 그런건가... 싶기도 하면서, "니 무슨 기술 말하는거고" 하니까
"필살기 쓸 때 기술이름 외치잖아요! 그거 만들어주세요!"
...소시적에 그랑죠랑 다간을 좀 보긴 했다만... 아니 지금도 엇비슷한걸 보긴 한다만...
아이는 기대했고, 나는 그 기대를 져버릴 수 없었다. 한번 뭘 해야 한다고 하면 절대 물러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건
애아빠인 그 직장상사가 잘 알았다.
"야 그거 기술인가 뭔가 그거 빨리 해줘라 하나. 족발살게 족발"
"배*족발 불족 보족 반반?"
하지만 지어준다고 해도, 기술이라는 것은 때와 그 용도가 적절해야 한다. 예를들어, 이 명예조카가 들고있는 팽이는
파란색이고, 굉장히, 실제로 이런 팽이가 있다면 돌리다말고 손꿰메러 가야 할 수준의 날카로움을 자랑하는데
그렇다면.
"삼촌! 팽이 돌리면서 기술이름 외쳐주세요!"
야 이 명예조카새끼가...?
족발로 어떻게 퉁쳐지지 못하는 주문을 받은 나는 고심끝에 팽이를 해체. 아니 돌리기로 결정했고 이왕 하는거 화끈하게 남자답게
나는 팽이를 힘차게 돌리며 외쳤다.
"슈퍼 샤이닝 블레이드!"
몇 초간의 정적. 힘아리 없이 바닥을 도는 팽이. 그 어느순간보다 고요했던 그날의 방 공기.
날 바라보는 직장상사는 한탄섞인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명예조카는 단 한마디의 말만을 남긴 채 주섬주섬 팽이를 챙겨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게뭐야 시시해"
#에필로그
쓰린 속과 흐리멍텅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출근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반갑습니다."
출근카드를 찍는데 뒤에서 차장이 외친다.
"마! 니가 그 슈퍼 샤이닝 블레이든가 뭔가 하는 그거가!"
나는 회사 후배의 공구가방에서 열심히 몽키스패너를 찾았다.
잠시 뒤 출근할 그 직장상사에게 헌사를 바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