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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허접역사소설-도산성의 겨울(제3장 악몽 1)
게시물ID : history_17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카링카앗
추천 : 3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29 11: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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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금지
제3장은 음... 망했어요...ㅠ.ㅠ
주인공에 너무 몰입을 해서 엉망입니다.
3장 전체가 창작이니 전투에 집중해서 보실분은 안 보셔도 됩니다.
보기에 조금 거슬리는 장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처음부터 못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history_17262
제1장 심계천하 上
http://todayhumor.com/?history_17277
제1장 심계천하 下
http://todayhumor.com/?history_17303
제2장 김칫국 上
http://todayhumor.com/?history_17337
제2장 김칫국 下
http://todayhumor.com/?history_1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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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악몽
 
 
나지막한 언덕에 여남 은의 아이들이 아래를 내려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집들이 보였다. 그들의 동네였다. 동네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이들이 식욕을 자극하던 고소한 밥 냄새와 흰 연기가 아닌 불규칙한 검은 연기와 매캐한 악취가 바람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머니…….”
 
키가 큰 아이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왜놈들이 쳐들어온다는 급보에 자신의 어머니와 동네 아낙들은 황급히 자식들을 산속에다 숨겨놓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왜군이 마을에 들이치지 않자 아녀자들은 식량과 옷가지를 가지러 동리로 돌아갔다. 한식경이 지나도 모친들이 나타나지 않자 불안한 동네 아이들이 언덕으로 마중을 나갔다. 언덕 위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너져 내리는 자신들의 마을이었다. 그새 사달이 난 것이다.
 
“후엥……. 어무이…….흑흑.”
 
“이제 어떻하노……. 엉엉”
 
평소 겁이 많았던 아이들부터 울음보가 터졌다. 눈물은 퍼져나가는 연기처럼 순식간에 좌우의 아이들에게 전염되었다.
 
“다들 조용히 해라. 호랑이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덕배야. 달음질 잘하는 애들 두서넛 데리고 동구  당산나무 근처에 가서 상황을 보고 와라. 정자나무 밑에 기다리고 있는 왜놈 군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응. 알았데이. 덕팔아. 춘복아. 내랑 같이 가자.”
 
아이들 무리 중에 겁 없기로 유명한 덕배가 울먹이는 동무들을 다독거리며 그들과 함께 조심스레 자리를 떴다. 어느새 덕배에게 정찰을 맡긴 아이를 중심으로 나머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춘심이랑 영순이, 정란이 그리고 말년이 니들은 앞산 계곡으로 가서 판판하고 땅땅한 조약돌이랑 주먹만 한 짱돌 좀 치마폭에 주워 와라. 한 사람당 스무 개씩은 가져와야 다.”
 
“울아. 돌은 뭐할라꼬?”
 
춘심이라 불린 아이가 키 큰 아이에게 되물었다.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언제 나 믿어서 혼난 적 있니? 급하다. 어서 가라.”    
 
“알았다. 애들아. 갔다 오자.”
 
“네. 언니.”
 
춘심이와 그 일행이 황급히 산 쪽으로 걸음을 내달렸다. 동산 위에는 울이라 불린 아이와 나이 어린 꼬마들 몇몇이 자리를 지켰다.
 
‘네 어미를 부탁하마. 그리고 몸조심하거라.’
 
울이의 아버지는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마을 장정들과 함께 기박산성으로 향했다. 왜놈들이 부산포와 다대포 그리고 울산의 서생포로 상륙하여 북진을 서두르고 있을 시점이었다. 울산은 임란 전 개항한 삼포 중에 하나인 염포가 있었으므로 타 지역보다 지리적으로 왜군이 잘 아는 곳이었다. 울산 부민들은 이전 왜구들의 노략질에 이골이 난 사람들로 이들은 인근의 험지인 기박산성에서 의병을 결의하여 왜군의 거점이 된 서생포 만호진을 탈환하고자 고심을 하고 있던 차였다.
허나 아비는 그날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울이…….울이…….”
 
이제 갓 말을 배운 간난이가 상념에 빠져 있던 울이의 옷자락을 흔들며 불렀다.
 
“응? 왜 간난아.”
 
“저기……. 저기……. 엄마……. 엄마…….”
 
간난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울이의 시선이 이동했다. 그곳에는 굴비 엮듯이 밧줄 하나에 꽁꽁 묶인 동네 낙들이 있었다.
 
“으으……. 어무이……. 헙.”
 
어린아이들이 아낙들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려 하자 울이는 아이들의 입을 막고는 진정을 시켰다.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도 단속해가며 언덕 위에 엎드려 돌아가는 상황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왜놈들의 숫자는 채 다섯이 안 되어 보였다. 한 명이 날카로운 칼로 아주머니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두 명은 두꺼운 줄로 포박하고 있었다. 불길이 마을 중심에서 어귀로 양쪽 번져 나가는 걸 보아 두 명 정도가 마을을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묶여 있는 열댓 명의 아주머니 속에 울이의 모친 모습도 보였다.
 
“울이야. 갔다 왔다.”
 
덕배일행이 가빠진 숨을 내쉬며 울이에게 다가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피던 덕배는 마을의 상황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덕배야. 일단 동구 밖 사정에 대해 알려줘.”
 
“하지만……. 저기…….”
 
“덕배야. 정신 차려야 해. 이제 어머니를 구할 사람은 우리 밖에 없어. 그러니 당산나무의 상황에 대해 말해줘. 응?”
 
낮은 목소리로 덕배를 어르는 울이었다.
 
“음……. 정자나무 밑 평상에 왜놈 군사 다섯이 앉아서 쉬고 있더라……. 갑옷도 볼품없고 쇠 삿갓 같은 걸 썼더라.”
 
이때, 산으로 갔던 춘심이와 여자아이들이 치마폭에 돌을 한가득 안고는 낑낑거리며 돌아왔다. 덕배와 남자애들은 서둘러 산에서 가져온 돌을 옮겼다. 울이는 아이들을 한곳에 모이게 했다.
 
“잘 들어. 지금 우리 어머니들을 잡아가는 왜놈들의 숫자는 다섯 정도야. 덕배말에 따르면 동구 밖에 다섯이 있다고 하니 합쳐서 열 명이다.”
 
열 명이라는 숫자를 듣자, 아이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나이 어린 아이들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금방이나마 울음보를 터트릴 기세였고 덕배와 춘심와 같은 머리가 큰 아이들은 울이의 입에서 나올 다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동네 아저씨들이 모두 왜놈이랑 싸우러 간 지금. 아주머니들을 왜적 놈들에게서 구할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어.”
 
“어떻하노? 저놈들은 단단한 갑옷이랑 날이 시퍼런 칼을 갖고 있다 아이가. 우리는 아들이고……. 있는 거라곤 돌멩이뿐인데…….”
 
춘심이가 걱정스러운 투로 울이에게 말했다. 울이는 그런 춘심에게 엷은 미소를 띠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걱정 마라. 저 왜놈들보다 여기 지리는 우리가 더 잘 안다. 그러니깐 마을에 있는 놈들이 당산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놈들과 합류하기 전에 어머니들을 구해내서 앞산으로 해서 아버지들이 있는 기박산성으로 가면 된다. 거기라면 산세가 험해서 왜적 놈들이 쫓아오지 못할 거야.”
 
“그래도……. 자들은 다 큰 어른들인데…….”
 
춘심이가 다시 한 번 긴장한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 울이의 말을 듣던 덕배는 춘심이의 떨리는 어깨를 다독거리며 울이의 앞에 나섰다.
 
“그래. 알았다. 울아. 니 작전대로 하면 어무이를 구할 수 있는 거제?”
 
“장담은 못 한다. 하지만 넋 놓고 모친이 잡혀가는 걸 보는 건 불효다.”
 
덕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주위의 아이들도 말없이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며 결의를 다졌다. 울이는 다시 입을 떼었다.
 
“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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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이치로 형. 대박이야. 대박”
 
포로들을 한 줄로 포박하던 아직 어려 보이는 젊은이가 돌아보며 말했다. 젊은이가 본 곳에는 짧은 왜검을 허리에 차고 진가사를 삐딱하게 쓴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히죽거리며 초가 흙벽에 느긋이 기대있었다.
 
“정찰을 핑계 삼아 급습한 마을에서 이런 횡재를 하다니……. 우리 아시가루다이쇼는 뭘 좀 아는 사람이야.”
 
“아시가루다이쇼님도 우리랑 같은 출신이니 그런 거 아닐까? 근데 지로형이랑 사부로형이 늦네. 얼른 가야 하는데. 늦으면 마을 입구에 있는 야토이아시가루 놈들이 들이닥칠지도 몰라.”
 
함께 포승을 묶던 고로가 급하게 손을 놀리며 이치로에게 말했다.
 
“걱정 마. 촌에서 소똥이나 치우던 신출내기 촌놈들이 우리한테 대들다간 혼쭐이 날 텐데 뭘. 그놈들한테 늙고 못생긴 계집이나 하나 떼어주면 그만이야.”
 
아시가루. 아시가루는 일본 전국시대 최하위 말단 전투원들을 뜻했다. 아시가루의 역사는 헤이안 시대(794∼1192)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의 아시가루는 말 그대로 갑옷을 입지 않은 ‘발이 가벼운’ 병사로 잡일을 담당한 병사를 뜻했다. 시대가 흘러 무로마치시대(1336~1573)에는 극빈층의 농민들이 모인 용병 집단화 되어 전시에 아무 때나 고용하는 잡병을 칭하게 되었다. 전국시대 초기에는 영지의 농민들을 소집한 정규군으로서 활약하였으나 전국시대가 말기로 치달으면서 유력 다이묘들 사이에서 병농분리정책이 시행되자 아시가루는 전문적인 전투원으로서 전장을 누비게 된다.
아시가루는 깃발, 창, 활, 조총 등의 특화분야가 있었으며, 각 아시가루 위에는 그들을 지휘하는 다이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조총을 사용하는 텟포아시가루는 텟포다이쇼의 명령을 받았고 그 위에는 아시가루 다이쇼가 있으며, 이들을 총괄적으로 통솔하는 자는 사무라이다이쇼라 칭했다.
한편. 영지에서 징발되어 전투에 참가하는 진부역을 지는 자들은 야토이아시가루가 불리며 천대를 받았다.
 
“어이. 시로. 고로. 다 됐다고……. 이제 본진으로 돌아가자고……. 콜록콜록”
 
얼굴에 숯검정을 칠한 채 어슬렁거리며 사내 둘이 이치로 무리로 걸어왔다. 이치로와 지로다. 지로는 이치로와 같은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었으나, 사부로는 어깨에 끈으로 도우란을 매고 굵은 팔목에는 히나와를 칭칭 감고 있었다. 허리춤엔 작은 왜검을 차고 있는 것은 이치로 일행과 동일했다.
 
“수고했다. 지로. 사부로. 마을안에 다른 놈들의 낌새가 있더냐?”
 
“개미 새끼 하나도 없더라고요. 이치로상. 전에 정찰을 갔던 시노비모노미 놈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깃발 많은 산성에 이 지역 사내놈들이 전부 모여 있다는 거 말이우.”
 
전국시대 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모노미라고 했는데, 모노미는 크게 소수가 은밀히 정찰하는 코모노미와 수십 명이 정찰하는 츄모노미 그리고 수백 명 단위의 대규모 정찰인 다이모노미로 나누어졌다. 이와 다르게 적진 깊숙이 뛰어들어 단독으로 활동하는 자들은 시노비모노비라 불렀는데, 이들은 닌자나 아시가루들로 주로 상인이나 승려 등으로 변장하여 적국의 성이나 마을에 은신하여 정보를 모았다.
이때, 마을을 약탈하고 있는 이치로 일행은 명목상 코모노미로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치로와 문답을 하던 지로는 목이 탔는지 근처 우물가에서 물을 퍼먹기 시작했다. 이치로는 그런 그를 놔두고는 사부로 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은? 부인네들이 있는 곳인데 애들이 없다는 것이 꺼림칙 하군.”
 
“이 년들이 우리가 오기 전에 빼돌렸겠지요. 뭔 말이 통해야 물어보지. 까막눈이라 고려사지사도 모르는데……. 이년 젖통이 불은 걸 보니 분명 어린 꼬맹이가 있겠지?”
 
“까악!”
 
사부로는 옆에 포박되어 있던 부인의 가슴팍을 노골적으로 주무르며 그녀에게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짧은 감탄사가 전부였다.
 
“어이. 사부로. 상품에 흠집 생긴다. 정찰의 기회를 준 다이쇼들에게도 상납해야 하고……. 여러모로 쓰일 때가 많은 여인네들이니 조심해서 다루어야지.”
 
집중해서 끈을 묶고 있던 고로가 투덜거렸다.
 
병사들의 약탈행위는 전국시대에서 용인되는 일반적인 행위였다. 강탈은 식량, 고가품 등을 넘어 상대편 무장들의 갑옷이나 무기류, 전장 인근의 여자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까지 다양했다. 무장들은 전투 시에는 군법이나 군령으로 이러한 약탈행위를 금지하였으나, 전투 후 약탈 행위는 눈감아 주기 일쑤였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조선을 속복하려는 의도로 약탈행위를 금하였으나, 전쟁이 길어지자 조선에서 왜군의 강탈은 공공연히 횡행하게 되었다.
 
“자. 다 됐다.”
 
이치로의 무리 중에서 막내이자 신참인 시로가 허리를 펴며 외쳤다. 묶은 모양새가 그럭저럭 자신에 마음에 든 모양이다.
 
“시간만 있었으면 제 특기인 귀갑 묶기로 마무리하는 건데. 안타깝네요. 이치로 형.”
 
“뭐 포로들을 심문할 시간은 많으니 기대하고 있으마.”
 
이치로는 사방을 한번 보고는 포로행렬을 출발시켰다. 포승에 꽁꽁 싸인 아녀자들은 쉽사리 걸음을 떼지 않았다.
 
‘이년들이……. 반항하는 건가?’
 
이치로는 근처에 있던 짚단 하나를 들고 와서는 불타고 있는 초가에서 불을 붙였다. 타고 있는 집단을 마을 넘어 앞산에 갖다 대고는 포로 무리에게 씨익 웃음 지었다. 이후 한 손을 목에 긋는 시늉을 하며 소리 없는 겁박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포로의 무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늘하게 흐느끼는 목소리와 함께.
 
‘저 산 넘어 아이들이 있는 건 확실하군……. 오늘은 이쯤 해서 수확물을 가지고 돌아가야겠지. 다음번에 시간이 나면 또 왔으면 좋겠군.’
 
히죽거리며 이치로는 일행들과 함께 맹렬히 타오르는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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