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제강점기에 근대화가 시작 혹은 진행되었다는 평가는
일제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평가와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
왜 굳이 일제시대의 근대화를 주장하면 비판을 받는지 이해되지가 않아요.
문학에 한정지어서 보자면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시작을 멀게는 홍길동전에서부터 찾기도 하지만
대체로 1900년대 전후, 작품으로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인직의 [혈의 누], 이광수의 [무정]등을
그 효시로 삼는 경우가 많죠.
더 나아가, 당시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근/현대 문학을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즉, 최소한 문학에 있어서는
식민지 시절에 근대화가 '완성'되고, 현대 문학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그것이 민족문학의 관점에서도 딱히 비판받고 있지 않거든요.
하다못해 현대문학의 두 거장인
조세희/황석영씨는 대담 중에
'(우리 나라의) 근대 문학은 '*임이 침묵하던 시기'에 태어나, 자라왔다' *한용운 '임의 침묵(1926)'
라고까지 할 정도죠.
식민지 시절, 다들 아시다시피
김영랑, 이태준, 이효석 같은 서정주의나
김광균, 정지용 같은 모더니스트들
채만식이나 김유정 같은 세태소설, 인상파 작가들
그리고 또 넓게는 서정주 같은 일제에 굴복한 작.자. 들까지.
온갖 혼란과 격류 속에서 발전해 온 것이
식민지 시대의 우리 문학이에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문학이 일제 식민지 '덕분에' 발전했다고는 하지 않아요.
그것은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육사 (광야 등) 같은 분들께 모욕이겠죠.
그저 그 '시절에' 발전한 것입니다.
일제시대에 근대화가... -> 너 친일파!
이렇게 얘기하면, 문학도들은 전부 친일파가 되어버려요 ;;
식민지 근대화라는 것, 그냥 가치중립적으로 놓고
얘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p.s.
제 동생은 군대를 늦게 갔습니다.
24살에 입대해서 26살에 제대했죠.
...
'군대 덕분에' 20대 후반이 된 건 아니지만
'군대에서' 20대 후반이 된 건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