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 수행평가로 시 짓기가 있었는데 전자사전 메모장에 시를 썼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충전기를 잃어버려서 방치해둔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충전기를 찾고 메모장을 들어가보니 이런게 있더군요..
초승달이 웃고 있다
지친 어깨를 짓누르는
강한 숨결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몸이 작아지는 듯한 혹은
길이 길어지는 듯한
이유 모를 환각에 침식되어갔다.
일렁이는 시야에
더 이상 의지할 수 없어
가벼운 현기증에 균형을 잃어버렸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한밤중.
번득이는 초승달만이
나를 삼킬 듯 노려본다.
망가져버린 어깨마저 뜨거울 정도.
마치 갈고리가 몸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과 함께
한 쌍의 날개가 돋고 있다.
달을 없애버리라고 내린 신의 날개.
바람에 감싸올라 끝없이 상승하는 나의 육체.
그러나 날개가 없다!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