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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쭉 그지였던것도 아니고
겨우 한 달 조금 넘게 돈 없이 사는 건데
보름정도는 지가 돈 내고 그러다가
요새 슬슬 짜증부리네요.
잘 때도 등 돌리고 자고
가슴에 손이라도 얹을라 싶으면
'콘돔살 돈도 없는 주제 어쩌구 궁시렁'
하면서 벽으로 붙습니다.
저번에는 보쌈 먹으러 갔는데 나 돈 없는 거 뻔히 아니까
당연히 여자친구가 낼 줄 알고 맛있게 다 먹고 나가는데, 일어나서 옷 입고 가방까지 다 챙긴 여자친구가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향하는 거예요.
아줌마는 당연히 계산할 줄 알고 카운터에서 나 쳐다보면서 쓰레빠 딱딱 거리고 있는데 난 돈 없으니까...
그냥 막 서성대고만 있는데 아줌마들 끼리 눈짓하더니 한 명은 문가에서 알짱대면서 퇴로 차단하고
한명은 상 치우러 가서 마치 우연인척 계산서를 딱 떨어뜨리더니
'손님 여기요~'하고 저한테 쥐어주는 거에요.
여자친구는 똥을 만들고 있는지 나올 생각도 않고,
계산서 들고 화장실 들어가기도 뭣하니까 난 그냥 서성대고
아줌마 1,2,3도 서성대고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뭣같은 분위기가 한참에, 한참을 지속된 후에야 드디어 여자친구가 나오더군요.
그러더니 아줌마 1,2,3 쳐다보고 계산서 들고 뻘쭘하게 있는 나 한번 쳐다보고 한쪽 입가를 실룩거리며(마음속으로 병신 그랬을 듯)
계산하더니 먼저 나가는 거에요.
그런 상황에 기분 좋을 남자가 어딨나요.
사실 일주일 전부터 맥주가 무지 먹고 싶었는데
경제권이 나한테 없으니까 얘 먹고 싶은 대로 끌려다니는 것도 존나 짜증나고 그래서
'나 집에 간다.'
'여덟시도 안됐는데?'
'아 몰라 피곤해'
'그럼 그러든지'
'야 내가 전화로 맥주 먹고 싶다고 열 번도 넘게 그랬는데 너 일부러 보쌈집 온 거지?'
'넌 내가 보쌈먹자고 세달 전부터 졸랐는데 안 사줬거든?'
'아 접때 내가 사준대니까 니가 됐대매!!'
'너도 아까 치킨 먹재니까 먹고 싶은거 먹으래매!'
'두 번 물어보면 누가 자살하냐? 나 삶은 고기 딱 싫어하는 거 알면서!!'
'지 돈 있을 땐 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먹어놓고 지금 와서!!!'
'아우 씨발!! 아우!!!! 너 저번 달, 저저번달 돈 십원도 안 썼잖아!!'
'내가 낸대도 니가 됐대매!!'
'아 그래도 기본예의가 있지!! 내가 땅 파서 돈 버냐? 아우!!'
횡단보도에 사람들 다 쳐다보고
아저씨 하나는 말리려는 듯이 옆에 뒷짐 지고 서있는데
쪽팔린 것 보다 화가 점점 증폭돼서
홧김에 벼룩시장 가판대를 발로 뻥! 차니까 길 가던 사람들 서서 다쳐다보고,
진짜 가슴이 벌렁벌렁 하는 게 막 터져버릴 것 같아서
옆에 전봇대를 주먹으로 콱! 쳤는데 하나도 안 아프길래 아 씨발 그럼 그렇지
내가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없지 하면서 꿈에서 깨어나
왠지 모를 안도감과 서글픔이 뒤섞인 복잡다단한 가슴을 움켜잡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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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거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