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어하는 아이한테 '숙제 할꺼야? 청소할 할꺼야?'라고 물어보았다면
아이에게는 둘중에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숙제와 운동 중에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결정할수 있는 권리는 있지만
그런 결정 자체를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스스로의 의지가 개입된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 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이처럼 선택 할지 말지 그 자체에 대한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결정이라면,
비록 그 결정에는 자신의 의지가 개입하였지만 선택 그 자체에는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결정자에게 오롯이 묻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만약 아이가 청소를 한다고 해놓고 놀았을때 '니가 선택해서 한다고 해놓고 왜 안하냐'고 책임을 묻거나
아이가 청소를 하다가 사고를 쳤을때 '니가 저지른 일이니 니가 처리하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할수 있다.
기차 딜레마 문제도 마찬가지다.
탈선한 기차가 노선을 바꾸면 승객은 살수 있지만 기차 밖에 노동자는 죽게 되는 상황에서의
자신에게 주어진 노선변경 결정의 자유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선택 자체를 거부할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결정에 대한 자유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결정이건 간에 그 결과에 대한 법적인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수는 없다.
여느 조폭영화에서 나올법한 겁박 장면도 마찬가지다.
각서 같은데 서명을 하지 않으면 가족을 해치겠다는 절박하고 취약한 상황에서의 결정이라면
그 각서의 효력을 완전히 인정하고 약속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따지고 보면 직업선택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면 직업선택 자체가 필수인 사회환경에서라면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을 지언정 직업 선택 그 자체를 거부할 자유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부당한 임금조건과 열악한 노동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지가 그것 밖에 없어서 그 직업을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을 진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선택된 직업을 남이 억지로 시킨것도 아니고 니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만큼
불평불만 없이 책임지고 직업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닐 것이다.
선택 자체의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선택의 자유는 진정한 선택의 자유라 할 수 없기 때문에..
** 맛있는거 사달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평생 늦잠 안잔다면 사주겠다고 하면 애는 당장 그러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애한테는 선택의 자유가 있고 선택 자체에 대한 자유도 있었지만 그러나 이것은 정당한 거래라 할수 없다.
왜냐하면 애는 평생이라는 개념과, 그 약속의 무게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능력이 없는 무지상태이기 때문이며,
그리고 부모 또한 이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지로 인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질 능력도 책임질 의지도 없는 아이의 자유와 의지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